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美 바이든-러 푸틴 대충돌, 무슨 일이 있었나? - 완전히 달라진 미국의 외교 스타일, '할 말 다 한다' - 중-러시아 겨냥, 미국의 요구 사항 표출, 공개적 압박 - 동맹국 한국 향해서도 있는 그대로 갈등 노출, 공개
  • 기사등록 2021-03-21 21:47:26
기사수정



[바이든에게 ‘생방송 토론하자’ 제안한 푸틴]


최근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일대일 생방송 공개 토론’을 제안해 화제가 되고 있다.


푸틴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러시아 국영 TV 방송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고 싶다”며 “온라인 생방송으로 직접 정직한 대화를 나누는 조건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토론을) 19일이나 22일에 하자”면서 구체적인 날짜까지 제시했다.


푸틴은 “양국 관계, 각지의 분쟁 해결, 코로나 사태 대응을 비롯해 얘기할 게 많을 것”이라는 말까지도 했다.


[바이든과 푸틴이 격렬하게 대립하게 된 이유?]


이렇게 정상들 사이에선 전례가 없는 일을 푸틴이 바이든에게 제안한 이유는 뭘까?


지금 미국과 러시아는 갈등이 아주 고조된 상태다. 그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미국의 주장과 두 번째는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 사건 때문이다.


(1)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주장


지난 16일, 미국 측은 작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러시아 측이 공작을 벌였다는 정보기관 기밀문서를 공개하며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더불어 미 대선 개입과 관련해 “러시아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등 16개 정보기관으로 이뤄진 정보공동체(IC)가 발표한 15쪽짜리 ‘2020년 연방선거에 대한 외세 위협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2020년 선거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고 발표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2) 나발니 독살 시도 사건


미국과 러시아가 충돌하게 된 두 번째 이유는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 사건을 이유로 미국이 지난 2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 불을 지른 것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푸틴이 살인자(killer)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대답하면서 부터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직설적 발언은 나발니 독살 시도 사건 등 러시아 반(反)정부 인사들에 대한 테러가 푸틴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반발은 아주 컸다.


이렇게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푸틴대통령을 맹공하자 러시아는 항의의 표시로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를 모스크바로 불러들이기로 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자신을 ‘살인자’라고 말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발끈하면서 “남을 그렇게 부르면 자신도 그렇게 불리는 법”이라고 받아친 데 이어, 생방송 토론까지 제안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8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푸틴-바이든 간 “토론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며 일축했다.


사키 대변인은 또한 바이든이 푸틴을 ‘살인자’라고 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바이든이 이미 푸틴과 대화를 나눴다고 말하고 싶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바이든과 푸틴, 첫 통화부터 시작된 신경전]


사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의 불협화음은 이미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바이든 취임후 첫 통화 때부터 시작되었다.


두 정상은 첫 통화부터 상대국의 약점을 건드리며 기선 제압을 시도했다. 바이든의 푸틴에 대한 인사는 아주 공격적이었다. 첫 통화에서 러시아의 미 연방기관 사이버 공격, 2020년 미 대선 개입 시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구금, 우크라이나 주권 침해 등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은 나발니를 상대로 한 독살 시도와 체포에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석방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푸틴에게 “미국은 러시아가 배후라는 주장이 제기된 각종 의혹에 주목하고 있으며 미국은 자신을 지킬 것”이라는 말까지도 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미 연방기관 해킹,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살해 사주 의혹과 관련해선 추가 제재까지 언급했다. 이는 공격을 넘어 사실상 선전포고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러시아의 악의적 행동에 대해 확실하게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러시아는 당황]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직설적인 대 러시아 관련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 때는 덮어뒀던 사안들이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이러한 러시아의 정곡을 찌르는 발언들을 하지 않은데는 트럼프-푸틴간의 친분 관계도 영향을 미쳤지만 더 큰 이유는 이이제이(以夷制夷), 곧 러시아를 이용해 중국을 제압하겠다는 트럼프의 외교정책과도 연관이 있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 러시아 외교책략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대 러시아 외교를 분명하게 정공법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한 공산주의 세력과의 싸움에 대한 자신감도 그 배경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바이든은 푸틴과의 통화에 앞서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동맹국과 먼저 통화하며 결속을 다진 것이다. 백악관은 이 통화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외교정책을 논의했다고 공개까지 했다.

