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네팔 대규모 시위, 공산당 정권 붕괴... 대통령 관저 태웠다!]
네팔의 공산당 정권이 붕괴했다. 소셜미디어(SNS) 접속 차단과 부패에 격분한 네팔 시위가 청년들을 중심으로 과격해지면서 경찰들도 이를 막지 못했고, 결국 행정수반으로 실권을 가진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네팔의 공산당 정부가 철저히 親中, 親시진핑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 정부에도 후폭풍을 거세게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네팔 영문 일간지 더히말라얀(The Mimalayan)은 11일자 지면을 통해 네팔에서의 시위가 결국 네팔 정권을 무너뜨리게 된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더히말라얀은 “네팔 정권을 무너뜨린 대중의 분노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의 지도자들을 무너뜨린 과정과 연계되어 있다”면서 “지난 2022년 9월 10일에는 섬나라 스리랑카를 휩쓴 대중의 분노가 거세지면서 대통령을 축출했고, 2년 후에는 방글라데시에서도 시위대가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집권 정부를 무너뜨렸다”고 보도했다.
더히말라얀은 이어 “이들 세 나라 시위의 공통점은 모두 특정한 불만으로 시작하여 결국 정부나 지도자들을 무너뜨린 점”이라면서 “지배 엘리트와 만연한 부패, 심화되는 불평등, 경제적 격차 등에 대해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굳건한 정치 체제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짚었다.
이번 네팔 시위도 마찬가지다. 이번 시위는 네팔 정부가 지난 5일부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 등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26개 SNS의 접속을 차단한 데 대해 강력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에 소극적인 정부에 실망한 젊은 층이 그동안 정부에 대해 많은 불만들이 쌓여 있었는데, SNS까지 봉쇄하자 결국 그동안 쌓아왔던 불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시위가 카트만두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로도 확산했다. SNS에선 사치품과 호화로운 휴가 생활을 과시하는 고위층 자녀들의 모습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대조하는 영상이 빠르게 공유되면서 젊은 층의 분노를 키웠다.
[Z세대가 중심이 된 반정부 시위, 아무도 막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BBC 중국어판은 9일(현지시간) “네팔 전역에서 정부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 봉쇄와 부패 혐의에 반대하는 청년 주도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면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Z세대’라고 쓰인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들고 수도 카트만두를 행진하며 거리로 나섰는데, 시위는 금세 폭력적으로 변해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어 “네팔 정부는 가짜 뉴스, 증오 표현, 온라인 사기를 퇴치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비판론자들은 당국이 국가에 부적절하거나 비판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온라인 콘텐츠를 통제하고 삭제할 수 있는 과도한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네팔에서는 약 1,700만 명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며, 봉쇄로 인해 이러한 서비스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과 커뮤니케이션이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고 짚었다.
BBC는 “이러한 대규모 시위는 소셜 미디어 차단으로 인해 촉발되었지만, 부패와 고위층 자녀들 문제가 확산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면서 “특별히 이번 시위가 자신들을 ‘Z세대’라 부르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벌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Z세대’란 1997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단어는 운동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특이한 것은 시위를 지휘하는 중앙 지도부는 없지만, 일부 청년 단체가 동원 세력이 되어 온라인에서 행동 촉구와 최신 소식을 발표하면서 시위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BBC는 “카트만두, 포카라, 이타하리 지역의 학생들을 포함하여 네팔의 모든 주요 도시의 대학생들이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소셜 미디어에 유포된 영상에는 학생들이 행진에 참여하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주최측은 또한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고 책을 가져오도록 권장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네팔 당국의 어설픈 대처가 화를 더욱 키웠다는 점이다. 지난 8일 국회의사당을 향해 행진하고 고속도로를 봉쇄하던 젊은 시위대에게 보안군이 발포하면서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발포하면 젊은이들이 무서워서 시위를 중단할 것으로 생각했던 당국의 엄청난 오판이었던 것이다.
발포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더욱 확산되자 정부는 결국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를 해제했지만, 이는 소요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시위대는 정부 청사, 대법원, 정치인들의 집을 불태웠다. 또한 네팔 정부 소재지인 싱하 두르바르 궁에 불을 지르고 공항과 호텔을 파손했다. 이에 따라 9일 자정까지 총리와 다른 네 명의 장관이 사임했다.
이와 관련해 라디오프랑스(RFI)는 “가장 극적인 순간은 9일 발생했다”면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KP 올리 총리의 집무실과 관저를 습격했고, 이로 인해 73세의 올리 총리는 사임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RFI는 이어 “네팔 TV가 방송한 영상에는 그가 군용 헬리콥터를 타고 수도 카트만두를 떠나는 모습이 담겼는데, 이는 며칠 전 베이징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서 그가 화려하게 등장했던 모습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면서 “그의 장관들 중 몇 명도 사임했으며, 많은 저명한 정치인들의 집이 공격과 약탈을 당했고, 의회는 불탔으며, 카트만두 공항의 교통은 마비되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네팔의 한 인플루언서는 로이터에 “모든 국민이 부패한 정부에 진절머리가 났다”며 “이번 시위는 매우 즉흥적이었지만 정부를 향한 분노는 몇 달 동안 쌓여왔다”고 말했다.
