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대두 수출국에서 최대 수입국으로... 중국을 안보위험에 노출]
중국이 식량 자급자족을 시진핑 집권 최대 목표 중 하나로 내세웠지만 날이 갈수록 자급률이 뒤처지면서 ‘식량 안보’ 문제 때문에 대만을 침공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정면 충돌을 할 경우 중국은 식량과 에너지 수입이 원천 봉쇄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국은 고사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시진핑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대두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세계 최대 구매국으로의 전환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은 재편되었고, 이로 인해 베이징이 새로운 안보 위험에 직면하도록 만들었다”면서 “대두는 단순한 작물이 아니라 베이징의 변화하는 식량 안보 전략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되었고, 미중 무역 전쟁의 핵심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동물 사료와 식용유의 중요한 공급원인 대두는 미중 두 나라 간 무역 분쟁의 흐름 속에서도 항상 화약고로 남아 있었다”면서 “사실은 과거에는 중국이 대두 수출국이었지만 30여년에 걸쳐 최대 수입국으로 변모했는데, 중국은 지금 매년 약 1억톤의 곡물을 수입함으로써 세계 곡물 거래의 약 60%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고 밝혔다.
SCMP는 “이런 실정 때문에 지난 10월말에 발표된 제15차 5개년 계획 제안서에서 베이징은 ‘농산물 수입을 다각화하고 무역을 국내 생산과 더 잘 일치시키려는 노력, 곧 식량의 자급자족을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촉구했지만, 이를 달성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20년 이상 중국 농업을 연구해 온 베이징 인민대학의 정풍톈 교수는 “이 나라의 제한된 경작지에서는 필요한 규모의 작물을 재배할 수 없다”면서 “모든 콩을 국내에서 생산하려고 하면 또다른 중요한 주식 곡물을 재배할 토지가 부족해져 궁극적으로 식량 안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왜 대두 수출국에서 수입국이 되었을까?]
그렇다면 중국은 왜 대두 수출국에서 수입국이 되었을까? 이에 대해 SCMP는 “콩은 6,000여 년 전부터 중국에서 재배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1990년대 초만 해도 중국은 콩 순수출국이었다”면서 “헤이룽장성과 같은 비옥하고 흑토가 풍부한 북동부 지역의 대규모 재배가 주효했던 1994년 콩 생산량은 1,600만 톤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짚었다.
SCMP는 “미국 농무부(USDA)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잉여 생산량을 지역 시장으로 운송함으로써 1995년까지 수출국 지위를 유지했으며, 수출량은 연간 100만 톤을 초과하는 경우가 잦았지만, 상황은 곧 극적으로 변했다”면서 “2000년에는 수입량이 1천만 톤을 넘어섰고, 무역수지는 지속적인 적자로 반전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풍톈 교수는 “WTO 가입 이후 2018년까지 중국에서는 대두 수입이 단점보다 이점이 더 많다는 논리가 지배적이었다”면서 “대두 수입으로 인해 우리의 경작지가 더 중요한 작물을 재배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SCMP도 “공급 측면에서 농경지가 제한적이고 인구가 너무 많아서 정책 입안자들은 쌀과 밀과 같은 필수 작물을 우선시하고 경작지를 재분배하며 대두 농사를 2차 산업으로 전락시켰다”면서 “콩 수확량이 적어 다른 작물에 비해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농부들은 콩 재배에 관심이 없으며, 특히 중국의 14억 인구에 비해 경작 가능한 토지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 가장 큰 제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중국의 현재 상황에서 대두를 수입하는 것이 전반적으로 합리적이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의 시진핑은 지금 왜 이렇게 대두 수입량을 줄이고 국내 생산 증대에 목숨 걸다시피 채근을 하는 것일까?
