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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北 적화통일, 핵개발 의사 포기? 팩트체크 해 보니... - 北 “핵 병진노선” 빼고 ‘자력갱생 경제건설” 추가 - 北, ‘남조선 적화통일 전략’ 포기? 완전 허구 - 北, 적화통일, 핵개발 의사 변한 것 하나도 없어
  • 기사등록 2021-06-08 23:54:36
  • 수정 2021-06-09 07: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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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노동당 규약 개정, 불거진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북한이 지난 1월 당대회에서 남한을 ‘혁명 대상’으로 명시한 조선노동당 규약 속 ‘북한 주도 혁명 통일론’ 관련 문구를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이를 둘러싸고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이 일고 있다.


또한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 역시 폐기했기 때문에 남북대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겨레’ 신문의 특집보도로 불거진 이 논쟁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팩트체크해 본다.


[북한 노동당 규약, 어떻게 바뀌었나?]


당국가체제인 북한에서 헌법보다도 우선시되는 최상위 규범인 노동당 규약이 지난 1월 당대회에서 개정되었다는 북한 선전매체들의 보도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가 지난 6월 1일 ‘한겨레’ 신문이 구체적으로 보도하면서 그 실체가 알려지게 되었다.


이번에 알려진 북한 노동당 규약 개정 내용은 크게 3가지가 눈에 띈다.


(1) '핵 병진노선' 대신 '자력갱생' 용어 삽입


이번 노동당 규약 변경 가운데 주목할만한 것이 바로 ‘병진노선’이라는 용어를 삭제하면서 대신 ‘자력갱생’을 집어 넣었다는 것이다.


과거 당규약은 '당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을 틀어쥐고'라고 했지만 '당은 자력갱생의 기치 밑에 경제건설을 다그치고'라는 구절로 바뀐 것이다.


그러면서 '공화국무력을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하고 자립적 국방공업을 발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끊임없이 다져나간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2) '통일' 관련 내용 수정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조선노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다'는 내용이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한다는 구절로 대체되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통일전선' 부분에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 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 군국주의의 재침 책동을 짓부시며'라는 문구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 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로 대체됐다.


또한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 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하고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내용이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며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로 변경됐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조국을 통일하고'라는 용어가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로, '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는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더불어 대남 인민 연대를 상징하는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이 사라졌고, '남한 인민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삭제됐다.


(3) ‘제1비서’ 직책 신설


북한은 그동안 2인자 자체를 인정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키우지도 않았다. 그랬던 북한이 당 규약에 김정은 총비서 다음 직책인 '제1비서' 직을 신설하고, 이를 총비서의 '대리인'으로 명시했다.


그런데 개정된 '조선노동당 규약' 제3장 '당의 중앙조직' 부분에 당 중앙위 전원회의가 '부위원장들을 선거한다'는 내용이 '제1비서, 비서들을 선거한다'는 문구로 바뀌었다.


특히 '당 중앙위 제1비서는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다'라고 명시해 제1비서가 당 비서들 가운데 으뜸이자 당내 2인자임을 공식화했다.


[논란 1: “핵 병진노선” 빼고 ‘자력갱생 경제건설” 추가 의미]


이번 노동당 규액 변경 내용 가운데 가장 논란을 일으키는 대목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한이 핵 병진노선을 버렸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군사‘에서 ’경제‘로 강조점을 이동하는 것이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4월 20일 ‘중앙위 7기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건설 병진노선’의 종료 선언과 함께 “사회주의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당의 (새) 전략노선”으로 채택한 바 있다. 당시는 미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에도 김정은은 2019년 12월 말의 노동당 중앙위 7기5차 전원회의’에서도 ‘자력갱생과 제재의 대결’을 선언하면서 “경제전선을 기본전선으로 한 (자력갱생식) 정면돌파전”을 제시했었다.


지난 2013년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 3월 전원회의에서 공식 채택된 ‘경제·핵 건설 병진노선’이 2016년 5월 7차 당대회 때 당규약 서문에 명시된 것이기는 하지만 2017년 11월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와 함께 김정은이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을 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18년 4월의 ‘경제·핵 건설 병진노선’의 종료 선언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또 하나, 2019년 4월11일 수정·채택된 현행 ‘사회주의헌법’ 서문에 “핵보유국”이란 표현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 떄문에 노동당 규약에서 이번에 병진노선 내용이 삭제되었다고 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고, 더더욱 그것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오독(誤讀)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논점 2: 북한의 통일전략 관련]


