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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韓 협박한 中 왕이, “美장단에 놀아나지 말라!” - G7 정상회의에 게스트로 참여하는 대통령에게 협박한 셈 - 중국내 서열 20위 왕이가 한국대통령 '군기잡기'하려는 것 - G7 초대받은 게스트 국가들, 중국 완력질에 당한 공통점
  • 기사등록 2021-06-10 22:34:38
  • 수정 2021-06-11 07: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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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약한 고리’ 한국 협박]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 겸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9일 우리 측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지난 5월의 한미정상회담에서의 공동성명 내용을 비판하면서 “美 장단에 놀아나지 말라!”고 협박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왕이 부장은 이날 정의용 장관에게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정면 비판하며 “(미국의) 편향된 장단(偏節奏)에 휩쓸려선 안 된다”고 하는 등 한국의 처신 문제를 거론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가 10일 웹사이트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왕이는 전날 통화에서 정 장관에게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냉전적 사고에 가득 차 집단적 대결을 선동하고 지역 평화·안정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아 중국은 강력 반대한다(堅決反對)”면서 “우호적 이웃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중·한은 옳고그름(是非曲直)을 파악해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며 정치적 공감대를 통해 공통된 인식을 가져야 하며 한쪽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왕이는 또 “중국과 한국은 제때(及時)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왕이의 이같은 발언은 한미정상회담의 방향에 대해 사전에 언급도 하지 않고 뒤통수를 맞았다는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보여진다.


중국 외교부는 정의용 장관의 발언 부분에 대해서도 “한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시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며 양안(중국·대만) 관계의 민감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의 내용대로라면 한국이 미국의 중국 견제 노선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라고 적극 해명한 듯 보인다.


[한국 외교부는 어떻게 발표했나?]


왕이의 이러한 협박성 발언 내용은 한국 외교부의 보도자료에는 없었다. 우리 외교부는 같은 날 "(한ㆍ중 외교장관이)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정의용 장관은 미ㆍ중 간 협력이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고, 미ㆍ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특히 중국 외교부가 정의용 장관이 ‘하나의 중국’ ‘양안 관계’를 언급했다고 지적한 것을 보면 왕이 부장이 한미정상회담에서의 공동성명에 대해 질책하듯 문제를 삼았고, 정의용 장관이 이에 대해 구구절절 해명한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한국 외교부의 보도자료에 빠진 내용은 또 있다. 중국 외교부는 정 장관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면서 중국의 역할이 한반도 문제에서 중요하기에 건설적 역할을 계속해 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왕이는 “중국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정세 완화 노력을 지지한다”며 “유엔 안보리에 민생 분야의 대북 제재 완화를 호소하고, 미측에 미·북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해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 같은 왕이의 발언이 한국 외교부 발표에서 완전히 누락됐다.


대신 한국 외교부는 “양 장관은 고위급 교류가 한중 관계 심화·발전에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조기 방한을 위해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내용은 중국 외교부 발표엔 없었다.


이를 보면 시진핑의 한국 방문에 대해 중국은 거의 무게를 두지 않고 있으며 한국측의 일방적 요구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왕이의 발언 의도는?]


그렇다면 왕이 외교부장은 지금 이 시점에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가장 우선적인 것은 중국이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온 공동성명에 대해 매우 불만스럽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G7정상회의에 인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게스트’로 초대받아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는 경고도 포함된 것으로 판단된다.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G7 정상들과 또다시 대 중국 결의를 다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개막하는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다시 돌아왔다”면서 “민주주의 동맹을 복원해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했다.


함께 유럽을 찾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전통적인 대서양 동맹 복원을 통해 ‘반중전선’ 동참을 촉구하고 결전을 다지고 있다.


이런 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더 이상 반중전선에 합류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왕이가 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왕이의 발언은 그동안 우리 청와대가 얼마나 중국을 잘못 바라보고 있는지를 또다시 확인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한미정상회담 직후 우리 청와대는 “중국이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이라면서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반응을 보면 반발 수위도 낮다”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이번 왕이의 발언 내용을 보면 중국이 청와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특히 왕이가 정의용 장관과의 통화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냉전적 사고’ ‘집단적 대결 선동’ 등의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


이는 한미동맹의 복원이라는 지난 한미정상회담 결과 자체를 정면에서 비판하는 것으로 한국이 좀 더 한미동맹 복원의 실체적 행동으로 나아간다면, 예를 들면 쿼드에 가입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행동을 구체화 한다면 중국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엄중한 경고로 봐야 할 것이다.


