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헨지 앞 고고학자 톰 하딩 [웨식스 아키올로지 제공]
영국의 저명한 고고학자인 필 하딩이 이끄는 발굴·연구단체 '웨식스 아키올로지'는 스톤헨지에서 약 5km 거리에 위치한 벌퍼드 지역의 유적 흔적을 정밀 분석한 결과, 기존 스톤헨지보다 500년가량 먼저 지어진 원시적 형태의 천체 관측 구조물이 존재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조사된 발굴 현장에서는 120m의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 보는 너비 0.5m 크기의 대형 구덩이 두 개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조사팀은 선사시대 인류가 이곳에 2~4m 높이의 거대한 나무 기둥 두 개를 세워 태양의 궤적을 추적하는 기준으로 삼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목재 구조물은 후대에 건설된 석조 스톤헨지와 마찬가지로 천문학적 정렬을 따르고 있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향하고, 밤이 가장 긴 동지에는 지는 해의 방향을 정확하게 가리키도록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발굴 터 주변에서는 제례용으로 추정되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구덩이와 함께 선사시대 토기 파편, 가공된 부싯돌, 동물의 유해, 원반 모양의 석제 칼 등이 대량으로 출토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유물의 분포로 보아 고대인들이 이 장소에 정기적으로 집결해 종교적 의식이나 부족적 집회를 거행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해당 부지의 최초 조사는 군인 주거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부지 조성 작업이 진행되던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우연히 시작됐다. 그러나 5천 년 전 고대 인류의 천체 관측 기법을 검증하고 출토된 다양한 유물의 성분을 정밀 연대 측정하는 등 복합적인 실험을 완수하는 데에만 수년의 세월이 추가로 소요됐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필 하딩은 "두 개의 기둥 구멍은 5천년 전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걸 알려준다"며 "공동체 전체, 당시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고 하늘을 숭배했는지를 보여준다"고 기획의 의의를 설명했다.
현재 영국 잉글랜드 솔즈베리 평원에 자리 잡은 스톤헨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인류의 핵심 문화 자산이자 세계적인 관광지로 명성이 높다. 거대한 사암과 청색 돌기둥을 동심원 구조로 배치한 이 불가사의한 유적은 기원전 3100년부터 기원전 1600년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장 및 보수된 것으로 고고학계는 추정해 왔다. 스톤헨지가 정확히 어떤 기술로 축조되었는지, 그리고 궁극적인 건립 목적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으나 태양의 연간 공전 주기를 계산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게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현재의 스톤헨지 중심부에서 하지가 되는 날 북동쪽을 바라보면 외곽에 우뚝 선 '힐스톤' 너머로 정확히 해가 솟구치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으며, 반대로 동지에는 남서쪽의 '제단석' 방향으로 일몰이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현대에도 매년 하지와 동지 시기가 찾아오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인파가 스톤헨지 주변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고대 인류의 태양 숭배 전통을 재현하는 다채로운 기념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벌퍼드의 목재 기둥 터는 스톤헨지의 이러한 독특한 천문학적 설계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미 500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건축 전통의 연장선에 있음을 증명하는 핵심 단서로 평가받는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