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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독설 외교 원조’ 친강을 美 대사로 보낸 이유? - 中, 불리한 외교상황에서 체제결속을 통해 난관 돌파 의지 - 블룸버그, “워싱턴과의 장기적 긴장 관계 대비" - 시진핑 속내 꿰뚫는 친강이 미중관계 돌파구 전망도...
  • 기사등록 2021-08-01 22:45:39
  • 수정 2021-08-02 07: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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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 친강 신임 주미 중국대사(가운데)가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주미 중국대사관]


[늑대전사 원조 친강을 주미대사로 보낸 중국]


미중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늑대처럼 싸운다’는 전랑(戰狼)외교의 원조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총애를 받는 친강(秦剛·55)을 신임 미국 주재 중국대사로 보내 그 배경이 무엇인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초강경파인 친강이 주미대사로 부임하자 미국의 언론들은 즉각 “시 주석이 근육을 드러냈다”고 했고 ‘워싱턴뉴스데이’는 “중국이 워싱턴에 늑대 전사(Wolf Warrior)를 보냈다”고 헤드라인을 뽑았다.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워싱턴에 도착한 친강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중미 관계의 대문은 이미 열렸고 앞으로도 닫힐 수 없다고 믿는다”며 “중국의 투쟁은 끝이 없으며 중국 외교의 최고 책무는 주권과 안보·발전 이익을 지키는 것”고 말했다.


도착 일성부터 중국 정부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에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친강은 이어 “50년 전 (국제외교의 전설’로 불리는) 키신저 박사는 비밀리에 중국의 대문을 두드려 열었지만, 50년이 지난 오늘 나는 제11대 주미 중국대사로서 공개적으로 정식 경로를 밟아 미국에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다시말해 50년전 키신저는 아무도 모르게 중국에 들어와 중국과 교류를 하기를 원해 중국이 그 문을 열어 주었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자신은 당당하게 미국의 문을 박차고 새로운 역사를 써가려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다. 키신저를 입에 올리면서 가슴에 품은 비수의 일단을 친강이 보여주었다고 할 것이다.


그는 주미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미리 올린 인사말에선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인민의 행복을 위한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의 분투는 한계가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확고하게 평화적 발전의 길을 갈 것이며 세계 평화의 건설자, 전세계 발전의 공헌자, 국제 질서의 수호자가 될 것이고, 세계 각국과 손을 잡고 인류운명공동체를 건설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다시한번 시진핑의 ‘중국몽’을 자신의 주미대사 취임의 변으로 가름한 것이다.


미국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일전불사’의 의지를 다진 친강이 앞으로 미 행정부와 어떠한 건곤일척의 전쟁을 벌일지 벌써부터 미중간 외교전은 긴장감이 넘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친강은 누구인가?]


친강은 한마디로 ‘시진핑의 속내를 가장 잘 드러내는 외교관’으로 중국 외교가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늑대전사 외교관의 전형이라 평가할 수 있다.


톈진 출신인 친 대사는 1988년 외교부에 들어갔고 2005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8년간 대변인을 지냈다. 같은 시기 정보국 부국장, 국장도 겸임했다. ‘중국의 입’ 역할을 하면서 핵심 정보까지 총괄하는 직책을 맡았던 것이다.


특히 외교부 대변인 시절에 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시 주석의 해외 순방에 여러 차례 동행하면서 충성도를 보여 시주석의 눈에 들었다.


시 주석은 친 대사에 대한 총애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2016년 중국 항저우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의전국장이었던 친 대사는 시 주석의 회의와 일정을 챙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공개 석상에서 친 대사에게 “그렇게 일하면 언제 쉬느냐”며 농담을 겸한 칭찬을 했다. 2년 뒤인 2018년 친 대사는 최연소(당시 52세)로 외교부 2인자인 부부장에 올랐다.


친강은 또한 외교부 대변인 시절 홍콩 민주화 시위나 티베트 인권 등과 관련된 민감한 질문을 받으면 철저히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며 거칠게 대답해 외교가에서는 그를 ‘싸움꾼’으로 불렀다.


친강은 심지어 중국 입장이 아닌 보도를 하는 기자들에게는 “망상에 근거해 보도하지 말라”고 쏘아붙이기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월 초에는 중국 외교 전략을 ‘전랑(늑대전사)외교’라고 평가한 외신에 대해서 “현재 일부 국가가 중국을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을 보면 ‘전랑’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들이야말로 ‘악랑’(나쁜 늑대)”라고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게 ‘거친 입’을 통한 늑대전사 외교 덕분에 외교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민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았다. 심지어 ‘독설가’로 불리는 자오리젠, ‘붉은 전랑’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화춘잉 등 현 외교부 대변인들도 친강에 비하면 점잖은 편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외교부 후임 대변인들의 성향과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친 대사는 말싸움을 자주 했고 민감한 질문에는 냉소나 조롱으로 답했다”고 평가했다.


[친강을 주미대사로 보낸 이유는?]


사실 친강은 중국 외교부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 외교관이기는 하지만 미국 근무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주미 중국대사들이 모두 미국 근무 경험이 많은 ‘미국 전문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이례적인 인사라 해도 좋을 것이다.


친강의 해외 근무 경험은 영국에서 공사직을 수행한 것을 포함, 재외공관은 주 영국대사관에서만 11년간 3차례 근무한 것이 전부다, 본부 근무때도 서구사(西歐司·유럽국)에 2차례 근무한 유럽통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친강을 주미대사로 보낸 것이다.


