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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국은 왜 종전선언을 반대할까? - 미국, “종전선언에 대해 한국과 의견 다르다” - 종전선언 이루어지면 당장 유엔군사령부 해체 요구할 것 - 일본 유엔사 후방기지까지 해체된다면 한반도 안보 위험
  • 기사등록 2021-10-28 21:36:55
  • 수정 2021-10-29 08: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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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종전선언에 대해 한국과 의견 다르다”]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정부가 그동안 “좋은 생각이며 계속 한국과 논의중”이라던 원론적 태도를 바꿔 순서·시기·조건 등 세 가지 요소를 특정해 한국과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시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종전선언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각각의 단계에 대한 정확한 순서(sequencing)ㆍ시기(timing)ㆍ조건(condition)에 대해 한국과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설리번 보좌관의 이러한 답변이 “백악관이 종전선언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종전선언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자는 한미간의 입장차를 묻지도 않았는데 설리번 보좌관이 구태여 묻지도 않은 질문에 대해 한미간 입장차가 상당히 있다는 것을 암시한 발언이어서 주목을 끈 것이다.


[한미간 입장차 1: 종전선언과 비핵화의 ‘순서’]


설리번 보좌관이 한미간 입장차의 첫 번째로 언급한 것은 바로 순서 문제이다. 종전선언을 해야 남북간 화해 및 대화 무드가 조성되면서 이를 통해 비핵화 단계로 접근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비핵화가 이루어져야 정전(停戰)요소가 해소되었다고 보고 종전(終戰)선언을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 전의 종전선언에 대해 이에 대한 첫 논의가 시작되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일관성있게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 왔다. 다시말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종전선언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북제재 해제 문제도 맞물려 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여기에 상응하는 제재 해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간 입장차 2: 종전선언의 ‘시기’]


설리번 보좌관이 두 번째로 언급한 한미간의 이견은 종전선언의 ‘시기’ 문제이다.


한국정부는 우선 내년 2월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대해 완전 반대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중국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고개를 젓고 있다. 이는 단순하게 한반도 종전선언만의 문제가 아닌 미중간 화해를 포함해 모든 문제들이 선결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방문이 성사된다 할지라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들이 종착점을 먼저 정해 놓고 추진할 사항은 아니라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종전선언이 미국 대통령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반도의 종전선언 문제는 의회와도 협의를 해야 하고, 더불어 유엔 안보리와도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베이징올림픽이 100여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이러한 논의는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더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종전선언을 비핵화 논의 전에 하게 되면 실질적 비핵화 협의는 부실해질 가능성을 미국은 우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보다 비핵화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한미간 입장차 3: 종전선언의 ‘조건’]


마지막 의견차는 종전선언의 조건이다. 여기서 ‘조건’이라함은 ‘종전선언의 대가로 무엇과 바꿀 것이냐’로 연결된다.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의 대가로 제재 완화를 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은 생각이 다르다. 종전선언의 대가는 당연히 북한 비핵화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핵화 조치없는 제재 완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고, 이러한 제재 완화를 종전선언과 연결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종전선언이란 무엇인가?]


종전선언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심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종전선언 논의는 좌우를 떠나, 그리고 이념도 떠나 그야말로 냉철하고도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종전(終戰)선언이란 한마디로 전쟁을 끝낸다는 의미다. 이는 1953년 한국전쟁을 마무리하면서 체결되었던 ‘정전(停戰)협정’을 폐기하고 완전한 전쟁 종결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전선언은 한번 선포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다시 번복할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종전선언이 단순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 선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분명한 것은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은 1953년 휴전이 된 한국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 한국전쟁 때문에 한국에 파견되어 지금까지 남한을 지키고 있는 유엔군사령부 또한 해체되어야 한다.


이는 북한과 중국이 노리는 바다. 전쟁이 끝난 상황에서 유엔군사령부가 존재할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엔군사령부가 남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도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일본에 7곳의 후방기지를 두고 있다. 유사시 전력제공국으로부터 병력과 장비를 받아 한국으로 보내는 용도다. 전력제공국은 영국ㆍ프랑스를 포함해 모두 17개국이다.


이는 1950년 7월 7일 안보리 결의안 84호(무력공격의 격퇴를 위해 미국 지휘하의 통합사령부 구성)를 근거로 하고 있다.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을 포함해 유럽의 군함들이 일본에 오면 정박하는 곳이 바로 유엔사 후방기지들이다.


중국은 유엔사 후방기지가 대 중국 포위망의 거점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 정부 일각에서도 유엔사 후방기지가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망에 동원될까 우려하기도 한다.


