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악의 축’ 국가 정상들만 모인 중국 천안문 열병식]
오는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블라디미르 푸틴을 비롯해 북한 김정은 등 ‘악의 축’ 국가들이 집결해 미국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열병식은 세간에 알려진대로 시진핑의 흔들리는 권위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또 어떤 연출이 공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김정은은 원래 초청 계획에 없었지만 급하게 베이징으로 불렀다는 소식도 들린다.

영국의 BBC는 28일(현지시간) “소위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전승절 열병식)에 시진핑 주석이 취임 후 세 번째로 천안문 망루에 오른다”면서 “이번 열병식을 통해 최근 중외 관계의 극적인 변화, 대만 해협 양안 정세, 그리고 중국의 국내 군사 개혁 및 무기 개발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BBC는 이번 열병식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하나 하나 되짚었다.
*의미 1: 중국 군부의 극심한 혼돈
2015년 9월 3일 첫 번째 군사 퍼레이드는 혁신적인 특징을 보여 주었다. 각 편대마다 두 명의 장군이 지휘하는 총 56명의 장군이 시진핑 주석의 직접 시찰을 받았다. 이러한 형식은 장군들이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충성심을 표명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시진핑은 집권 3년도 채 되지 않아 이미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을 벌이고 있었고, 군 내부에서는 그 강도가 더욱 거세졌다. 특히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인 쉬차이허우(徐才厚)와 궈보슝(郭伯雄)의 사건에 대해 ‘부패의 붕괴’라고 표현했다. 이 시기의 파격적인 열병식은 시진핑의 군 통제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졌다.
마찬가지로 2025년에도 중국군 최고위층에 대규모 인사 개편이 있었다. 차이점은 이번에 숙청된 사람들의 대부분이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시진핑이 직접 임명한 장군들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진핑 주석이 푸젠성에서 재임 중 만나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승진한 허웨이둥(何卫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군 정치를 총괄하는 먀오화(苗华) 장군, 국무위원을 겸임하는 리상푸(李尚福) 국방부장 등이 그들이다. 이로써 중앙군사위원회 7석 중 3석이 공석이 되었다.
시진핑의 최측근을 겨냥한 이러한 숙청은 시진핑 권력의 안정성에 대한 새로운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차원에서 다가오는 경축 행사에서 군사 퍼레이드 형식에 어떤 혁신이 이루어질지, 퍼레이드 총사령관은 누가 맡을지, 천안문 망루에 누가 오를지, 특히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의 참석 여부는 군 최고 지도부의 권력 구조를 관찰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다.
동시에, 원로 당원들의 참석 또한 주목할 만하다. 10년 전 천안문 탑에서 시진핑 주석의 한쪽에는 외국 국가 원수들과, 다른 한쪽에는 현존하는 두 전직 국가주석, 장쩌민과 후진타오와 함께 서 있었다. 올해는 장쩌민이 서거했고, 후진타오 전 주석이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갑작스럽게 시진핑에 의해 쫓겨난 바 있는데, 이러한 사건이 정치적 관측의 초점이 되고 있다. 나아가 원자바오, 주룽지 등 전 총리들을 비롯한 원로 당원들이 이번 행사에 참석할지, 그리고 어떻게 참석할지 또한 현재 정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의미 2: 어떤 신무기들이 공개될까?
열병식에 앞서 중국 당국은 70분간의 열병식에서 중국군의 최신 무기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첨단 극초음속 무기, 방공 및 미사일 방어, 그리고 전략 미사일이 포함되며, 모두 중국의 현존 주요 전투 장비에서 엄선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관리들은 “이번에 공개되는 장비는 주로 신형 4세대 장비이며, 신형 전차, 함재기, 전투기 등을 포함하지만, 육지, 해상, 공중의 무인 지능화 및 대무인화 장비와 네트워크 및 전자전을 포함한 신형 드론, 지향성 에너지 무기, 전자 방해 시스템 등 새로운 병력도 포함된다”고 소개했다.
*의미 3: 외교적 경쟁과 ‘악의 축’ 국가들 결집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8일, 이번 열병식에 참석하는 26명의 외국 국가원수와 정부 수반 명단을 공개했다. 신화통신은 이 명단의 맨 처음에 푸틴을, 그리고 북한 김정은을 두 번째로 내세웠고 이어 벨라루스 대통령, 이란 대통령, 쿠바 대통령, 미얀마 대통령 권한대행 등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눈여겨볼 점은 지난 열병식과는 달리 서방의 정상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9월 1일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석한 인도의 모디 총리마저도 열병식에는 불참키로 했다. 이렇게 서방국가의 정상들이 전면 불참키로 했다는 것은 중국이 외교적으로 오히려 고립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더불어 악의 축 국가들의 결집으로 미국에 대항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외교적 손실만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시진핑, 트럼프에 대한 영향력 과시 위해 푸틴, 김정은 초청]
특히 이번 천안문 열병식에 참석하는 정상들 면면에 대해 중국 인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중국 당국이 지난번과는 달리 열병식을 불과 5일 앞두고 참가자 면면을 공개했다는 점만 봐도 중국 당국이 막판까지 인도를 비롯한 서방국가 정상들의 초청을 위해 노력했지만 수포로 돌아갔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28일 로이터통신 기자는 외교부 기자 브리핑에서 “유럽 국가를 비롯한 서방국가 정상들이 이번 천안문 열병식 참석을 꺼리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답변을 회피하면서 엉뚱한 말만 하기도 했다. 그만큼 입장이 난처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BBC는 “이번 군사 퍼레이드는 외교 무대에서 중국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10년 전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 정상들이 참석했지만, 올해는 미중 관계가 급락하면서 서방 국가 원수 중 참석 의사를 밝힌 사람은 없었으며, 시진핑 주석의 참석을 지지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을 받을 위기에 처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밖에 없었다”고 짚었다.
