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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북한이 미국에 급하게 “9월안에 만나자”고 한 이유? - 김정은 중국 방문 조건으로 미북간 비핵화 대화 재개 요구 - 中, 미중무역전쟁 더이상 파국 막기 위해 중재자 자청 - 中 중재역할 이후 미중간 무역전쟁 급속 연착륙 경향 보여
  • 기사등록 2019-09-15 09:49:11
  • 수정 2019-09-15 13: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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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밤 늦게 미국과의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사진=NK News]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9월내 미국과 대화 용의”]


그동안 한미연합훈련 직후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김정은의 친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대화를 회피해 왔던 북한이 지난 9일 밤 늦게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미 협상 책임자인 최 부상은 지난 8월 31일에는 “(폼페이오 장관이) 우리를 심히 모독한 것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실언”이라면서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미국이) 조미(미북) 실무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담화를 낸 적이 있었는데 10일도 채 지나지 않아 갑자기 미국과 비핵화 관련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북한은 왜 이렇게 갑자기 태도를 바꿔 미국과 대화를 제의했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것은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배경이다. 그동안 미국과 대화를 약속하고도 질질 끌면서 오히려 미국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보여오던 북한이 왜 이렇게 방향전환을 한 것일까?


우선 북한의 방향 전환 시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한 직후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졌다.


대외적으로는 왕이 부장의 북한 방문이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 초청이라고 했지만 우리 신문이 중국의 외교 소식통을 통해 취재한 결과 북한 김정은이 먼저 북중수교 70주년을 맞아 베이징 방문 의사를 표명했으며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을 받아 주는 대신 미국과의 비핵화 관련 대화 재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2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해 리수용 북한 외무상과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왕이 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과의 비핵화 재개를 강력히 촉구했다는 것이다.


왕이 부장이 이렇게 뜬금없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김정은의 방중 요건으로 제기한 이유는 현재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의 김정은 방중은 미국에 아주 좋지 않은 시그널을 보낼 수 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조율을 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당국이 오히려 미북간 대화의 중재자로 나섬으로 인해 미중간 무역전쟁을 완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중국측의 김정은 방중 요건 제기에 김정은은 분노를 했고 원래 왕이 외교부장과의 접견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이를 거부해 왕이 부장의 김정은 면담이 불발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측의 강력한 미북대화 재개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9월내 대화 재개를 제안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김정은의 10월 10일경 베이징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9월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수용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왜 미북대화 중재자를 자처했을까?]


그렇다면 중국은 왜 미국과 북한간의 비핵화 협상을 재개시키는 중재자 역할을 자청했을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그 첫째는 미국과의 패권 전쟁 와중에 중국이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미국의 잇따른 대 중국 무역제재와 관세 전쟁으로 인해 중국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중국내부의 돼지고기 가격 인상 파동과 맞물려 시진핑 정부의 위상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 있는 중국이 이를 타개 하기 위한 중요한 카드의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원하는 것 중의 하나인 미북간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자로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시진핑은 적(敵)"”이라면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에 근거해 미국 기업들의 중국 철수 명령을 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자 중국 당국의 마음도 바빠졌다.


사실상 중국과의 '경제 단절' 가능성까지 입에 올리게 되자 중국 내부에서는 위기감까지 있었고 이에 대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 모드를 잠재우기 위한 카드로 직접 미북간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국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언급한 ‘한일 핵무장론’ 때문이었다.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동북아 지역에서의 핵 도미노 현상이다. 북한의 핵보유를 결코 원하지 않는 중국이 만약 북한의 핵보유로 인해 한국과 일본, 심지어 대만까지 핵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는 중국으로써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스티븐 비건 대표의 6일 북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면 한·일 등이 핵무장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발언은 중국에게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지난 8월 중국은 인지하고 있었으며 미국측의 강경한 뜻에 충격을 받은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독촉하는 중재자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한일 핵무장론’은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미국의 한미연구소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도 비건 대표의 발언이 “중국에 경고하는 의미”라고 말한 바 있다.


맥스웰 연구원은 “비핵화가 실패하면 한·일이 자기방어를 위해 동북아에서 군비 확장 경쟁을 벌일 수 있는데 이는 중국의 이익에 반한다”면서, 결국 “비건 대표의 미묘한 경고는 최소한 중국이 북한을 돕는 상황은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대화 재개를 북한에 종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중국이 미북간 대화를 촉진하는 시도를 하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대화 재개를 선언하고 나오자 미국도 즉각 이에 화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간단계의 잠정적인(interim) 합의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많은 분석가들이 (중국과) 잠정 합의에 대해 말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것은 쉬운 것부터 먼저, 부분적으로 합의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도 우리가 고려하는 어떤 것이라고 추측한다”며 “(무역협상에서) 쉬운 것도, 어려운 것도 없다. 합의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중국과의 완전한 합의안에 서명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북한은 과연 미국과 비핵화 협상 진전을 이루려 할까?]