부패 감시 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네팔은 부패 인식 지수 조사에서 전체 180국 가운데 107위였다. 네팔은 239년 동안 지속된 왕정을 폐지하고 2008년 연방공화국이 됐는데, 최근까지 총리가 14차례 바뀔 정도로 정치적 혼란이 이어져 온 바 있다.
[부패와 미래가 없는 정치, 엄청난 빈부격차가 시위 원인]
그렇다면 네팔은 왜 이렇게 정치적 위기를 자주 겪는 것일까? 이에 대해 RFI는 “주로 국가의 혼란스럽고 잦은 권력 이양과 막대한 빈부 격차 때문”이라면서 “지난 17년 동안 네팔에는 14명의 총리가 있었는데, 2024년 7월 15일, 정치적 연합을 통해 권력에 복귀한 73세의 올리는 2015년 이후 네 번이나 총리직을 역임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AFP 통신은 “올리 총리는 부패에 찌든 지배 엘리트의 상징으로 묘사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정당, 마오쩌둥주의 정당, 중도 좌파 의회당을 번갈아가며 집권하지만, 네팔의 지형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또한 네팔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RFI는 “네팔의 청년들은 국가의 끔찍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었고, 결국 거리로 나서기로 결정했다”면서 “네팔군 참모총장은 10일 청년 시위 지도자들과 주요 단체 대표자들을 만났지만, 더 자세한 내용이나 구체적인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네팔 시위에 충격받은 중국, “공산당 독재 타도” 구호에 깜놀]
네팔이 이렇게 10년만에 큰 혼란에 빠지자 당장 중국 공산당에도 비상이 걸렸다. 조짐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시위의 원인이 소셜미디어 금지, 공산당 주도 사회의 부패, 권력 세습 등 지금 중국이 가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이 바로 네팔의 폭동성 시위의 원인이 되었고, 더더욱 시위에서 ‘공산당 독재 타도’라는 구호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팔에서는 공산당 본부가 불에 탔는데, 한 시위자가 깃대에 올라가 공산당 깃발을 뜯어 아래 군중에게 던지자 군중의 환호가 터져 나오는 영상도 공개됐고, 또한 당사에 있던 시진핑 주석의 사진도 뜯겨 나갔다. 이래저래 중국 공산당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이어진 것이다.
결국 올리 총리가 물러나기는 했지만 그는 네팔 공산당의 창립자로 2024년 7월, 3선에 성공한 후 첫 해외 순방지로 그동안의 관행과는 달리 인도가 아니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을 만났고, 일대일로 협력 증진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8월말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와 9월 3일의 군사퍼레이드에도 참석한 바 있다.
눈여겨볼 점은 정치적 격변 이전 네팔의 사회적 상황과 사회적 모순이 중국 본토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SNS 차단은 물론 네팔 공산당 정권 내부의 부패, 권력층 자녀들의 과시적인 부의 존재, 어려운 경제 상황, 높은 실업률 등 놀랍게도 네팔과 상황이 일치한다.
특히 이번 네팔 시위에서 군부의 중립적 태도가 시위를 격화시킨 면이 있다. 다시 말해 엄청난 시위의 물결에도 군부가 과격한 진압에 나서지 않으면서 네팔의 공산당 정부가 급격히 무너지게 된 것이다. 이 또한 지금의 중국 상황과 유사하다. 만약 중국내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을 때 과연 군부가 강력 진압에 동참할 것인지는 확언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중국전문가인 탕징위안은 “겉으로는 당이 총을 지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군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중국 공산당 군부 내에서 치열한 내부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 “실제로 군을 통제하는 인물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인 장유샤로, 중국 사회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면 군이 시진핑의 지휘를 거부할지, 아니면 덩샤오핑이 6·4 사건을 진압했을 때처럼 중국 공산당이 민중을 학살하는 데 동참할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네팔의 공산당에 대한 거부 사태가 중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이미 중국에서는 크고 작은 시위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시위의 성격도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최근 쓰촨성 장유시에서의 대규모 시위가 이를 말해 준다.
실제로 네팔의 공산당 정권 붕괴 이후 중국 네티즌들은 이 소식을 10일부터 빠르게 퍼나르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네팔 재무장관이 거리에서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하는 영상을 공유했고, 또 다른 영상에서는 시위대가 네팔 에너지부 장관의 자택에 거액의 현금을 던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와 관련해 차이센쿤은 “네팔은 하룻밤 사이에 변했다”면서 “전체주의 정권의 붕괴는 종종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주목을 끌었다.
그렇다. 시진핑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는 사회인 듯 보이는 중국이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네팔에서의 반 공산당 시위가 바로 이를 말해준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