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
유럽 대륙의 군사적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는 와중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026년 5월 24일 전화 회담을 가졌다. 이번 소통은 양국 정상 사이에서 약 4년 3개월 만에 이루어진 조치다. 벨라루스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과정에서 아군 기지를 제공하는 등 침략을 전방위로 지원했다는 책임을 추궁당해 서방 외교 무대에서 철저히 고립되어 왔다.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이 날 대화가 프랑스 정부의 먼저 제안해 옴에 따라 성사되었다고 발표했다. 벨라루스 측은 당일 교신을 통해 "지역 현안과 함께 벨라루스와 유럽연합(EU), 특히 프랑스와의 관계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외교적 압박에 무게를 둔 서방 언론의 보도는 분위기가 다소 달랐다. 프랑스 AFP통신은 정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하여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벨라루스가 휘말리는 데 따르는 위험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프랑스 측은 벨라루스가 고립에서 벗어나 유럽과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선제적인 개선 조치를 이행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러시아가 최방공망을 흔들기 위해 인접국을 전선으로 끌어들이려는 징후가 포착되는 중에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전쟁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경고를 거듭 발령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군당국은 "벨라루스와 가까운 북부 지역에 병력을 증원하고 벨라루스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겠다"며 전선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장벽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벨라루스는 프랑스와 통화하기 직전인 지난 5월 19일부터 사흘간 러시아 군대와 전술핵 연합 훈련을 전개하며 시위를 벌였다. 해당 기동에는 양국의 전략미사일 부대와 장거리 비행단 등 핵심 핵전력 운용 병력이 대거 참여했다. 당시 양국 지도부는 군사 행동이 외부의 잠재적인 안보 위협에 대응하려는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지에서 "핵 사용은 국가 안보 보장을 위한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조치"라며 서방을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서방 방위체제도 즉각 반응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대규모 훈련이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21일 국방 자산을 동원해 러시아·벨라루스 연합 핵 훈련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유럽 두 정상의 전격적인 교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를 향해 신형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직후에 전개되었다. 러시아군은 통화 전날 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를 키이우 전역으로 발사해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가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해당 미사일을 실전에 투입한 것은 전쟁 발발 이후 세 번째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번 공격과 오레시니크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침략국의 이 같은 극단적 공세는 무력의 우위가 아니라 "이는 무엇보다 러시아의 침략전쟁이 곤경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규정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역시 러시아의 미사일 도발을 "정치적 위협이자 무모한 벼랑끝 전술"이라며 맹비난했다. 칼라스 대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연합체 소속 외무장관들을 비상 소집해 러시아의 숨통을 조일 추가 경제 제재 안건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