문제는 미국과의 대화를 제의한 북한이 비핵화 협상 진전을 이루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상 중국 때문에 등 떠밀려 하는 미북간 대화라 북한의 속내는 그리 탐탁치 않아 보인다.


그러한 심중이 지난 9일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 그대로 묻어난다.


최선희 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과 이달 하순에 비핵화 실무협상을 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미측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올 것”을 요구했다.


최 부상은 “(김정은이) 지난 4월 력사적인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며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는 립장을 천명”했다면서 “나는 그 사이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측과 마주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론의해 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이다.


최 부상은 특히 “나는 미국측이 조미쌍방의 리해 관계에 다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면서 “만일 미국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빅딜 방안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며, 미국 측이 새로운 스몰딜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대화는 끝장날 것이라 경고한 셈이다.


이러한 최후통첩성의 북한 주장에 대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또다시 대북제재 카드를 꺼낸 미국, 빅딜 외엔 다른 방안 없다]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 미 국무부는 “아직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의미 있는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9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대변인실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러면서 미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북한의 해킹그룹 3곳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보안업계에서 ‘라자루스 그룹’, ‘블루노로프’, ‘안다리엘’로 불린 북한의 해킹그룹 3곳을 제재한다고 밝힌 것이다.


정찰총국의 3국 110연구소 산하의 ‘라자루스 그룹’은 30만대의 컴퓨터에 피해를 준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사건에 관여했으며, 2014년 미국 기업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에도 직접적 책임이 있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대응을 위해 2014년경 만들어진 ‘블루노로프’는 한국, 대만 등 11개국에서 외국 금융기관에서 11억 달러 탈취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와 인프라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하고 있는 ‘안다리엘’은 2016년 9월 한국 국방장관의 개인 컴퓨터와 국방부 인트라넷에 침투해 군사작전 정보를 빼내려 했으며, 한국 정부 인사와 한국군에 대한 악성 사이버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3일의 대북제재로 이들 그룹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이러한 대북제재뿐 아니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비핵화 의지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북한 문제와 관련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가 시행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제재 의지도 확고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핵무기가 아닌 비핵화야말로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비핵화 행동에 나선 후에 이를 제공해 줄 것”이라 밝혔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목표는 그대로"라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재확인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안에 김정은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12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들(북한 정권)은 만나고 싶어한다” 면서,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고 보자”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뭔가가 일어날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앞으로의 전망은 크게 3가지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예측 1: 북한이 미국과의 빅딜 합의하면서 급속도로 미북관계 증진


우선 미국이 원하는 가장 행복한 시나리오는 북한이 9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비핵화 협상에서 올해 내에 미국의 빅딜 요구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미북관계가 급진전되는 길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도 탄력을 받으면서 북한과의 외교관계 개선에 나서게 될 것이고, 2020년 여름 즈음에 북한 핵무기의 미국으로의 반출 등의 쇼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당연히 대북제재도 대부분 해제되면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한 가능성은 극히 낮다.


*예측 2: 미국이 북한 입장을 고려, 일부 양보하면서 중간딜 입장으로 가는 경우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 요구는 사실상 핵을 갖겠다는 의미이다. 대신 미래핵에 대해서는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따라서 북한은 자신들의 마지막 양보선이 바로 일정 수량의 핵무기 보유를 미국이 인정해 준다면 영변 등의 핵시설 등의 파기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미국의 기존 입장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고, 당장 일본 등의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내 민주당 등의 거센 공격을 받을 각오를 해야만 한다.


이 역시 가능성이 극히 낮은 시나리오다.


*예측 3: 올 12월 안까지 기한으로 제시한 합의가 불발되는 시나리오


북한은 내년 미국 대선 이후로 비핵화 협상을 끌고 싶어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2020년 선거 운동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근간을 만들려 한다.


김정은이 2019년 12월말이라는 기한을 제시했지만 미국 역시 김정은에게 2019년 말안에 비핵화 협상을 마무리 하려 한다.


문제는 북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번 약속했던 진정한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김정은이 지금의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 더더욱 한국의 문재인 정권이 북한으로 그렇게 오판하도록 돕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하다. 2019년말까지 협상은 불발되고 결국 미국과 북한이 각자의 길로 가는 시나리오다.


사실 이렇게 진전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 경우, 북한은 2020년부터 다시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ICBM등을 도발하면서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릴까?


그에 대한 답은 미국이 지금 한반도 주변에 대한 군사적 행동들을 보면 금방 나온다.


어떤 방법으로든 미국은 내년 대선 이전에 북한에 대한 결론을 내려고 할 것이다.


중국은 이를 두려워하고 있다.


참으로 한국은 안팎으로 최대의 시련을 맞을 수도 있는 2019년 하반기이다.

문재인 정부가 함부로 까불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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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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