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썰물처럼 조용했던 中광군절, 소비시장 침체 뚜렷]
한때 중국을 소비의 물결로 뒤흔들었던 하반기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쌍11절, 싱글데이)가 지난 한달여 기간 동안의 대대적 행사를 마쳤지만, 시장 심리가 얼어붙고 매출도 부진해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는 현재 중국 경제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홍콩의 성도일보는 지난 13일, “ ‘11·11’ 프로모션, 더 이상 광란이 아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11·11'은 매년 11월 11일을 가리키며, 날짜 모양이 네 개의 막대기를 닮아 '싱글데이'라고 불린다”면서 “2009년 알리바바가 '싱글스 데이'를 전국적인 온라인 쇼핑 축제로 전환해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11.11'은 점차 세계 최대 규모이자 매출액이 가장 높은 온라인 쇼핑 축제로 발전했으며, 수많은 업체들이 대폭 할인과 혜택을 제공하며 홍콩의 일부 슈퍼마켓과 상점들도 참여했지만, 올해 한 달 넘게 이어진 '쌍일일'이 막을 내렸는데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성도일보는 이어 “중국 내 매체는 ‘거의 물이 빠지는 듯한 고요함 속에서 변신을 마쳤다’고 표현했으며, 전문가들은 시장 분위기와 판매 상황이 ‘침체됐다’고 평가했다”면서 “플랫폼들이 판매액을 축하하며 열광하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성도일보는 “안후이출판그룹 산하 ‘시장성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 ‘11.11’ 소비 시장의 냉각 현상은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과거 '11.11'절에는 위챗 친구의 타임라인이 '전리품 자랑'으로 가득했지만, 이제는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으며, 아파트 택배 수령소에도 더 이상 물건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지 않았다.”고 짚었다.
성도일보는 또한 “소비자의 이성적 절제와 소비 하향 조정뿐만 아니라, 경영자들도 생존의 어려움에 빠져 있다”면서 “보도에 따르면 항저우 여성복 매장 주인 천민은 ‘프로모션 행사를 열지 않으면 매장 방문객이 반으로 줄고, 프로모션을 하면 플랫폼 수수료와 할인 비용을 감안하면 한 벌 팔 때마다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고 짚었다.
이러한 흐름은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브랜드 측의 경영 논리가 조용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11.11'은 '단기간 판매량 급증'을 추구했지만, 지금은 '장기 고객 유지'를 더 중시한다는 것이다. 시장은 더 이상 단기적 열광을 조성하거나 충동 소비를 유도하지 않고, 진정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11.11 기간 소비 부진은 장기적인 부동산 위기 및 소득 보장 우려로 인해 소비자들이 예년보다 지갑을 열기 어려워진 데 기인한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소매업체들은 연간 할인 프로모션 전략을 채택하고 수십억 위안 규모의 소비 보조금과 쿠폰을 제공하며 프로모션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 대표는 회사 실적을 공유하며, “올해 ‘더블일레븐’ 기간 샤오미의 전 채널 매출액이 290억 위안에 달했다”면서도 “이 매출액이 지난해만큼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2024년 ‘더블일레븐’ 당시 샤오미의 전 채널 누적 결제 금액은 319억 위안을 돌파했다.
[역사상 최악의 쇼핑 축제, 우려스러운 현상도 나타나]
사실 이번 광군절 기간 동안의 쇼핑 축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우려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광군절 때에는 진짜 반값이었고, 속임수도 없었고, 그냥 직접 주문하면 반값으로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화장품, 가구, 옷, 생필품이 모두 팔릴 정도로 온라인 열풍이 정말 뜨거웠다. 사람들은 자정이 지나서도 정신없이 주문했고, 유니클로는 새벽 2시에 품절되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플래시 세일도 있었다. 자정 시간에 맞춰 컴퓨터 앞에 앉아 단돈 1위안으로 아이폰을 사려는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가격이 크게 싸지도 않고 어지러울 정도로 속임수도 많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광군절이 역사상 최악의 쇼핑 축제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광군절이 썰렁했던 진짜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악화되는 경제 환경과 잦은 정책 변화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높은 실업률, 디플레이션의 그림자, 부동산 위기의 압박 속에서 중산층과 젊은이들은 더 이상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큰돈을 쉽게 소비하지 않고 ‘지갑끈을 조이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소비 행동의 변화일 뿐만 아니라, 흥청망청한 소비에서 차분한 소비로, 트렌드를 쫓는 것에서 관찰하는 것으로 바뀌는 사회적 사고방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러한 결과로 올해 광군절이 극심한 매출 부진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스트리밍 매니저들이 올해 매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한 데이터에 따르면 광군절 관련 검색 건수가 작년 대비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였을까? 한때 트래픽을 주도했던 최고의 라이브 스트리밍 이커머스 호스트들이 집단적으로 은퇴를 포함해 일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중국에서 나타나는 4가지 이상 현상, “심각하다!”]
