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DeepSeek의 차기 AI 모델, 중국 칩 사용 시도로 지연]
중국의 AI회사인 딥시크(Deep Seek)가 화웨이 칩을 사용하여 모델을 훈련시키는데 실패한 후 새로운 모델 출시를 연기했다. 이는 미국의 기술을 대체하려는 베이징의 노력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은 중국으로의 수출을 재개한 엔비디아 H20칩에 대해 이런 저린 시비를 걸고 있지만, 속내는 엔비디아 칩에 대한 기밀사항을 확보하기 위해 협잡질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 2의 딥시크'로 주목하던 중국의 AI 서비스 '마누스'가 최근 중국을 떠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중국의 AI회사인 딥시크가 1월에 R1모델을 출시한 후 엔비디아의 시스템 대신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프로세서를 채택하도록 당국의 권고를 받았다”면서 “그러나 딥시크는 어센드 칩을 활용해 R2훈련을 시도했지만 지속적인 기술적 문제에 부딪쳤고, 이로인해 훈련에는 엔비디아칩을, 추론에는 화웨이 칩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이러한 문제들이 딥시크의 R2모델 출시를 늦추게 된 근본적 이유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경쟁사들에게 밀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학습은 모델이 대규모 데이터 집합으로부터 학습하는 것을 의미하고, 추론은 학습된 모델을 사용하여 예측을 하거나 챗봇 질의와 같은 응답을 생성하는 단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FT는 “DeepSeek의 어려움은 중국 칩이 핵심 작업에 있어서 여전히 미국 경쟁사보다 뒤처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중국이 기술적 자립을 향해 나아가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중국의 기술 관계자들은 중국산 칩이 안정성 문제가 있고, 칩간 연결성도 느리며 엔비디아 제품에 비해 소프트웨어도 열악하다”고 짚었다.
FT는 그러면서 “AI모델 개발에 난관이 잇따르자 화웨이는 딥시크 회사에 엔지니어 팀을 상주시키면서 R2모델 개발을 지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딥시크는 어센드칩을 활용한 성공적인 학습수행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엔비디어 저사양칩 H20에 시비거는 중국, 이유있었다!]
이렇게 화웨에 칩으로 딥시크의 AI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엔비디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하에 저사양칩인 H20을 중국에 공급하기로 결정했지만, 정작 중국은 이에 대해 계속 시비를 걸면서 중국회사들에게 H20칩의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10일 “미국이 칩에 백도어를 설치한 것이 의심된다”면서 “엔비디아의 H20 칩이 안전하지 않고, 발전되지 않았으며,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은 7월 31일 엔비디아를 소환해 칩 취약점이나 백도어로 인한 보안 위험을 설명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인민일보는 “엔비디아의 H20 칩이 ‘위치 추적’과 ‘원격 정지’ 위험이 있다”면서 “엔비디아는 설득력 있는 보안 증거를 제공해야 하며, 그래야 엔비디아가 중국 사용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엔비디아의 최고보안책임자(CSO) 데이비드 레버는 5일 성명을 통해 “자사 GPU에는 ‘원격 종료’나 ‘백도어’ 문제가 없으며, 그런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면서 “백도어는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해커도 악용할 수 있는 위험한 취약점이며, 이는 사이버 보안의 기본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의 엔비디아 칩에 대한 문제 제기는 H20칩의 기술 공개를 요구하기 위한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마디로 백도어나 원격 종료와 관련된 기술이 H20내에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설계도를 중국 당국에 제시하라는 요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결국 화웨이의 어센드 칩 개발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러한 화웨이칩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엉뚱하게 엔비디아의 H20칩에 대해 시비를 걸면서 H20의 기술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공산당은 가끔 강력하게 뭔가 주장할 때 그 이면으로 숨겨진 의도가 있을 때가 많다. 이와 관련해 데일리시그널(Daily Sinal)은 “중국 공산당은 핵심 해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미국 화학 제조업체 헌츠먼(Huntsman)은 사업 허가 심사 과정에서 중국 정부 기관으로부터 민감한 기술 정보 공유를 요구받은 적이 있는데, 이후 중국 화학 경쟁업체가 헌츠먼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당국이 엔비디아의 H20칩에 대해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H20칩의 설계 및 제조와 관련된 핵심기술을 탈취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제2의 딥시크'마저 짐싼 이유 있었다!, 결국 중국 손절]
