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중국 지도부 베이다이허 회의 시작. 시진핑 대신 차이치 참석]
중국의 운명을 가를 베이다이허 회의가 3일 시작됐다. 그런데 이 자리에 당연히 참석해야할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불참했으며, 대신 차이치(蔡奇)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참석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특별히 시진핑 실각설이 나도는 지금 베이다이허 회의에 시진핑이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던져준다.

홍콩의 명보(明報)는 4일, “중국중앙TV(CCTV)의 ‘신문렌보(新聞聯播)’는 전날 차이치가 시진핑 총서기를 대신하여 베이다이허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전문가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면서 “이는 중앙 지도부가 베이다이허에서 여름 휴가에 돌입했음을 의미하며, 당·국가 지도자들은 2주 정도의 휴가를 보낸 후 베이징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1954년부터 1965년까지, 그리고 1984년부터 2002년까지 허베이성 친황다오시 베이다이허에서 매년 하계 휴가를 겸한 하계 시무를 하는 자리로, 이 기간 동안 중국 공산당의 고위 지도자들이 모여 토론하는 것을 통칭한다. 2003년 이후 베이다이허 하계 사무 제도는 폐지되었지만, 그럼에도 베이다이허 회의는 당의 원로들과 중국공산당 고위 지도자들이 모여 정국의 흐름을 논하는 비공식적인 논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면서 당 원로들의 정치 개입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당 원로들과 공산당 고위 지도자들과의 면담은 배제되었으나 그럼에도 당 원로들은 자신들끼리 모여 중국 정국의 흐름에 대해 토론을 계속해 왔다.
이 자리에 중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지성인들도 초청해 특강 형태의 강연도 실시했는데, 차이치가 3일 베이다이허에 와서 격려했다는 것은 바로 당 원로들과 고위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특강이나 세미나의 연사진들을 격려했다는 의미다. 차이치의 베이다이허 방문에는 스타이펑(石泰峰)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장과 천이친(陈宜琴) 국무위원도 동행했다.
CCTV의 보도화면을 살펴보면 올해도 약 50여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는 중국공정원 원사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정난닝(鄭南寧), 그리고 역사학자이자 베이징대 지역·향촌연구소 소장인 첸청단(錢乘旦)도 동행했다.
[베이다이허 회의, 시진핑 불참은 장유샤의 압박 때문?]
중요한 것은 베이다이허 회의에 당연히 참석해야 할 시진핑 총서기가 불참하고 대신 차이치가 시진핑을 대신해 세미나 등의 참가자들을 격려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신문은 지난 1일 “10월 소집된 중국 공산당 4중전회, 시진핑 운명 결정된다!”는 제목의 중국관찰(유튜브 3462회)에서 “베이다이허 회의가 드디어 막을 올렸는데 시진핑 주석이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중난하이에 남아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면서 “이러한 소식이 사실이라면 시진핑은 이미 치명상을 입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

우리 신문은 이어 “하기야 지난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진핑은 당 원로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기는 했어도 사임 압박은 받지 않았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시진핑이 의도적으로 베이다이허 회의를 회피했을 수도 있고, 당 원로들이 불참을 권유했을 수도 있다”고 짚은 바 있다.
일단 우리 신문의 집중 취재에 의하면 시진핑이 베이다이허 회의에 불참한 것은 ‘건강상의 이유’라고 대외적으로 알리고 있지만 당 원로들을 비롯해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이 참가 자체를 거부했다는 설이 더 신빙성있게 들린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의 핵심 주제가 바로 시진핑 당서기의 처리 문제인데 당사자가 참석해 있으면 회의를 진행하기가 거북하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베이다이허에서의 차이치 행동, 완전히 달라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한 차이치의 행동이 예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차이치는 2023년 8월 3일과 2024년 8월 3일에 베이다이허에서 여름휴가 전문가들을 만난 적이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의 보도를 지난 2년과 비교해보면, 올해 차이치의 베이다이허 방문에는 중요한 변화가 포착된다.
차이치의 지난 2023년 베이다이허 연설에서는 시진핑의 위업을 적극 강조하면서 인재사업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한 바 있지만, 지난해에는 시진핑에 대한 칭찬 강도가 매우 약해졌다. 실제로 차이치는 “시진핑 당서기가 인재사업에 대한 중대한 지시를 내렸다”는 객관적인 발언만 했지 23년때와 같이 ‘역사적 성과’, ‘역사적 변화’ 같은 아첨하는 말은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에는 인재사업에 대한 ‘당중앙’의 영도만 강조했지 시진핑의 이름은 거론조차 하지도 않았다.
