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주민들이 체감하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당국의 내부 통제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드론 공습이 일반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자 전쟁을 대하는 대중의 시선이 변하기 시작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 날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재계 지도자,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현 상황이 푸틴 집권기 중 가장 혹독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선의 성과 부진과 일상 경제의 전반적인 둔화 현상이 겹치면서 사회 상류층의 심리적 동요가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현지 고위 경제계 인사는 "올해 확실히 엘리트 사이에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푸틴 대통령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상황이 당장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더라도 지도부가 무의미하고 자멸적인 조치를 반복하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크렘린궁에 순응적이었던 정치권에서도 이례적인 비판이 새어 나오고 있다. 공산당 소속 레나트 술레이마노트 하원의원은 현지 매체와의 대담을 통해 러시아가 장기적인 군사 작전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조속한 종전을 촉구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연말까지 돈바스 전역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군사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와중에 메시징 앱 차단을 비롯한 당국의 무리한 통제 조치는 민심을 더욱 자극했다. 크렘린궁 관계자는 식사 자리마다 인터넷 차단이 화두라며 "현재 러시아는 북한에 가까울 정도고 중국이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자조했다. 실제로 러시아 국영 조사기관이 집계한 행복지수는 1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온라인에서는 세금 인상과 검열에 항의하는 자영업자들의 영상이 유포되고 있다. 다만 정보당국은 엘리트층의 회의론이 확산하는 단계일 뿐, 당장 푸틴의 권력 기반을 무너뜨릴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