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美국무 “트럼프·시진핑 회담 가능성 높아…양쪽 모두 원해”]
미국의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해 주목을 끌었다. 루비오 장관의 이날 발언이 중요한 것은 만약 미중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면, 그것도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국가주석의 자격으로 트럼프와 만나게 된다는 것은 중국의 권력 변동이 당분간 없을 수 있다고 진단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미중정상회담에 대해 온 세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작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뜻밖의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루비오 장관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한 후 연내 성사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 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양쪽 모두가 그런 일이 일어나길 원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
로이터는 이어 “구체적인 날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다만 양쪽 모두에 회담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다고만 답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정상간 회담이 이뤄진 적은 아직 없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루비오 장관과 왕 부장간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관세 협상을 위해 미중 고위급 협상이 이뤄진 적은 있지만, 외교 수장간 직접 대화는 없었다.
[중국 관영매체의 의외의 반응, 미중정상회담 언급도 안했다!]
그런데 이렇게 중대한 내용에 대해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물론 심지어 외교부마저도 트럼프-시진핑간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1일 늦게(오후 6시 50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자 외교부장인 왕이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다”며 “양측은 중미 관계 및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어 “왕이 국무위원은 중미 관계 발전에 대한 중국의 원칙적인 입장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며, 양측은 양국 정상이 도달한 중요한 공감대를 구체적인 정책과 행동으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그는 미국 측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태도로 중국을 바라보고, 평화 공존과 협력 상생을 목표로 대중국 정책을 수립하며, 평등하고 존중하며 호혜적인 방식으로 중국을 대하고, 새 시대 중미가 함께 나아갈 올바른 길을 모색하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그러면서 “양측은 이번 회담이 긍정적이고 실용적이며 건설적이었다고 인식하고, 모든 분야의 모든 수준에서 외교 채널과 소통, 대화를 강화하고, 외교 부서가 양자 관계 증진에 있어 역할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며, 차이점을 관리하면서 협력 분야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중국 외교부의 공식 발표 어디에도 미중정상회담 관련 내용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중국의 공식적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신화통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신화통신은 중국외교부의 발표보다 훨씬 늦은 12일 오후(3시 7분) “왕이, 중미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 언급: 참여 강화, 잘못된 판단 방지, 차이점 관리, 협력 확대”라는 제목으로 루비오와 왕이간의 회담 내용을 전하면서 외교부의 공식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신화통신 보도 어디에도 시진핑-트럼프간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고, 당연히 양국이 이러한 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것 역시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보도 내용을 찾아봤다. 인민일보는 일단 12일자 3면에 짧게 소개했다. 내용은 외교부 발표를 그대로 옮겼다. 그러나 인터넷판 보도는 12일 오후(3시 23분)로 매우 늦었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중국 외교부가 루비오 장관과 왕이 부장의 만남에 대해 공지를 한 것은 지난 11일 오후 6시 50분이었는데, 이를 즉각 보도해야할 신화통신은 그로부터 무려 20시간이나 지난 다음 날 오후 3시 7분에서야 공식 보도를 냈다는 점이다. 그것도 트럼프-시진핑간 정상회담 가능성 이야기는 쏙 빼고 보도했다. 그리고 인민일보는 신화통신이 보도한 것을 16분 후에 인터넷판에 그대로 전재했다.
그러나 홍콩의 시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오후 늦게(9시 8분), “왕이 외교부장이 마르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과의 교류 심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시진핑 간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면서도 “양측이 적절한 분위기와 적절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中관영매체들은 왜 미중정상회담 가능성 내용을 삭제했을까?]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지금과 같이 미국과 중국간 외교적으로 충돌하고 특히 관세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트럼프-시진핑간 정상회담을 열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중요한 이슈임에도 왜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에 대해 모두 숨겼을까? 특히 루비오 장관의 발언에 의하면 왕이 부장도 이 회담을 적극적으로 원한다고 했는데 왜 중국 외교부마저 이러한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저변의 내용을 알기 위해 우선 그날 회담장 분위기부터 알 필요가 있다. 루비오와 왕이는 이날 처음 만났는데 당연히 양 외교장관간 회담을 시작하며서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실제로 미 국무부의 보도사진을 게시하는 사이트에도 회담 전에 의례적으로 촬영하는 단체사진도 없었고 더더욱 양 장관간 악수 사진 역시 없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회담 시작전 단체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어찌되었건 단체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사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왕이가 지난 2월 루비오 장관과의 첫 전화통화에서 아주 무례하게 대한 적이 있었다. 한마디로 ‘몸조심하라!’는 식의 경고성 발언이었는데 이에 루비오 장관도 매우 불쾌하게 반응한 바 있었다.
물론 왕이가 그렇게 루비오를 대한 것은 루비오가 국무장관이 되기 전인 상원의원 시절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하고 대표적인 반중선봉대로 다양한 중국 옥죄기 법안들을 만드는데 앞장서기도 해 아예 중국으로부터 두 차례나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아마도 왕이는 루비오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편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두 사람 간 사이가 냉랭했음에도 이날 회담 전체 분위기는 비교적 온화했다. 중국 외교부도 “양측 모두 이번 회담이 긍정적이고 실용적이며 건설적이었다는 데 동의했다”고 했고, 미 국무부의 서면 성명에서도 “논의는 건설적이고 실용적이었다”고 밝힐 정도였다.
그런데 이날 회담에서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날 중국 외교부나 관영매체들이 보인 태도는 매우 이례적이다. 우선적으로 중국 외교부는 공식성명에서 미중정상회담 가능성 부분을 아예 삭제했고,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역시 정상회담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또한 인터넷판에 기사를 올리는 것도 매우 늦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더구나 루비오 장관이나 다른 통신사들이 밝히는 바에 따르면 미중정상회담을 미국측만 원한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가 그런 일이 일어나길 원했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루비오뿐만 아니라 왕이도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원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중국의 관영 통신이 미중양국간 공식성명 외에 거론된 정상회담 관련 부분을 제외했다는 것은 내부 검토를 거쳐 그 부분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외교부부터 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아예 발표에서 제외한 것은 한마디로 성사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루비오 장관이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대목과는 배치된다.
외교부 실무진이 그렇게 판단한 것은 아무리 외교부장인 왕이가 정상회담 필요성을 말했더라도 실현 가능성 자체도 없는 것을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판단 때문에 그러했을 가능성이 있다.
관영매체들의 보도 태도를 보면 더욱 더 의미심장하다. 루비오와 왕이간의 회담과 관련해 인터넷판 보도 자체가 20시간이나 늦어졌다는 것은 그동안 이와 관련된 보도에 대해 내부적으로 심각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면서 결국 트럼프-시진핑간 정상회담 추진 내용을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금 중국 공산당 고위층에서 시진핑 주석의 집권 또는 실각 시기에 대해 확실하게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진핑 주석의 실각이 코 앞에 다가왔다면 이 시점에 언제일지도 모르는 미중정상회담 가능성을 보도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오보일 가능성이 있고, 더더욱 반시진핑파들의 사기를 꺾으려는 시도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다시말해 지금 시점에서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확정적인 것으로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시진핑의 임기 연장을 바라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다고 판단해 이를 삭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특히 왕이가 그러한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했다는 것 자체도 불순한 의도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의도를 안 반시진핑파가 아예 그러한 싹을 잘라버리기 위해 관련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미다.
어찌되었건 이번 미중정상회담 추진건을 두고 중국내부에서 친시진핑파와 반시진핑파간에 알력싸움이 있었지만 결국 반 시진핑파가 확실하게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반시진핑파가 군부와 공안을 넘어 선전파트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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