특히 친 대사의 전임자였던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주미대사는 온화한 성품으로 중국 외교가의 ‘비둘기파’로 꼽혔다. 그렇다면 이번 친강의 주미대사 부임으로 온건파에서 강경파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미중 갈등이 더욱 격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NYT는 “친 대사 부임을 계기로 중국이 대미 공세 수위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라이언 해스 연구원은 “친 대사는 필요에 따라 주저없이 상대(미국)를 화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 대사도 미국과의 충돌을 이미 예고했다. 그는 주미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에서 “앞으로 밝은 길이 있을 것인데 중간에 곡절이 깊을 것임을 잊지 말라”고 했다. 이는 자신이 미중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지만 진통은 피할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친강의 주미대사 부임, 긍정적 전망도...]


이렇게 친강의 늑대전사 스타일 외교관이라는 이유로 미중간의 갈등 격화 전망도 있지만 이와 다르게 오히려 미중관계를 친강이기 때문에 잘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 이유는 친강이 누구보다도 시진핑의 속내를 잘 알고 있으며 시진핑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정면돌파를 통해 미중간의 여러 숙제들을 헤쳐갈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26일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고, 사흘 뒤(29일) 한 달간 공석이던 주미대사 자리가 채워졌다는 점도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열 때가 되어 친강이 주미대사로 부임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나온다.


뤼샹(呂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친 대사는 많은 외교 현장과 해외 순방에 시 주석을 수행했다"며 "그는 중국의 정책결정권자 그룹과 가까워 중미관계와 중국의 외교를 보다 높고 큰 관점에서 볼 줄 안다"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셰펑 부부장이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제시한 중국 측의 요구·관심 사항에 대해 “중국이 미국에 제시한 목록의 일부는 미국의 양보를 어렵지 않게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라면서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긴장 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좀 더 실용적인 접근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어찌보면 중국을 비교적 잘 안다고 자부하는 매체들에서 오히려 친강 주미대사에 대한 긍정적 효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볼만 하다. 시진핑의 복심이라고 해도 좋을만큼의 친강이기 때문에 '물밑외교'를 통해 갈등을 막후에서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조심스런 분석들이 나오는 것이다.


[친강의 주미대사 부임, 진짜 이유는 체제결속용?]


그러나 친강의 주미대사 부임에 긍정적 해석을 하는 것들은 미중간 갈등의 심화가 중국에 그리 유리하지 않는다는 조바심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이미 중국의 외교방향은 전랑외교의 흐름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 선봉장은 시진핑 주석이다.


지난 7월 1일,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사에서의 시진핑 발언은 중국의 외교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 이정표를 만방에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중화민족이 멸시와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 외부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면 14억 인민의 피와 살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는 발언이 바로 그것이다. 그날 시진핑의 연설은 노골적이고 호전적인 단어들로 넘쳐났다.


이날 시진핑 연설은 한마디로 미국에 대한 저항이자 선전포고였다. 물론 그러한 시진핑 발언이 대미(對美)용이 아니라 국내의 중국인들을 향해 중화사상을 강조하면서 체제결속을 다지려는 사상적 선동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차피 쇼비니즘(chauvinism; 나폴레옹을 마치 신과 같이 숭배했던 프랑스의 병사 쇼뱅에서 유래)처럼 지나친 애국주의는 갈등의 씨앗을 잉태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시진핑은 지난 7월 7일에도 신장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특수부대에 영예 칭호를 수여하며 ‘적과 시련에 맞서 용감하게 전진하라’고 했다.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시진핑은 이어 7월 30일, 중국인민해방군의 창설 기념일을 앞두고 “전반적인 전쟁 계획을 강화하고 군사적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거칠게 말했다. 역시 미국이 들으란 듯이 날선 발언을 이어간 것이다.


여기에 왕이 외교부장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7월 26일 톈진(天津) 만남에서 미국 측을 격하게 몰아붙이는 등 또다시 전랑외교 본색을 드러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왕이 부장이 셔먼 부장관과 회담한 내용은 국내 언론들을 통해 거의 보도하지 않고 외교부내 서열 5위인 셰펑(謝鋒) 부부장과의 회담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의도적인 미국 엿먹이기 선전선동이다.


이런 흐름에서 독설외교의 원조로 늑대전사인 친강을 주미대사로 보냈다는 것은 역으로 중국이 그만큼 지금 상황에 긴장하고 있으며, 이 시기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된다 할지라도 시진핑 3연임을 앞두고 체제 결속을 다져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타이거맘(tiger mom)’으로 유명한 미국 예일대 법대 에이미 추아 교수는 “중국은 위협당하면 굴복하기는커녕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더 강하게 나갈 것”이라 단정했다.


다시말해 지금의 미중갈등 상황은 어느 면에서 보나 중국이 유리할 것은 하나도 없다. 미국의 게이트스톤(Gate Stone)연구소는 7월 30일, “중국은 날이 갈수록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난 2020년의 경우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중국 전체 무역 흑자의 58%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이 막히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만약 1977년에 제정된 국제비상경제력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of 1977)으로 중국과의 무역과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도록 명령한다면 중국은 순식간에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러나 주미대사로 점잖은 전문 외교관이 아닌 대사 전력도 전혀 없고 외교부 지도부 중 가장 젊고, 4명의 부부장 중 서열이 최말단인 싸움꾼 친강을 미국 대사로 내보낸 것은 아닐까?


블룸버그통신도 “중국이 친강을 주미 대사로 내보낸 것은 베이징이 워싱턴과의 장기적 긴장 관계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친강의 주미대사 내정은 미중간 갈등 상황에서 중국은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아무리 중국이 불리한 외교 상황을 만나더라도 중국내 체제결속을 통해 난관을 정면 돌파해 가겠다는 확실한 의지 표현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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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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