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항공모함 파견한 트럼프, “곧 지상작전 펼쳐질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미의 반미성향 국가들에 대해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 국방부가 베네수엘라 해상에 항공모함을 파견하면서 전운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곧 지상타격작전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서 마약카르텔을 소탕하는데 있어 선전포고도 없이 그냥 죽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펜타곤은 전날 라틴 아메리카의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한 군사 작전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시사하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 전단을 해당 지역에 파견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이번 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상대로 벌이는 폭력 캠페인을 눈에 띄게 확대한 것이며, 이로 인해 이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푸에르토리코의 군사 시설에 첨단 F-35 전투기를 배치하는 것 외에도, 카리브해에 배치된 8척의 군함에 약 6천 명의 병력이 배치되어 있는데, 유럽에서 이 지역으로 이동 중인 포드 항공모함 전단에만 약 4,500명의 병력이 탑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럴드 R. 포드호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모함으로, 보통 수십 대의 전투기와 수많은 헬리콥터가 탑재되어 있으며, 구축함 USS 마한, USS 윈스턴 S. 처칠, USS 베인브리지와 함께 이동중이다. 포드호는 이미 카리브해에 집결해 있는 구축함 USS 제이슨 던햄, USS 그레이블리, USS 스톡데일, 유도 미사일 순양함 레이크 이리, 그리고 연안전투함 위치타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이와 함께 베네수엘라 인근에 이미 B-52 폭격기, MQ-9 리퍼 드론, P-8 포세이돈 정찰기, MH-6 리틀 버드 공격 헬리콥터, MH-60 블랙 호크 헬리콥터, 특수작전 선박 등이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마약 밀수 혐의가 있는 소형 쾌속정과 반잠수정을 파괴하고 탑승객을 살해하는 데 집중해 왔는데, 이를 통해 9월 초 이후 10건의 선박 공격으로 최소 43명이 사망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은 육지’라고 말하며, 베네수엘라(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집착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나 카르텔이 활동하는 다른 남미 국가들의 마약 연구소 및 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항모를 투입하는 건 미국이 내릴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성명”이라면서 “포드 항모 배치로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베네수엘라 내 마약 카르텔 시설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포드함 전투력은 마두로 정권의 군을 격파하기에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카리브해에 항모 파견…"마두로 떠나라는 메시지"]
미국이 이렇게 항공모함까지 파견하면서 지상작전을 통한 마두로 정권 축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자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전쟁을 벌이려 한다며 반발했다.
실제로 22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고위 군 지도자들과 함께 국영 TV방송(VTV)에 나와 “세계의 모든 군대는 이글라(IGLA)-S의 위력을 알고 있으며, 베네수엘라는 적어도 5000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 미사일은 군인 한 명이 운반할 수 있을 만큼 가벼운 미사일로 마지막 산, 마지막 마을, 마지막 도시에 배치됐다”며 결사항전의 뜻을 피력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수호신인 양 강조한 이글라는 러시아가 개발한 견착식 대공 미사일 시스템(MANPADS)이다. 미국의 스팅어와 유사한 미사일인데, 성능이 개량돼 최대 사거리 6000m, 최대 고도 3500m까지 드론, 저고도 항공기, 헬리콥터 등 공중 표적을 요격할 수 있다. 특히 이글라 미사일은 군인 한 명이 어깨에 메고 발사할 수 있어 유사시 공중을 장악할 미군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CNN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그 숫자와 질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베네수엘라 군대가 유지 보수나 예비 부품 부족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장비가 많아 외부의 적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항공모함까지 카리브해로 파견했다는 것은 지상작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며, 이는 곧 마두로 대통령을 직접 처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베네수엘라 군부가 마두로를 직접 축출할 거란 희망을 가져왔지만, 이젠 그러한 생각을 버리고 미국이 직접 행동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라이언 버그 미주 지역 담당 국장은 “미국이 가장 소중한 자산 중 하나인 항모 전단을 이 지역으로 보내고 있다”면서 “마두로에게 전하고 싶은 미국의 메시지는 이번이 그가 자발적으로 카라카스를 떠날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전포고도 없이 다 죽일 것”, 작전개시 명령만 남았다]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이젠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단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 시기는 포드 항모전단이 카리브해로 진입하면 곧바로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베네수엘라에서 곧 지상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관련 마약 카르텔에 대한 작전 계획을 의회에 알릴 예정이지만, 선전포고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의원들에게 이와 관련해 별다른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신나간 극단적 좌파들만 아니라면 다들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WP는 “마두로가 사실상 권좌에서 내려올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가자와 우크라이나에 이어 또 다른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전쟁을 빌미로 베네수엘라를 공격하는 것은 사실 마두로 대통령을 겨냥한 명분 쌓기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마두로를 향한 압박이 거세자 마두로는 미국에 협상을 제안하면서 목숨 보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FT는 24일, “미국의 압력이 커지면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과 협상을 시도했으며, 심지어 마두로로부터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안을 알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적당한 타협이 아니라 마두로를 직접 체포하여 제거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이기 때문에 그러한 제안을 미국이 거절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정부는 또 오랫동안 친미 노선을 유지하다 2022년 좌파 정부 출범 후 거리를 두게 된 콜롬비아와도 '절연' 수순을 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트로 대통령이 '마약 밀매를 방치한다'고 주장하며 최근까지 갈등을 빚어왔지만, 실제로는 남아메리카 지역의 좌익 정권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는 24일(현지시간) 페트로 대통령 및 그의 아내, 아들과 아르만도 베네데티 콜롬비아 내무장관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페트로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콜롬비아의 코카인 생산량이 수십 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코카인이 미국으로 넘쳐들어오고, 미국인들이 중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제재에 따라 페트로 대통령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개인 간의 거래도 차단된다.
미국과 콜롬비아는 전통적인 동맹 관계였지만 2022년 좌익 성향의 페트로 정부 출범 이후 점차 거리가 멀어졌다. 여기에 최근 이어진 미국의 '마약 운반선' 공격에 페트로 대통령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사이가 틀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에는 페트로 대통령을 ‘마약 수장’으로 칭하며 콜롬비아에 지급하던 마약 퇴치 지원금을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에 이은 콜롬비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그동안 반미성향의 국가들로 넘쳐났던 남미지역을 확실하게 우파정권으로 바꿔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서방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일컫는 '돈로주의'(Donroe Doctrine)를 가속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유럽의 간섭을 배제하고 미주 대륙 국가들의 자주성을 강조한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의 '먼로주의'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 '도널드'를 합성해 만든 돈로주의는 고립주의 속에 '세계 경찰' 역할을 이어가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자국 이익을 위해서는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먼로 전 대통령이 미국 독립 후인 1823년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유럽의 불간섭'을 표명했을 때, 그 '아메리카'엔 '라틴 아메리카'도 포함됐다. 미국은 이후 파나마 독립이나 콜롬비아 내전 등을 계기 삼아 남미 국가 내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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