이번 광군절과 관련해 삼장문화(三臧文化) 회장 장치차오(臧其超)는 “올해의 광군절은 역사상 가장 암울했다”며, “거의 모든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트래픽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장치차오(臧其超)는 이어 현재 중국에서 나타나는 네 가지 이상 현상을 지적했다.
첫째, 노점상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청년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젊은이들이 택배 배달이나 육체노동에 참여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장년층과 노년층도 실직이 잦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노점상 운영을 통한 소득 증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둘째,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밀크티, 옷, 심지어 자동차와 집값까지 저렴해졌다. 하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고 저축하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인구 이동 방향이 역전되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대졸자들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과 같은 1, 2선 도시로 몰려들었지만,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대도시의 임금은 높지만 생활비 또한 높아 1년 후 저축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하물며 차나 집을 사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반면, 소도시는 생활비가 낮고, 집값도 저렴하며, 배우자를 찾고 결혼하기도 더 쉽다. 동시에 인맥과 자원을 축적하여 미래 창업을 위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넷째, 쇼핑몰과 관광지는 붐비지만, 정작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지갑을 꽉 쥐고 돈을 쓰기를 두려워한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거운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경제에 나타난 이상 신호, “핵심 동력 약화”]
그렇다면 이번 광군절에서 나타난 중국 경제의 이상 신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블룸버그는 지난 17일, 중국 재무부가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의 광범위한 재정 지출은 10월에 202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투자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약화되었다”면서 “중국의 두 가지 주요 예산(일반 대중 예산과 정부 자금 예산)의 총지출은 10월에 전년 대비 19% 급감해 2조 3,700억 위안(약 3,340억 달러)에 그쳤는데, 이는 2021년 초에 비교 가능한 데이터가 나온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며, 지출 규모는 2023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러한 급격한 하락은 정부 정책의 변화를 반영하며, 지난달 전반적인 경제 지표가 약화된 것을 볼 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에 대한 재정 지원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10월 투자(주로 예산 지출에 의한)는 전례 없는 감소세를 보였으며, 여기에 소비 부진과 외부 수요 약화가 더해지면서 경제 성과가 더욱 악화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 리셩 왕(Lisheng Wang) 등은 보고서에서 “정부 지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었고, 신규 지출의 상당 부분이 투자 프로젝트가 아닌 기업 부채 상환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고정 자산 투자의 전반적인 성장률을 크게 떨어뜨렸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기술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금융기관들 상당수가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금융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금융감독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는 4,000개가 넘는 금융기관이 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그 수가 225개나 줄어 5% 감소했으며, 이는 2024년 전체 감소폭인 195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채무 위기로 인한 은행 폐쇄다.
폐쇄된 금융기관의 대부분은 농촌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농업대출기관과 농촌은행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유형의 은행은 중국 전체 금융기관의 약 80%를 차지한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농촌 인구의 유출로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고, 은행 통합에 대한 압력이 커진 탓이다.
이에 대해 닛케이 아시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중국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해 한때 안전한 차용국으로 여겨졌던 지방 정부의 재정적 어려움이 더욱 심화되었다”면서 “중국의 지방 정부는 토지 수입에 의존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이런 수입원은 2021년 최고치에서 약 60%나 급감했다”고 짚었다.
이렇게 중국은 지금 다양한 위기 요인으로 경제는 더욱 침체 일로를 걷고 있고, 이로 인해 소비심리는 냉각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중국 최대의 쇼핑축제마저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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