[시진핑이 자초한 무역전쟁, “중국 인민의 목을 조르고 있다”]
중국이 식량 안보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은 지난 2023년 하반기부터다. 그때부터 중국은 관련 회의를 잇따라 열기도 하고,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서 식량 안보를 독려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시진핑의 제1호 문건도 '삼농'(三農·농업·농촌·농민) 문제였다. 그만큼 식량 안보를 제1의 국가적 사명으로 여기고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한꺼풀 걷어보면 시진핑이 그렇게 식량 안보를 채근하는 이유가 바로 나온다. 미중관계를 평탄모드로 끌고 나간다면 식량 안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주로 수입을 하고 남미에서 추가로 구매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시진핑은 이렇게 안달복달하는 것일까? 이유는 바로 대만 정복 전쟁 등의 이유로 미중간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면 미국이 당장 파나마운하와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섬 사이의 좁은 해협인 말라카 해협을 통제하게 될 것이고, 그 경우 중국의 모든 수입 경로가 막히게 된다. 에너지도 막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곧바로 식량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문제는 중국에서의 식량 부족은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불안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시즈오카 대학의 양하이잉 교수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면서 “덩샤오핑의 친구였던 천윈은 ‘중국인은 관리하기 쉽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먹을 것만 충분하다면 중국 인민들은 반란을 일으키거나 중앙정부에 저항하지 않는다”고 말한 사실을 언급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생활비는 상승하는데 농촌에서의 수입으로는 유지가 안되다 보니 이들이 대거 도시로 몰려와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궈민은 “농부들은 농작물을 재배해서는 돈을 벌 수 없는데, 스스로 먹을 식량을 재배하지 않는다면 누가 농사를 짓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정부는 그럴 여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중국의 식량 부족은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시진핑이 식량 안보를 내세우는 것은 바로 미국이 식량의 무기화를 내세울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유진영 국가에서 식량을 무기화하는 나라는 전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켰던 러시아가 되레 석유와 곡물의 무기화 카드를 꺼내들고 유럽과 아프리카 등을 위협한 일은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식량안보를 우려하는 것은, 중국이 자유진영 국가들로부터 제재를 당하면서 식량의 자유로운 수급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음을 상정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다시 말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든지, 일본 또는 필리핀과 군사적 충돌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유진영 국가들이 중국에 대해 경제 제재를 취하게 될 터인데, 시진핑의 중국은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이 식량 안보를 강조하면 할수록, 또 갑자기 옥수수나 콩과 식물들의 수입량을 대폭 늘리면서 식량 비축에 나선다면, 이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시그널이 된다.
[중국은 식량 자급자족을 얼마나 실현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중국은 식량을 얼마나 자급자족하고 있을까? 중국 국무원은 공식적으로 “중국의 식량 공급을 담당하는 국가 곡물 및 자재 비축국 국장에 의하면 콩 량은 중국의 식량 자급률이 100%를 넘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사회과학원 농촌개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 2025년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이 끝날 때까지 중국은 곡물 약 2,500만 톤을 포함해 약 1억 3,000만 톤의 식량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입국으로, 지난해 중국의 총 곡물 생산량은 6억 8천만톤인데 반해 곡물 수입은 1억 4천만톤에 달한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 거시경제발전포럼의 보고서는 “현재 전체 식량의 3분의 1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식량 자급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지난 20년간 중국의 식량 안전 및 안보 수준, 즉 식량 자급률이 과거에 비해 높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이어 “안보 수준, 즉 식량 자급률은 2000년 93.6%에서 현재 65.8%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렇게 중국 내 식량 생산량을 줄이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요인은 농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식품, 농업 및 생물 공학 교수인 카렌 만클은 “중국은 2000년에 식량을 자급자족했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상황이 바뀌었다”며, “부분적으로는 농지의 양이 줄어들면서 도시 개발, 농지의 다른 용도 전환 등 식량 재배에서 다른 용도, 곧 공장 부지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대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 바로 미국, 캐나다, 호주라는 점이다. 이들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전체 수입중 37.3%를 차지한다. 그러니 문제가 생기면 중국의 식량 사정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여기에 중국의 또 다른 전략적 관심사는 해상 식품 무역에서 단절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농업 전문가 제네비브 도넬론 메이는 말라카 해협과 파나마 운하를 '식량 병목 현상'이라고 부르며, 중국이 특히 '말라카 딜레마'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더더욱 두렵게 하는 것은 미국의 힘에 의한 공급망 차단이다. 지난 해 미국 해군 연구소 웹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에서 “미국은 전 세계 여러 해상 요충지에서 중국의 공급망을 차단할 수 있다”며 “미 해군은 중국의 무기 작전 지역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선박이 이러한 중요한 병목 지점에 접근하면 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통치자들은 다른 나라를 두려워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자국민을 먹여 살릴 수 없다면 진정으로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니 시진핑 주석이 식량 안보를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다른 나라를 침공할 의도만 깨끗이 포기한다면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저렇게 과욕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시진핑의 정치적 기반이 위태롭다는 의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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