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글로벌타임스, 한미 조선업 협력 논의 비판]
중국이 한미간 조선업 협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여 한중간 관계에 또다시 경계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한미간 조선업 공동 발전 사업 자체가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한미간 조선업 협력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한마디로 한미동맹의 와해를 노리는 전략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거친 입’이라 불리는 환구시보의 영문판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GT)는 18일, 논평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조선업 분야 협력을 논의 중인 것과 관련, “이는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이 미국 방어체계에 편입돼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GT는 이어 “AP 통신은 17일, 미국 의원들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미국이 동맹국의 조선 전문 지식과 역량을 활용하여 자국의 역량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면서 “미국은 자국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한국과 일본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아 자국의 우선순위에서 자원을 분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GT는 “미국 상원의원들은 세계 2위와 3위 규모의 조선 강국인 한국의 최고 조선업체들과 만날 계획인데, 이 논의에서 미국 관리들은 미 해군을 위한 비전투 함정 건조 및 수리, 그리고 미국 조선소에 대한 투자 유치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가능성을 검토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번 논의가 비전투 함정과 관련된 것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지만, 비전투 함정은 미 해군에 복무하기 때문에 여전히 방위 산업의 일부로 광범위하게 간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GT는 “미국은 조선 산업 활성화에 집중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을 미국의 전략적·군사적 이익 증진을 위한 방위 산업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을 고려할 때, 이러한 상황은 미국이 두 주요 조선국을 자국 방위 체계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전술로 어느 정도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GT는 이어 “미국은 조선 협력을 모색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과 재정 투자를 활용하여 전략적 군사 목표를 달성할 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험을 초래한다”면서 “한국 또는 일본 로고가 부착된 이러한 제품이 제3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 작전에 사용될 경우, 이러한 로고는 한국이나 일본에 잠재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양국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한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미국 함정이나 선박이 중국과의 전쟁 무대에 나서게 된다면 그 선박을 제조한 한국과 일본에도 불이익이 갈 수 있다고 경고를 한 셈이다.
[GT,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에 불편한 심기 여과없이 드러내]
GT는 “미국 의원들의 이번 방문은 미국이 국가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위해 국내 해운 산업의 활성화 및 재건을 거듭 강조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면서 “미국은 조선 역량을 시급히 강화해야 하지만, 한국과 일본에게는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자국의 인재, 기술, 자본을 미국 조선 산업의 성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반드시 수익성 있는 사업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조선산업 성장을 도우며 또 미국의 함정 등을 제작하는 것 자체에 대해 중국은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설파한 셈이다.
GT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선 건조 부문은 2024년 전 세계 생산량의 0.1%를 차지했고, 중국이 53%를 생산했으며, 한국과 일본이 그 뒤를 이었다”며 “이 데이터는 현재 조선 산업과 고품질 생산 능력이 효율적인 제조 네트워크를 갖춘 동아시아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 네트워크는 선판부터 도료, 케이블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기 때문에, 이처럼 복잡한 지역 공급망에서 벗어나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 효율성과 수익 측면에서 불확실성을 안겨준다”고 훈수를 두었다. 한마디로 한국과 일본을 향해 조선업의 미국 진출을 하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GT는 “지난 5월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 선박 건조에 아시아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건조 비용도 거의 5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며 “미국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 산업을 되살리려 하고 있지만, 일부 해운 전문가들은 이 목표가 너무 어려워 궁극적으로 달성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고 짚었다.
GT는 그러면서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한국, 일본이 조선 산업 협력을 강화하더라도 경제적 결과는 불확실하며 반드시 수익성이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경우, 투자와 생산 이전은 국내 생산 능력의 성장을 저해하여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훈수를 두었다. 그러니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조선업의 미국 진출을 애저녁에 그만두라고 권고한 것이다.
GT는 마지막으로 “AP는 미국이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에 조선 전문 지식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한국과 일본 조선 산업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며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조선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완공 선박의 55.7%, 신규 수주의 74.1%, 수주 잔고의 63.1%를 차지했는데, 중국의 조선 성공은 고립이나 무역 장벽에 의존한 적이 없으며, 자원 공유와 공급망 협력을 통해 꾸준히 발전해 왔다”고 주장했다.