뿐 아니라 푸틴과 통화하기 직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도 통화했다. 이러한 통화를 통해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집단방위 약속을 재확인했고, 그 이후에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


다시 말해 중국과의 싸움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중국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고, 더불어 러시아와의 결속을 위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양보하기보다 오히려 할 말 다하면서 요구할 것도 있는 그대로 하는 방식, 그러면서 동맹과의 민주주의 가치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AP통신도 이와 관련해 “양국이 결속을 강화하진 않더라도 이견은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관점에서 바이든의 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2월 5일 만료예정이었던 뉴스타트를 5년 연장하는 데는 동의한 것이다. 2010년 4월 체결한 뉴스타트는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전략폭격기 등 핵탄두 운반체는 700기 이하로 각각 줄이는 조약이다.


이렇게 분위기가 상당히 험악했던 정상간 통화가 끝난 후 러시아의 크렘린궁은 푸틴이 바이든에게 “양국 관계 정상화가 서로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날 즉시 하원에 뉴스타트 연장 법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통화는 러시아의 요청에 바이든이 응하면서 이뤄졌다.


[날 세운 미국, 신경 곤두세우는 중국과 러시아]


사실 바이든 대통령의 푸틴에 대한 발언은 외교적으로 볼 때 파격적이다.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지칭한 것은 그야말로 선을 넘는 발언이다. 이러한 발언이 어떤 후과(後果)를 가져올지 미국 당국이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다.


이와 관련해 CNN은 바이든이 푸틴과 통화하기 전에 행정부의 고위 관리로부터 러시아 관련 정책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으며, 미 연방기관 해킹과 나발니 독살 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푸틴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서도 미리 학습했다고 보도했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을 향해 직설적 공격을 했을 때의 러시아 반응 등에 대해 치밀한 준비를 했다는 의미이고, 외교적 득실을 따졌을 때 푸틴을 향해 할 말을 다하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미국의 글로벌 외교 정책에 더 합당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방식은 지난 18일과 19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진행된 미국 측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의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간의 회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 자리에서 미국측은 기자들에게 공개되는 모두 발언에서부터 “우리는 신장(新疆), 홍콩, 대만,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우리 동맹에 대한 경제적 강압을 포함한 중국 행동에 대해 우리의 깊은 우려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는 앞으로 중국과의 외교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하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미국측의 이러한 외교방식은 중국과 러시아 같은 적대국간에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다. 지난 16일과 17일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국무장관-국방장관이 2+2회담을 하면서도 역시 직설적 화법으로 할 말 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트럼프 정부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과거에는 최소한 우방국끼리는 상대국의 입장을 고려해 애둘러 외교적 용어로 대화를 하고 기자회견도 했지만 이들의 한국 방문에서는 그동안 위태위태했던 한미동맹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미국이 한국측에 요구하는 모든 말들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물론 한국측 입장이 반영되어야 하는 공동성명에서는 톤이 상당히 다운되었지만 미국측 장관들이 발언하는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측의 속내를 있는 그대로 쏟아낸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간에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이 말은 앞으로 한미동맹 사이에 간격이 있으면 과거 같이 적당히 덮어주면서 내부적으로만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외적으로 그대로 공개하면서 한국 정부를 윽박지르겠다는 전략이 세워졌다는 의미다.


그런 관점에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살인자’라고 말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후회하느냐’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적으로 정리한 부분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실수로 나온 표현이 아니라 계산하고 내뱉은 발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샤키 대변인은 그런 발언이 미국과 러시아 관계에 건설적인 것인지를 묻자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오랫동안 알아왔다"고 답했다. 이 말은 단순한 추정이나 의혹이 아니라 많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확신을 가지고 말한 것이라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 취임 두 달을 맞는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외교적 행동들을 보면서 미국의 외교방식이 상당히 달라졌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러한 외교 스타일을 보면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강한 미국’을 보여 주기로 작정했다는 것이고, 그를 위해 미국은 당연히 외교적 방식 외에 그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군사적 방식까지도 투입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도 상당히 긴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방이라고 적당히 넘어가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갈등이 있으면 적당히 덮으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미국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대 러시아와 중국을 다루는 외교방식의 변화가 앞으로 글로벌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특히 동맹국 한국에 보여준 대화의 방식이 앞으로의 한미관계에 어떻게 다가오게 될지 기대를 갖게 한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816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