사실 유엔사 후방기지는 평소에는 임무가 거의 없다. 단지 대북제재를 집행하는 군사기지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대북제재를 감시하는 유럽의 군함들과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군함도 그래서 유엔사 후방기지를 모항으로 삼아 작전에 참여한다.


그러한 작전의 핵심이 바로 유엔사 후방기지 중 규슈(九州)의 사세보(佐世保) 해군기지와 오키나와(沖繩)의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다. 영국ㆍ프랑스ㆍ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의 함정과 항공기가 두 기지에서 보급과 정비를 받았다. 영국 등의 함정과 항공기는 100척 이상의 북한 선적의 선박과 의심 선박이 공해에서 제재안을 위반해 불법환적을 하는지 단속하고 있다.


1954년 유엔사와 일본이 체결한 주일유엔군 지위협정에 따라 유엔사 전력제공국은 복잡한 절차 없이 유엔사 후방기지를 드나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게 되면 당장 중국은 유엔사 후방기지의 해체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노리는 것도 당장 남한내 유엔군사령부의 해체지만 이보다 더 위협적인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를 해체하라고 요구를 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이미 유엔사 후방기지가 인도-태평양전략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의 위협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유엔사까지 해체하게 된다면 당장 한반도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되어야 하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었다고 판단하기 이전까지는 종전선언이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종전선언을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이미 미 국무부의 의뢰로 국방부가 종전선언에 대한 법적인 검토를 마쳤다.


① 미국 독자적으로 종전선언을 할 수 없다.


한국전쟁은 유엔 승인하에 세워진 대한민국을 북한이 무력으로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다. 이에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침략행위 중단과 함께 원상복구를 요구했지만 북한이 따르지 않자 유엔 안보리가 소집됐고, 미국은 바로 그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한 것이기 때문에 그로 인한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대체하는데 있어서 미국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② 한반도의 휴전협정은 국가들 간의 합의가 아니다.


정전협정의 당사자는 한국군을 포함하여 유엔 16개 참전국의 작전을 총괄한 유엔군 총사령관 클라크(Clark)가 일방 당사자가 되고, 중국의 의용군 총사령원(總司令員) 팽덕회(彭德懷)와 북한군 총사령관인 김일성이 타방이 되어 적대행위를 중지시킨 합의를 문서화한 것이다.


이 휴전협정은 체결 후 3개월 내에 전쟁 유관국들 간에 정치회담을 열어 휴전협정을 대체할 정치적 수준의 새로운 합의를 도출키로 되어 있지만 1954년 제네바 정치회담의 실패로 한국문제는 유엔으로 이관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정전협정의 주체는 유엔이다.


③ 중국은 종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다.


중국은 국가자격으로 참전하지 않고 의용군으로 참전해 북한을 지원했기 때문에 국가로서 종전선언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중국도 한반도평화체제협상에는 나서겠지만 종전선언에 참가할 생각이 없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④ 종전협정은 미 의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또 하나, 정말 중요한 요소는 미국 정부의 전쟁 선포와 종결 문제는 미국의회의 결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모두 종전선언을 반대하기 때문에 대통령 혼자 종전선언을 결정할 수 없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 핵무기 비확산 체제를 관리하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그 운반수단으로서 탄도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상태 그 자체’를 ‘전쟁상태’로 간주하기 때문에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 진전 없이는 종전선언에 응할 수 없다.


이와 별개로 한국 정부 역시 종전선언의 당사자가 아니다. 결국 종전선언을 하려면 일단 한국전쟁 참전 16개국의 동의와 유엔 안보리의 결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현재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가능하게 하려면 유엔안보리가 가결한 11개항의 대북결의를 북한이 이행하여 한반도에 평화가 회복되었음을 보여주고 유엔안보리에 종전선언을 요청하는 것이 옳은 순서라 할 수 있다.


[종전선언, 꿈 접어야 한다]


결국 종전선언을 하려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하고 또 결과적으로 그렇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다시말해 북한에 핵과 미사일이 존재하는 한 종전선언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정부는 종전선언이 평화를 알리는 비둘기에 해당된다고 주장하지만 종전선언 이후 북한이 중국과 합세해 당장 미군철수가 아닌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주장하고 나서게 되면 미국의 대 중국 전략 구상은 완전히 흐트러질 수 있다. 그 말은 곧 중국으로부터 한반도를 안전하게 지키는 일까지도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리반 보좌관의 말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종전선언에 대한 꿈은 완전히 버리는 것이 맞다. 한국 정부가 할 권한도 없는 종전선언을 가지고 아무리 미국을 설득해 봤자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종전선언을 이루고자 한다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고 진정한 평화의 길로 나서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종전선언이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 이들은 미군이 철수해도 대한민국은 안전할 것이라 믿는 바보들이나 다름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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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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