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美로부터 늑대전사 비난받은 中리청강, 회담 앞두고 해임]
중국이 미국을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면서 손을 내밀었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미중무역회담을 방해한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던 리청강(李成钢) 세계무역기구(WTO) 상임대표를 해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중국은 미중간 불편해진 무역회담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기회를 열었고, 중국이 제기한 희토류 문제를 포함해 미중간 무역회담을 원만하게 풀어가기 위한 계기가 마련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0일, “리청강(李成钢)이 세계무역기구(WTO) 상임대표, 스위스 주재 유엔 제네바 사무소 및 기타 국제기구의 특명전권대사 및 부대표 직위에서 해임되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재외공관이나 국제기구 대사·대표의 경우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식 임명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이날 이같은 임면안이 발표됐을 뿐 무역대표에서 해임된 것은 아니다. 통상 중국의 외국 대사 임기는 2~4년으로 알려져 있다. 리청강 대표는 지난 2021년 2월부터 WTO 중국 대표를 맡아왔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4년반 동안 해당 직위를 유지한 것이 된다. 이번 인사로 리융사(李詠箑) 상무부 조법국장이 신임 WTO 대표 겸 제네바 등 국제기구 부대표직에 공식 임명됐다.
[미중 무역회담 앞두고 전격 교체, 미국에 화해 제스처]
사실 이번 인사조치는 전격적이었다. 특히 리청강의 면직 조치가 미중정상회담과 미국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중국 허리펑 부주석과의 대면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이루어졌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리청강 해임을 상당히 의미있게 보는 것은 미국의 베센트 장관이 리청강을 미중회담을 방해하는 자로 강력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중회담의 걸림돌로 지목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인물을 그대로 두고 또다시 미중무역회담을 열어봤자 그 성과는 또다시 충돌로 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갑자기 늑대전사인 리청강을 해임하고 대신 부드러운 리융사(李詠箑) 조법국장으로 대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리청강 대표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당국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홧김에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협박하는 말투로 발언했으며, 그 후 실제적인 조치로 이어졌다”면서 “실제로 리청강은 지난주에 전개된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및 미국 선박에 대한 중국 입항 수수료 부과 등의 공격 노선을 지난 8월에 예고했다”고 밝혔다.
FT는 이어 “리청강은 매우 격앙된 상태와 매우 공격적인 어조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미국이 '지옥불'을 보게 될 것이며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렇게 리청강이 예고했던 그대로 중국이 미국을 향해 대담한 도전을 해 오고 있다”는 것이 FT가 밝힌 내용이다.
리청강은 지난 3월 중국의 수석 무역대표로 임명됐으며, 미국과의 협상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함께 앉아 있었다. 그는 또한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대표단의 핵심 인물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리청강 국제무역담판대표가 자의적으로 대미 보복 조치를 기획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허리펑 부총리는 물론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의 지휘를 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중 협상은 중국의 민감한 최대 현안인 만큼,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지휘를 받을 수밖에 없다.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같은 글로벌 파급력이 큰 사안은 리청강 대표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이 일단 리청강을 앞세워 미국을 압박하는 협박성 발언과 함께 실제 그러한 조치를 취했지만, 그로인해 미국이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더욱 더 강력한 반발과 함께 그 분위기도 중국 뜻대로 돌아가지 않자 중국이 리청강을 희생양 삼아 분위기를 전환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분석된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이 이렇게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고 일단 긴급하게 발표하고 나선 것은 당장 이번 주 베센트와 허리펑간의 회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지난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중국의 리청강은 매우 무례했다”면서 “8월 회의에서 미국이 중국에 새로운 운송료를 부과할 경우 글로벌 시스템에 혼란을 야기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측은 지난 14일에 서로의 배송에 새로운 수수료를 적용했다. 또한 중국 상무부는 이번 달 희토류, 관련 장비 및 기술, 이를 함유한 제품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 통제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신화통신은 “지난 18일, 미국과 중국 간의 화상 통화에 허리펑, 베센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했다”면서 “베센트는 이달 말 한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대면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 주 말레이시아에서 허리펑을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카드, 사실상 4중전회 여론조성용 불과]
현재 미중간 오고가는 흐름을 보면 4중전회 직후에 열리는 미중간 무역회담과 미중정상회담 등은 상당히 긍정적인 대화들이 오고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중국의 거칠었던 희토류 무기화 카드는 사실상 힘을 잃게 될 것이고, 미중간 대화해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그 말은 시진핑이 거침없이 꺼내 들었던 희토류 무기화 카드는 결국 4중전회를 앞둔 시점에서 시진핑이 겪고 있는 위기 극복을 위해 민족주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한바탕 쇼였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미 베이징에서 보여졌다. 지난 16일, 블랙스톤그룹 CEO인 스티븐 슈워츠먼을 만났던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미 관계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라고 말하며, “중미 양국의 평화 공존이 유지되어야 할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양측이 효과적인 소통을 통해 이견을 적절히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 지도부의 공식적인 화해 의사를 왕이 부장이 강력히 보여주었다고 할 것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중국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켜져 있었고, 최근 들어서는 외신들마저 그 위험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8일(현지시간) “퇴행이 중국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면서 “중국 경제는 이익을 파괴하고, 노동자들 사이에 잔혹한 경쟁을 촉발하고, 악순환의 디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극심한 경쟁의 악순환에 갇혀 있다”고 질타했다.
WSJ은 그러면서 “중국 경제의 퇴행으로 인해 경제의 대부분 분야가 여전히 하향 경쟁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이는 광범위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중국은 지금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하루빨리 미중간 불화를 종식시키고 무역관계를 정상화시켜야만 한다. 그래야 중국 경제의 회생도 바라볼 수 있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지금 자존심 내세울 때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4중전회라는 중대한 정치 행사가 있어서 이 일정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리청강의 전격 해임은 미·중 무역 협상의 미묘한 국면을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리청강의 교체가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보다 유연하고도 온건한 접근을 시도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렇게 미·중 무역 협상은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이번 주 말레이시아에서 예정된 허리펑-베센트 회담과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의 향후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은 미중정상회담과 관련해 아직까지도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어찌되었건 중국은 지금 미국과의 대화를 신속하게 복원시키려는 의도를 확실하게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18일 열렸던 화상회담은 이미 미국과 중국이 협상 테이블에 진지하게 앉아 있음을 의미한다.
관건은 미중 양측이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점을 찾기 위한 양보를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적자 감소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국은 기술 발전과 경제 주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주 말레이시아 회담과 이달 말 정상회담이 돌파구를 마련할지, 아니면 긴장이 더욱 고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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