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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이란 통제권 강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마비 위기' - 전쟁 전 하루 130척 통행하던 핵심 항로, 하루 1척 수준으로 급감 - 이란, 상선 발포 및 나포로 무력 시위... 미군의 '역봉쇄' 실효성 논란 - 에너지 가격 폭등 속 '정치적 협상 카드'로 전락한 국제 해상 물류
  • 기사등록 2026-04-23 12: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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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이 세계 최대의 원유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통제를 노골화하면서 국제 해상 물류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앞둔 긴박한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공개한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데이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폭락했다. 전쟁 발발 전 하루 평균 130척에 달했던 선박 통행 수는 지난 21일 단 1척으로 급감했다.


22일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여러 선박이 통행을 시도했으나, 이란 측이 상선 3척에 발포하고 그중 2척을 강제로 나포하는 등 극단적인 무력 행사에 나서자 대기 중이던 선박들은 일제히 기수를 돌려 회항했다. 지난 18일에도 이란의 공격 소식이 전해진 즉시 33척의 선박이 운항을 중단하는 등 해상 물류의 불확실성은 극에 달한 상태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이란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주목할 점은 이란이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선박 통행을 '선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운 데이터 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이란 화물을 실었거나 이란 연계 선박 308척은 무사히 해협을 통과했다. 반면 이란과 무관한 일반 상선은 같은 기간 90척만이 통과하는 데 그쳤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단순한 해상 통로가 아닌, 미국과의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강력한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0%가 지나는 이 길목이 차단되면서 국제 가솔린, 디젤, 난방용 가스 가격은 연일 치솟고 있으며, 이란은 이를 통해 서방 국가들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군은 이란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이란 항구를 입출입하는 선박을 막는 '역봉쇄' 작전을 수행 중이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현재까지 29척에 대해 회항을 지시하며 봉쇄망이 철저히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로이드 리스트의 분석은 다르다. 최소 7척 이상의 이란 연계 선박이 미군의 감시망을 뚫고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미군의 통제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 해군 주력 함정들이 이란의 보복 공격을 우려해 해협 안쪽에서의 직접적인 호송 작전을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은 해운사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독일 해운사 하파그로이드의 안데르스 보에네스 상무이사는 "사전 경고 없는 공격으로 인해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다"며 미군의 보호 능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백악관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의 상선 공격 및 나포가 현재의 휴전 상태를 깨뜨릴 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공격받은 선박들이 미국이나 이스라엘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으나, 이는 이란과의 종전 협상 판을 깨지 않으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이 약속 위반과 지속적인 봉쇄,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며 오히려 미국을 비난하는 위선적인 태도를 보였다. 혁명수비대(IRGC) 역시 나포된 MSC-프란세스카호 등이 필요한 허가 없이 분쟁 해역을 통과하려 했다며 정당한 법 집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국제 정치에서 '힘의 공백'이 발생했을 때 핵심 공급망이 어떻게 무기화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란의 행보는 전형적인 '인질 외교'이자 공급망을 볼모로 한 협박 전략이다.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이 경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다음과 같은 냉철한 시각이 요구된다.


에너지 안보의 다변화: 특정 해협의 폐쇄가 국가 경제 전체를 흔들지 않도록 비축유 관리와 공급선 다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미 연합 해상 안보 강화: 국제 해상로의 안전은 결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강력한 해군력과 동맹국과의 공조만이 적대 세력의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


사회주의적 유화책 경계: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정권에 대해 실질적인 제재와 압박 없는 대화 시도는 오히려 그들에게 전열을 정비할 시간과 전략적 자산만 제공할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마비 상태는 국제 사회가 이란의 비대칭적 도발에 대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미국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자칫 '전략적 방임'으로 흐르지 않도록 동맹국들의 기민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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