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갈수록 확산되는 중국-유럽 화물열차 중단 파문]
러시아의 드론이 폴란드를 침범하면서 비롯된 벨라루스와의 국경 폐쇄 파문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로인해 중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장거리 화물열차인 중국-유럽 고속철도(China-Europe Railway Express)의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EU로 향해야 할 1만 여개의 컨테이너들이 베이징에 발이 묶이면서 엄청난 물류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화교신문인 연합조보는 22일, “폴란드가 국경 안보 문제로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한 말라셰비체 항구를 무기한 폐쇄하면서 중국-유럽 철도 화물의 90%를 수송하는 중국-유럽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됐다”면서 “중국-유럽 화물열차 대리점 여러 명은 유럽연합으로 향하던 많은 컨테이너가 말라셰비체에 묶여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연합조보는 이어 “중국-유럽 고속철도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주요 프로젝트이며, 중국과 유럽을 잇는 가장 중요한 육상 운송로”라면서 “폴란드에 위치한 말라셰비체는 중국-유럽 화물열차가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관문으로, 중국-유럽 화물열차의 약 90%가 말라셰비체를 경유하여 유럽 26개국 200여 개 도시로 향하는데, 폴란드는 지난 12일 러시아-벨라루스 군사 훈련을 이유로 말라셰비체를 일시적으로 폐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폴란드 정부는 “국경 교통 중단이 물류 회사에 어려움을 주고 있지만, 현재는 ‘무역 논리’가 ‘안보 논리’로 대체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조보는 “작년에 중국-유럽 화물열차는 19,000대의 열차를 운행하여 207만 개의 표준 컨테이너를 운송했고, 화물 가치는 250억 7천만 유로(약 41조 2672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폴란드 당국의 벨라루스 국경폐쇄는 여객 열차의 경우 테레스폴-브레스트, 트럭의 경우 쿠쿠리키-코즐로비치, 화물 열차의 경우 쿠지니차 비아워스토카-그로드노, 시미아노프카-스비슬로치, 테레스폴-브레스트의 세 개 화물 철도 모두가 해당됐다. 한마디로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이 완전 차단된 것이다.
[폴란드의 화물운송 차단, 중국에 엄청난 파문 던졌다!]
문제는 폴란드가 중국-유럽 화물열차 노선 일부를 단절한 조치가 군사적 차원을 넘어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유럽 화물열차는 화물량 측면에서 해상 운송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의 핵심 요소로서 중국과 유럽을 잇는 중요한 대안 경로를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폴란드의 조치는 사실상 시진핑의 역점사업인 일대일로를 한순간에 좌절시킬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본토 언론들은 중국-유럽 화물열차의 연결이 끊김으로 인해 중국이 미국이 협상력을 보유한 해상 운송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라시아 대륙을 분열시켜 미국의 세계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중국의 계산에 전혀 없었던 대목이다.
물론 폴란드의 벨라루스와의 국경 폐쇄 이후 파키스탄, 이란, 튀르키예의 3국이 공동으로 철도 운송 사업 개시를 발표했는데, 이는 중국의 수출 화물 수송에 큰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새로운 노선은 중국-유럽 고속철도(China-Europe Express)의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에 새로운 무역 채널을 제공하는 동시에 북방의 압력을 분산시키고 폴란드와 NATO의 영향력을 완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회노선이 갖는 단점도 많다. 우선적으로 물류비용의 증가뿐 아니라 풀어야 할 숙제도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폴란드가 중국-유럽 화물열차를 차단한 행동에서 알 수 있듯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은 더 이상 단순한 지역 갈등이 아니라 세계적인 전략 게임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국의 외교노선도 다시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에 쌓여가는 컨테이너들,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당장 베이징과 폴란드, 그리고 이미 폴란드로 출발했던 열차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적체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추산키로는 이렇게 중간에 서 있는 컨테이너만 무려 1만 여개가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중국-유럽 익스프레스(China-Europe Express)를 통해 유럽 연합으로 들어오는 중국 컨테이너의 동쪽 관문 역할을 하는 말라셰비체에는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섬유 원자재를 실은 중국-유럽 화물열차 300대가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열차당 평균 적재량 100~110TEU와 실제 적재율을 고려할 때, 영향을 받는 화물량은 10,000TEU를 초과할 수 있다.