한편,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도 10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을 향해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은 좋지 않다"며 "한국도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는 중국의 입장을 더 고려하고 배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작은 글로벌을 만들어서 포위하거나 중국을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왕이 발언,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왕이 부장의 이번 발언은 사실 대한민국의 외교권 자체를 흔드는 발언으로 대한민국을 협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G7 정상회의에서 반중 분위기가 팽배할 것인데 그 자리에서 그러한 반중 분위기에 한국도 숟가락을 놓지 말라고 협박한 것이다. 이를 시중에서 쓰는 말로 그대로 표현하자면 한국을 향해,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왕이 따위가 ‘군기잡기’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분명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 좌파-우파를 떠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 일국의 외교부장이 훈계를 하고 군기잡기를 했다는 것은 한국의 자존심과 직결된 문제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왕이의 건방진 태도는 한국을 속국 취급한 것이나 다름없다. 마치 큰 형이 아랫것을 다루듯 하는 왕이의 그러한 태도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중국의 태도에 당당하지 못한 우리 외교부도 문제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기자들에게 "정 장관이 먼저 통화를 요청했으며, 양측이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면서 "면박하거나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이러한 발언은 기본적으로 외교의 기본도 모르는 시중잡배의 표현이나 다름없다. 외교는 개인간에 신변잡담 이야기 하고 실실 주접 떨면서 농담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특히 외교부의 경우, 그것도 외교부 수장의 경우 발언 하나 하나가 국가를 대리하는 발언이고 말 한마디 잘못해 전쟁까지 비화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 그야말로 엄중한 자리다.


그런 외교부장관이 중국의 외교 수장과 통화하면서 그저 편안하게 하고 싶은 말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왕이가 그렇게 그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을 다 했다면 정장관도 그렇게 소신발언을 왕이에게 다 했는가? 그렇게 왕이가 편하게 했다는 말들을 중국 외교부는 왜 공개했을까? 또 우리 외교부는 왜 그런 내용들을 다 숨겼을까?


외교는 국격이고 그 나라의 자존심이 달려 있다. 우리 외교부는 과연 중국에게 왕이가 우리에게 하듯 편안하게 할 말 다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속국이길 자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G7 초대받은 게스트 국가들의 의미]


그런데 이 시점에서 G7정상회의에 게스트로 초대받은 4개 나라, 곧 인도와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국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네 나라의 공통점은 인구와 경제 규모가 G7 국가 못지않음에도 네 나라 모두 중국의 깡패같은 ‘완력질’에 골치를 앓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나라들만 콕 찍어서 이번 G7정상화의에 게스트로 초대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초대의 의미가 무엇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G7으로 통칭되는 주요 7개국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이다. 이들 모두 민주주의 체제를 대표하는 국가들이다.


그런 G7국가들이 영국에서 인권 말살에 주저없는 권위주의 독재를 ‘효율적 통치체제’라고 우기며 곳곳에서 패권야욕을 드러내는 중국의 행보에 대해 공동 대응과 결속을 논의한다.


바로 그 자리에 마치 속국처럼 하대받으며 피해를 당하던 4개 나라가 초청되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 자리에서 정상들이 무슨 이야기를 할 것 같은가? 분위기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아마도 이번 G7정상회의는 중국으로 시작해서 중국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은 한국을 ‘호구’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역보복이라는 카드를 쓴 것이다. 그러한 중국의 완력질에 한국은 모든 수모를 겪으면서도 대항하지 않았다. 호구질도 여러번 당하다 보면 습관이 된다.


그러나 호주는 중국의 도발적인 무역보복에 분연히 일어섰다. 중국과의 무역 미중이 대한민국보다 훨씬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당당히 맞섰던 것이다. 그래서 호주는 호구로부터 벗어났다. 오히려 지금은 호주가 중국을 향해 큰소리를 친다. 중국이 되려 호주에게 철광석 좀 더 달라고 사정해야 할 판이다.


아마도 이번 G7정상회의의 게스트 국가들은 마치 중국에게 그동안 당했던 수모들을 마치 간증이라도 하듯 분을 쏟아내 놓을 것이다. 한국도 그러한 분위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왕따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G7정상회의는 반중전선의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다시말해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주의동맹의 실질적인 스타트 포인트가 된다는 것이다.


왕이가 그러한 G7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우리 대통령에게 그런 ‘훈계질’을 한 것이다. 왕이는 중국내 서열 20위에 해당된다. 그런 왕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팔을 툭툭치고 마치 아랫것 다루듯 하는 그 꼴을 우리가 더 이상 당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당부한다. G7에 참석하는 대통령이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그러했듯 당당하게 중국을 성토하고 반 중국 선언에 동참하길 바란다.


우리는 중국을 이길 힘이 있다. 우리 반도체가 무기일 수도 있다. 대만이 중국에 당당하게 맞서는 이유가 무엇인가? 호주가 중국에게 맞장뜨면서 ‘한번 해보자’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이 국익이고 나라가 나아갈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G7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꿔다놓은 보릿자로처럼 입 다물고 있지 말고 당당하게 반 중국을 외치는 그런 대통령,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대통령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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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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