이러한 열병식 참가 정상들의 면면에 대해 중국내 여론은 최악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내 SNS인 위챗 등에는 “열병식에 정상적 국가 지도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파시스트 독재자들이 반파시스트 열병식에 참석했다는 게 참 웃기네요”, “9월 3일 열병식에 시진핑 주석이 초대한 명단에는 매년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수억 위안의 돈을 받는 거지들만 가득하다. 그들은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중국 공산당의 요구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대만은 중국에 속한다'고 말만 하면 된다”, “중국인들은 이번에 초청된 국가들에는 휴가도 가지 않고 더더욱 학업을 위해 가지도 않는 나라들뿐이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이렇게 형편없는 초청국가들 명단임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은 이를 통해 미국을 향해 지정학적 게임에서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그러한 시진핑의 생각은 철저한 착각일 수도 있다. 시진핑이 푸틴이나 심지어 김정은에게도 미치는 영향력 자체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은 원래 초청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북한 김정은의 뒤늦은 초청 발표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우선 북한 지도자를 군사 퍼레이드에 초청한 것은 지난 1959년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시진핑과 김정은이 직접 만난 것도 지난 2019년 수교 70주년 기념 때가 마지막이다. 그 후 북중관계가 악화되면서 김정은과 시진핑이 만난 흔적까지도 모두 지워버릴 정도가 되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을 하면서 시진핑은 아예 북한과 거리두기를 해 왔다. 그렇다고 북한 김정은이 중국을 멀리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식량 수입의 90%를 아직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 김정은의 천안문 열병식 초대는 아주 의미있다. 시진핑이 노리는 가장 큰 목적은 북한 김정은을 미중관계 회복을 위한 카드로 쓰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진핑은 푸틴과 김정은을 동시에 만나 ’3대 악의 축 국가‘로 보이는 것을 지극히 꺼려왔다. 그럼에도 이번에 북중러 3국 정상들이 모이도록 초청했다는 것은 시진핑에게 있어서 외교적 과제가 그만큼 다급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 이란 지도자까지 포함된다. 이것은 완전히 미국에 엘로우 커드를 흔들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의 천안문 열병식 초청과 관련해 대만 언론 상바오(上報)는 29일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왕후닝(王滬寧)과 차이치(蔡奇)가 김정은의 방중을 주선했다”면서 “김정은의 초청에 대해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도 ’이번 열병식을 통해 전쟁을 하려는 국가가 아니라 평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이 엇갈렸지만 막판에 김정은을 최종 초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상바오는 이어 “사실 중국은 한국의 새 대통령 이재명을 적극적으로 초청하려 했지만 모호한 태도를 보이다가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을 보내기로 결정하자 베이징이 크게 불만을 품고 김정은의 위상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서 “왕후닝과 차이치는 중국 공산당이 러시아, 북한, 이란과 동맹을 맺는 것이 미국에 협상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바오는 “김정은의 천안문 열병식 초청은 결국 이재명에게 압력을 가하여 베이징에 대한 그의 입장을 바꾸고 일본에 대한 압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워싱턴은 베이징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 또는 경제적 조치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팩트 체크 하나, “중국군은 일본과 싸운 적이 거의 없다!”]
여기서 팩트체크 하나. 중국 공산군은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과 전면전을 펼쳤을까? 당시 마오쩌둥은 처음에는 일본의 전면적인 중국 침략이 중국 공산당에게 국민당군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영토를 확장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탈린은 이에 반대하며 마오쩌둥에게 장제스와 협력하여 일본군에 저항하도록 명령했다. 이를 통해 일본군이 중국 전장으로 유인되어 소련을 공격하는 것을 막고, 소련 동부 전선의 안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스탈린은 또한 마오쩌둥에게 월급과 군비를 지원하여 공산군이 일본군과 싸우도록 독려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의 팔로군과 신4군은 일본군과 소규모 전투를 몇 차례 치렀지만, 대규모 직접 충돌은 없었다.
그리고 1941년 4월 일소중립조약 체결 이후, 소련은 동부 전선에 대한 걱정이 없어졌고, 스탈린은 더 이상 항일 전쟁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결과, 중국 공산당은 일본에 대한 저항을 중단하고 왕징웨이(汪精衛) 정권과 협력하여 국민군을 상대했다. 결국 지금 중국 공산당이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것처럼 중국 공산군이 2차세계대전 당시 대대적으로 전투를 치러 승리했다고 우기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는 것이다. 하기야 6.25전쟁에서도 중국 인민해방군이 승리했다고 우기는 판에 무엇인들 변조하지 못하겠는가? 그게 중국의 본성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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