그래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5일 급거 바르샤바로 건너가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만나 3시간 넘게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폴란드가 벨라루스와의 국경을 다시 열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이날 왕이는 폴란드의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희토류와 폴란드산 농산물에 대한 무역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폴란드는 이를 외면하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폴란드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안보가 최우선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왕이 부장이 폴란드에 제시한 당근이 너무나도 잘못됐다는 비판도 있다. 우선적으로 왕이는 폴란드에 희토류의 수출을 제시했지만 사실 폴란드는 희토류가 그렇게 필요하지 않는 나라이다. 폴란드의 군비증강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더더욱 폴란드는 나토1등급 국가여서 나토가 폴란드에 대한 무기공급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희토류의 공급 제안 자체가 폴란드에게는 좋은 당근이 될 수 없다. 폴란드는 대규모 반도체 산업, 전기차 산업, 또는 군수 산업이 없기 때문에 희토류는 폴란드에 필수적인 자원도 아니다. 그 말은 왕이 부장이 뭔가 생각을 아주 잘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하나, 왕이부장이 카드로 제시한 농산물 혜택 역시 완전히 잘못된 제안이었다. 지금 폴란드의 농산물 수출 시장은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왕이 부장이 폴란드의 가려운 부분을 긁는데 완전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그렇게 어설픈 제안으로 폴란드를 설득하려고 했으니 잘될 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마르친 키에르빈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은 기자 회견에서 “지난 9월 10일 러시아의 폴란드 드론 공격 이후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금지령이 유지될 것”이라면서 “폴란드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고 어떠한 도발 위협도 없다는 확신이 서면 운항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언론과 평론가들은 폴란드의 결정을 비판하며, 중국-유럽 화물열차 운행 중단으로 인해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중-유럽 무역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중국-유럽 고속철도가 중국-폴란드 및 중국-유럽 협력의 핵심 사업이며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면서 “폴란드가 열차의 안전하고 원활한 운행과 국제 산업 공급망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바르샤바의 입장이 NATO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이 유라시아 철도 수송의 우회로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독일 공군은 21일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2대를 파견해 발트해의 중립 영공에 진입한 러시아 일류신 Il-20M 전자 정찰기를 추적한 뒤, 스웨덴에 주둔하고 있는 NATO 회원국에 감시 임무를 인계했다.
독일 공군은 성명을 통해 “NATO는 우리의 신속대응경보부대가 비행 계획도 없고 무전 연락도 없는 국제 공역의 미확인 항공기를 조사하도록 다시 한번 지시했다”면서 “그 항공기는 러시아 IL-20M 정찰기였으며, 육안 식별 후, 우리는 스웨덴 NATO 파트너들에게 호위 임무를 인계하고 로스토크-라게에 있는 우리 기지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하니만치 폴란드가 벨라루스와의 국경을 쉽게 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러시아의 나토를 향한 기습작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럴수록 제일 가슴을 졸이며 긴장하는 나라가 폴란드이기 때문이다.
특히 폴란드 입장에서는 중국 시진핑의 역점사업인 유럽으로의 일대일로를 차단함으로써 중국이 러시아의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은 물론 러시아가 나토를 향한 도발을 중지시키는 압력을 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실제로 폴란드의 화물분석그룹인 로지스티커(logistyca.rp.pl)는 지난 15일, “폴란드가 국경 검문소를 폐쇄하면 베이징이 모스크바와 민스크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과 EU 간 철도 운송의 90%가 폴란드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폴란드 외무부 대변인 파벨 브론스키도 “우리는 중국 파트너들에게 러시아의 파괴적인 행동에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다”면서 “우리는 (벨라루스 국경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폴란드에도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지만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반복적인 도발로 인해 우리나라는 이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먼저 안보를 잘 관리해야 하고, 그 다음에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 시점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가시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중단 및 도발 중단과 관련된 외교적 노력이 가시적으로 돌출되지 아니하면 폴란드나 나토, 그리고 유럽 역시 중국을 향한 외교적 압박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국이 과연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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