이런 차원에서 중국의 ‘제2의 딥시크’라 불렸던 스타트업마저도 중국에서 기술개발을 하는데 있어 한계에 부딪치자 아예 중국내 모든 회사들을 싱가포르로 철수하면서 결국 중국을 손절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국의 재일재경(第一财经)은 지난 7월 19일, “마누스(Manus)를 개발한 중국 AI 스타트업 버터플라이이펙트테크놀로지가 중국 SNS 계정을 모두 삭제하고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했다”면서 “이들이 중국 사업을 접고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개발 인력 40명을 제외한 80여 명의 직원들을 모두 해고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3월에 공개된 마누스는 '세계 최초의 완전 자율 AI 에이전트'로 지대한 관심을 끈 바 있는데, 이는 AI가 인간의 지시를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생각해 다양한 작업을 처리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공개 당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최초의 AI'로 실리콘밸리에 딥시크 이상의 충격을 줬다는 평가를 받자 포브스 등의 외신들도 앞다퉈 보도한 바 있다.
심지어 마누스는 주식거래 시점, 부동산 매매 여부 결정 등 '전문가의 영역'까지 따라잡으며 윤리성 문제가 제기되기까지 했다. 이렇게 마누스가 세상의 관심을 끌게 되자 시진핑 주석마저 나서 “인공지능의 국가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제 2의 딥시크가 등장했다"며 마누스를 주목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진핑의 관심까지 끌었던 마누스는 지금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고, 중국에 있었던 회사 근거지는 물론 흔적마저 모두 지워버렸다. 이에 대해 버터플라이이펙트는 공식적으로는 ‘운영 효율성 제고와 글로벌 전략 피벗’을 위해 본사를 이전했다고는 하지만, 실제적인 이유는 미국 등 서방의 재정적 지원과 글로벌 서비스 개시를 위해 중국 본토를 떠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누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중국 AI 서비스가 미국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중국 내부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뚜렷한데다, 중국 당국의 압박으로 중국내에서 서비스를 무료로 개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결국 AI 서비스 업계의 특성상 데이터센터 등의 필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 비용이 많이 쓰이지만 서비스로는 돈을 벌 수 없는 '적자산업 구조'라는 점이 중국내 잔류를 가로막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돈을 벌기 위해 미국 등 해외에서 서비스를 개시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딥시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보안 등을 문제로 여러 글로벌 국가에서 '중국산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마누스도 초기 서비스 구축을 위해 구글 클라우드 등 AI 인프라를 활용했지만, 최근 서방의 대중국 기술 제재 및 규제의 영향으로 구글과의 기술적, 상업적 직접 협력의 길도 사라졌다. 그래서 버터플라이이펙트가 구글의 대체재로 눈을 돌린 건 알리바바의 AI다. 알리바바가 개발한 AI 챗봇 '퉁이첸원' 개발진들과 함께 중국어 버전 마누스 개발에도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버터플라이이펙트는 결국 알리바바와의 협력도 중단하면서 ‘중국과의 단절’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알리바바와 기술협력을 하게 되면 버터플라이이펙트의 많은 기술들이 공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전문가들은 “버터플라이이펙트가 자신만의 영업기밀을 준수하면서 중국내에서 AI개발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중국 당국이 딥시크와의 협업을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마누스만의 독자적 기술을 보존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 진단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진보된 칩들도 마음대로 쓰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AI를 만드는 데는 한계를 느끼면서 결국 중국과 손절하기에 이르렀을 것이란 의미다.
이렇게 중국은 AI개발에 엄청난 절벽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기술을 뛰어넘지 못하는데다 중국 당국의 기밀 공개 요구 등으로 인해 회사의 독자적 기술을 고수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결국 중국과 손절하는 일들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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