이미 지난해 4월부터 시진핑 주석의 영향력이 축소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차이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 지난 여름 이후 차이치는 시진핑의 품에서 완전히 거리두기를 했다는 것을 잘 알 수가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 신문이 “확 바뀐 中공안파트, 시진핑의 운명이 차이치 손에 달려 있다!”라는 제목의 중국관찰(유튜브 3448회)을 통해 차이치가 어떻게 시진핑과 멀어지게 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시진핑의 권위 약화와 차이치의 변심, 그리고 장유샤를 비롯한 반 시진핑파의 결속 등으로 인해 중국 지도부의 힘의 균형이 급격하게 무너져 내렸는데, 이러한 모습을 차이치의 3년 연속 연설 내용으로도 분명히 확인할 수가 있는 것이다.
[8월 1일, 인민해방군 계급장 수여식에도 불참한 시진핑]
이와 함께 시진핑 당서기가 지난 1일의 인민해방군 건군절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런데 매년 성대하게 행사를 치렀던 이 건군절에 당연히 있어야 할 상장 계급 수여식을 하지 않았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대, 그리고 시진핑 초기에는 ‘8월 1일’ 계급 수여식이 관례였다. 특히 현재 군 고위 장성들이 대규모 숙청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시진핑은 의외로 어떤 상장도 승진시키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화통신은 “국방부는 7월 31일 인민대회당에서 환영회를 개최했다”면서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자 군사위원회 합동참모부 참모장인 류진리,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자 군사위원회 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인 장셴민이 환영회에 참석했으며, 국방부장 등쥔(董軍)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상장 계급 수여식이 돌연 증발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부패 혐의로 상당수의 장군들이 축출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조건 이들을 충원하는 차원에서 승진시키는 절차가 있었어야 하는데 모두 생략된 것이다.
실제로 시진핑이 취임 이후 승진시킨 79명의 상장 중 최소 10명이 공식적으로 조사받거나 해임되었다. 이 중에는 전 국방부장 웨이펑허(魏凤和), 리상푸(李尚福), 전 공군 사령관 딩라이항(丁来杭), 전 로켓군 사령관 리위차오(李玉超)와 주야닝(周亚宁), 정치공작부 주임 먀오화(苗华), 그리고 해임되었지만 공개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전략지원부대 사령관 주치안생(巨干生)과 로켓군 정치위원 쉬중보(徐忠波)가 포함된다.
이외에도 12명 정도의 고위급 장성들이 공식적으로 낙마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조사중이거나 연락이 끊겼다. 이 중에는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허웨이둥(何卫东), 육군 정치위원 진수통(秦树桐), 해군 정치위원 원화지(袁华智), 서부 전구 사령관 왕하이장(汪海江), 동부 전구 사령관 린샹양(林向阳), 남부 전구 사령관 왕수빈(王秀斌), 군위원회 법정치위원회 서기 왕인화(王仁华), 정치공작부 상무부주임 허홍쥔(何宏军), 무장경찰 사령관 왕춘닝(王春宁), 정치위원 장홍병(张红兵), 로켓군 현직 사령관 왕후빈(王厚斌)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따지면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시진핑 집권 기간에 승진한 상장급 장성 중 22명이 ‘문제'를 일으켰으며, 비율은 20%를 넘는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번 건군절에 장성들을 어느 누구도 승진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의 고위급 소식통은 건군절에 장성들을 승진시키지 못한 3가지의 이유를 들었다.
첫째, 시진핑이 상장급 장성을 승진시키는 데 이전처럼 자유롭게 결정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 3중전회 이후 당내에 시진핑의 뜻과는 다르게 집단지도체제가 강화됐다. 이는 장유샤 부주석이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기도 하다. 당연히 장성들을 승진시키는 중앙군사위원회 역시 그전에는 시진핑 뜻대로 정했으나 장유샤가 버티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오히려 맥을 못 추는 상황이라 시진핑이 원하는 장성들의 승진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앙군사위원회는 장유샤, 장셴민, 류전리 등은 한 파벌에 속하며, 시진핑은 약세에 처해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시진핑이 현재 상장 임명 자격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상장을 임명하려면 중앙 군사위원회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시진핑이 추천했던 수많은 장성들이 부패 혐의로 낙마했는데 그런 시진핑이 또다시 다른 장성들을 추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시진핑과 장유샤간 승진 대상자를 놓고 충돌했을 가능성이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이번에 승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점은 군부에서의 시진핑 영향력은 이미 상실했으며 앞으로도 군부내 권한을 확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23년 12월 29일 갑자기 해임된 리상푸를 대신해 국방부장으로 임명된 둥쥔이 지금까지 중앙위원으로 승진하지 않았으며, 국무위원도 아니다. 이는 둥쥔이 군부에서 저항을 받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를 승진시킨 시진핑에게 큰 체면 손실을 안겼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군부에 의해 코너로 몰려있는 시진핑이 최소한 국가주석직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마지막 생존의 구명줄이라 할 수 있는 베이다이허 회의에까지 참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그를 대변해 줄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시진핑에게 긍정적인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번 베이다이허에서 과연 어떤 중요한 결정들이 내려질지 우리 신문도 계속 안테나를 치켜 세우고 정보 수집을 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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