GT는 그러면서 “동아시아 조선 산업은 국경 간 협력이 풍부하다”면서 “이러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공급망은 모든 참여 국가에 이익이 된다”고 강조하면서 논평을 마무리했다.
눈여겨볼 것은 GT가 한국의 조선업과 관련된 이 논평을 게재한 후 노출 기사 목록에서 삭제했으며, GT내 검색으로도 찾아볼 수 없도록 조치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 논평 자체가 한국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미간 조선업 협력에 초조함 드러낸 중국, “두렵고 부럽다”]
GT의 이날 논평은 우선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조선산업이 미국의 국방력에 더해졌을 때의 파급효과에 대해 얼마나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속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 때문에 한국이 미국과 조선산업에 대한 협력 자체를 하지 말기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조선산업은 허우대만 클 뿐이지 실속은 별로 없다는 것이 중평이다. 특히 미중간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산 선박 주문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반면 중국산 선박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한국 조선산업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말에는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이 중국에 액화천연가스 벙커링 선박(LNGBV·Liquefied Natural Gas Bunkering Vessel) 2척을 맡기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선박을 건조할 슬롯까지 확보해 둔 상태였는데 최종 주문을 넣지 않아 계약이 파기된 것이다. 지난 3월 24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무역대표부(USTR·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공청회 이후 중국산 선박 건조 주문이 취소된 첫 사례다.
조선업계에서는 향후 중국산 선박에 대한 수요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엑손모빌이 선박 건조를 취소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대(對)중국 수수료 부과 정책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수백만달러의 수수료를 실제로 부과하면 중국산 선박을 선택할 요인이 없어진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국영조선공사(CSSC)와 그 자회사들이 주축인 중국의 조선업체들은 작년 기준으로 전 세계 조선 시장의 약 47%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29%로 그 뒤를 쫓고 있으며, 일본은 17% 정도로 추산된다”면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업체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탄소 저감 친환경 선박 수주에 집중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 회사 레달 등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업체들의 총수주액은 136억 달러(약 18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41.4%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의 성장률(8.6%)과 수주액(126억 달러·약 17조2000억원)보다 많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 조선업간에 기술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중국의 조선업은 불안해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중국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이 호주 항만에서 구동계 고장으로 움직일 수 없게 돼 중국으로 견인됐다. 지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다. 안정적인 LNG운반선을 양산할 수 있는 한국 조선업의 기술 우위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싱하이밍의 “극우세력 단속하라!” 주문에 이은 내정간섭 주목]
이렇게 GT의 한국 조선업에 대한 내정간섭성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싱하이밍(邢海明) 전 주한중국대사가 “한·중 관계가 나빠진 것은 한국 내 반중(反中) 극우세력 탓”이라며 단속을 주장했던 발언이 다시금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에 근무할 때도 잦은 도발성 발언으로 주목을 끌었던 싱하이밍은 지난 7월 29일, 루이지(瑞吉) 호텔에서 열린 제25차 한·중 지도자포럼에서 “극우·보수세력·일부 정치세력’들이 한·중 관계를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외부로 전혀 공개되지 않았으며 발언의 개요만 참석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문제는 이러한 발언들을 일회성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정권이 교체된 후 중국 당국이 한국을 마치 자신들이 얼마든지 핸들링을 할 수 있는 국가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한국을 낮잡아보는 그러한 발언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 당국도 중국내 이러한 내정간섭성 발언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물론 조현 외교부장관이 지난 3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직면한 지정학적 도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이 이웃 나라들에 다소 문제가 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이 남중국해와 황해(서해)에서 벌여온 일들을 지켜봐 왔다”고 말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과연 중국의 한국을 향한 갑질이 이번 정권에서 얼마나 드러날지 온 국민이 지켜보면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갑질성 내정간섭 발언에 대해 우리 국민이 침묵한다면 중국은 아마도 한국을 능멸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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