이번 북한 노동당 규약 변경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바로 통일관련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2일,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론이 약화되고, 규약에서는 사실상 '남조선혁명론'이 소멸된 것"이라면서 “북한이 사실상 ‘남조선 적화통일 전략’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통일 시기에 대해서도 장기적 전망에서 장기 공존을 추구하는 내용이 들어갔다"며 "민족의 공동번영을 언급한 것은 '따로라도 번영하면 좋다'는 의미로, 김정은 시대 들어 주창해 온 '우리국가제일주의'의 국가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도 이 전 장관은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라는 문구에서 ‘종국적으로’라는 표현에 초점을 맞춰 “남한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영향의 장기성을 북한이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 내용을 특집으로 보도한 ‘한겨레’ 신문은 ‘80년만에 ‘북 주도 혁명통일론’ 폐기한 북한‘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현실성이 희박해진 북한 주도 통일을 접고 당분간 체제 생존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면서 “노동당 규약의 ‘북한 주도 혁명통일론’이 국가보안법 존치 근거여서 우리 사회의 국가보안법 존폐 논쟁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은 적화통일을 최상위 규범으로 갖고 있는 반국가단체 북한에 맞서려면 필요하다는 명분에서 유지돼왔다”면서 “노동당 규약과 보안법이 ‘적대적 공존’ 관계인 셈인데, 한쪽이 폐지되면 다른 한쪽의 존립 근거도 흔들리게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종석 전 장관과 ‘한겨레’의 해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다른 이도 아닌 북한의 대외 메신저 역할을 해온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7일 답을 주었다.


조선신보는 이날 '자체의 힘으로 나라와 민족의 존엄을 지킨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오늘의 조선은 우리 국가제일주의의 기치를 들며 국력을 향상시키고 사회주의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노선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민족중시'와 상반되는 '국가중시'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노선과 정책의 변화를 운운하는 논자들은 강력한 국력에 의거하여 민족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조선의 당과 정부와 인민의 의지를 외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신보는 이어 "조선에서 국가 핵 무력이 완성됐다"며, "시대는 달라지고 조선의 국제적 지위도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조선신보는 그러면서 '통일을 앞당기려는 확고한 입장'이라는 부제 아래 "오늘도 조선은 국토분단, 민족분열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선과 정책을 세우고 있다"며, "우리 국가제일주의의 기치를 들고 사회주의강국을 건설하는 노정은 결코 민족문제의 해결을 위한 투쟁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북한의 노동당 규약 개정에 대해 마치 ’두 개의 한국‘을 북한이 인정하면서 통일을 추진하지 않고 남한과 북한이 공존하면서 공동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라 해석하는 것에 대해 ’하이킥‘을 날린 셈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당 규약에서 아직도 '인민의 이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존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공산주의로의 통일 의지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각에서 주장하듯 ‘북한 주도 혁명통일론’을 포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놓고 국가보안법 폐기 운운하는 것은 지극히 온당치도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이 압도적인 국방력이라는 군사적 힘의 우위로 통일을 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북한 노동당 규약 개정을 놓고 ‘시대가 변했다’는 논리를 펼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 할 것이다.


[지금 북한의 제1과제는 경제]


이번 북한 노동당 규약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북한의 최대 과제는 결국 경제다. 문제는 지금의 북한 경제가 살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지금으로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가장 쉬운 길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는 것 밖에 없으나 현재로서 김정은이 그러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한국내의 일부 인사들을 빼 놓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최악의 경제상황을 겪고 있는 것을 뻔히 아는 미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1도 없다는 데 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대화 여지가 있다“면서 ”선제적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지만 미국은 꿈쩍도 안한다. 오히려 강력한 제재 의지를 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정은은 자력갱생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이는 마중물도 없는 우물에서 계속 헛수고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이 이렇게 버티는 것은 딱 한가지 이유다. 북한은 지난 1월의 8차 당대회에서도 자력갱생과 핵개발 지속을 천명했다. 이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관여하지 않는다면 핵개발의 고도화는 더욱 지속될 것이니 알아서 자신들을 멈춰달라는 것이고, 멈추는 방법은 제재 해제밖에 없다는 무언의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자력갱생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북한이 자꾸 자력갱생을 말하는 것은 빨리 미국더러 ‘대화 분위기’ 조성을 해 달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제재를 풀라고 윽박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제1비서 신설, 무슨 의미?]


헌편, 김정은이 무소불위의 권력에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형태의 통치체제에서 ‘제1비서’를 신설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 별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제1비서직을 신설한지 이미 5달여가 넘어가지만 아직 누가 제1비서인지도 모르는 상황이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말해 준다.


일각에서는 김여정을 염두에 둔 자리라는 해석도 있고 아마도 조용원을 자리에 앉히려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제1비서라는 직책이 과거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한 이후 김정은이 2012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가졌던 직책이기도 해 이른바 '백두혈통'만이 가질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쉽사리 누군가를 앉히기도 어려울 것이다.


특히 당규약에서 ‘제1비서’를 ‘총비서의 대리인’이라고 규정했다는 점에서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중요한 ‘제1비서’ 자리를 당대회가 아닌 전원회의에서 선출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는 당대회라는 복잡한 절차없이 신속하게 선임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이 무엇인지 주목을 끄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출신 기자인 주성하는 ”37세인 김정은이 후계자를 벌써 내정“을 운운한다는 것은 “나는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다. 죽을 가능성도 대비해 사후 혼란을 막고 권력을 내 뜻대로 이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정은이 벌써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고 있다는 뜻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 상황에서 구태여 당무의 일부 권한을 이양하는 ‘제1비서’를 둔다는 것 자체가 별 의미없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주성하의 분석이 사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많다.


어찌되었건 북한 노동당 규약의 개정으로 인해 또다시 국론이 분열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다시 강조하지만 북한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이미 결론이 나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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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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