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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소련붕괴 30년, 중국은 어떠할까? - 소련 붕괴 원인 헛다리 짚는 中, "미국 붕괴할 것" 주장 - BBC 지목한 소련붕괴 5가지 요인과 中현실 데자뷔 - 시진핑 집권 이후 더 후퇴한 中 개혁개방, 몰락의 길 자초
  • 기사등록 2021-12-28 21:29:45
  • 수정 2021-12-29 08: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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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보는 소련 붕괴의 원인]


12월 26일로 소련 해체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1년 12월 25일 당시 소비에트연방(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대통령직을 공식 사임했고, 이튿날인 26일 소련최고회의는 15개 신생 독립국의 독립을 공식 승인하며 소련의 해체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그럼으로써 한때는 세계 최강국 중 하나를 상징했던 망치와 낫이 그려진 붉은 깃발이 크렘린 상공에서 내려왔던 것이다.


그런데 소련 붕괴 30주년을 맞아 중국에서는 “소련이 사회주의 노선을 벗어났기 때문에 패망했으며, 중국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 버금가는 경쟁자가 될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의 26일(현지시간) ‘소련 붕괴의 교훈’ 기사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소련 붕괴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사회주의 강대국이었던 소련이 지난 30년전에 무너졌지만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한 중국은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됐다”면서 “중국인들은 30년전의 소련 붕괴를 통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발전시키고 개선해 나가는데 중요한 교훈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글로벌타임스는 “소련 붕괴의 원인에 대해 중국의 판단은 서구사회가 해석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면서 “서방국가들은 소련이 군사력 확장, 경제개혁 실패 등을 그 원인으로 꼽지만 중국내에서는 스탈린 이후 소련이 사회주의 길에서 벗어나 소련 인민까지 배신한 것이 소련 붕괴의 원인이라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소련 붕괴 원인과 관련해 리셴밍 전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은 “소련이 사회주의 모델 때문에 망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면서 "소련이 사회주의 모델을 통해 산업화를 성공시켰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전후 재건에도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리셴밍 부원장은 그러면서도 "(소련이 몰락한) 진정한 이유는 소련의 지도부가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를 점차적으로 배신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리셴밍 부원장은 이어 “소련 붕괴의 출발점은 니키타 흐루쇼프가 시작한 개혁이었는데, 이 때문에 점차 소련 사회주의의 기본 정치·경제체제가 부정당했으며, 서구 자본주의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려다 패망한 것”이라 결론내렸다.


특히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전문가들의 견해를 빌어 “소련이 서방국가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중국을 포함한 사회주의권 내 '동지'를 위협하고, 군사적 팽창을 추구하면서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 결국 붕괴의 원인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왕셴주 중국 인민대학교 연구원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러한 힘의 팽창은 우주로 위성을 보내는 데까지 미치게 됐지만, 역설적으로 식량과 생필품 부족 문제 등은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증폭됐다”면서 “그러나 소련 공산당과는 달리 중국 공산당이 추구하는 전면적인 발전과 성과들은 모두 '인민을 위한 봉사'라는 하나의 근본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서 소련과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은 “소련 해체는 중국에 대한 백신”이라면서 “소련의 해체는 중국에게 무엇이 잘못이고 어느 쪽이 막다른 길인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교훈”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소련해체의 교훈을 통해 성공적인 발전을 실현해 가고 있지만 소련의 경쟁국이었던 미국은 소련 교훈을 통해 전혀 배운 것이 없어서 소련이 망했던 그 길로 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고르바쵸프 전 서기장이 미국은 거만해지고 교만해졌다고 말했다”는 점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6월 미국이 전형적인 제국 멸망의 길로 가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도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마지막으로 베이징의 한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하면서 “오늘날 미국은 구 소련이 해체되기 직전인 1970~80년대와 너무나도 흡사하다”면서 “군사력 확장과 권력 남용, 이데올로기에 대한 과신,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몰아붙이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미국이 지금 처해 있는 문제점들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소련이 붕괴했던 그 길을 가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 소련 붕괴 요인을 분석한 BBC러시아판


[영국 BBC가 지목한 소련붕괴의 원인 5가지]


그렇다면 소련 붕괴의 원인에 대해 서방세계는 어떻게 생각할까? 영국의 BBC는 26일 ‘소련 붕괴를 부른 5가지 원인’을 게재했는데 지금의 중국 상황과 대비하면서 살펴볼 만 하다.


(1) 경제적 요인


BBC는 소련의 가장 중요한 붕괴 요인 중 하나로 서구 국가들의 시장 경제 체제와 다른 중앙 계획 경제 체제를 들었다. 당시 소련의 체제는 국가가 모든 생산품(자동차와 신발, 빵 등)의 생산량을 정했고, 또한 시민 개개인에게 필요한 물건이 몇 개인지, 물건의 가격은 얼마인지, 임금을 얼마나 지급해야 하는지도 결정하는 국가통제 경제였다.


이러한 소련의 경제체제는 이론상으로는 효율적이고 공정했으나, 실제로는 공급은 항상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화폐는 종종 의미를 상실할 정도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당시 많은 소련 주민들은 기초 생필품이 부족해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없었다.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것은 보통이었고 그나마 살 수 없는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경제 체제를 더욱 붕괴시킨 요인은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소련과 미국의 우주 탐사 및 군비 경쟁이었다. 소련이 비록 지구 궤도에 인류를 보낸 첫 번째 국가였고, 핵무기와 고도로 발달된 탄도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 모든 것들을 개발하고 유지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다.


소련은 이러한 엄청난 국방비용 소요를 위해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을 활용했지만 1980년대 초 유가가 폭락하면서 가뜩이나 휘청거리던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자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이러한 위기 타개를 위해 시장 경제 원리 몇 가지를 도입했지만 이미 곪을대로 곪은 소련의 경제를 개혁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소련 경제의 상태가 심각했다는 의미다.


결국 소련 정부당국은 화폐개혁 등의 개혁 조치를 취했지만 주민들의 좌절감만 키우면서 결국 소련은 막다른 길에 이르게 되었다.


(2) 이데올로기 측면


소련의 몰락을 재촉한 두 번째 요인은 이데올로기 때문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수십 년간 억압적인 정권하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고 질문하고 불평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소련 사람들에게 고르바초프는 언론의 자유를 전격 허용하는 글라스노스트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그러한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이 소련이라는 국가의 사고 체계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오히려 어설픈 개혁정책은 소련 주민들에게 공산당 통치 체제가 비효율적이고 억압적이며 부패에 취약하다는 생각만 들게 만들었다.


(3) 민족주의 측면


다민족 국가였으며, 러시아 제국의 계승자였던 소련은 당시 15개의 공화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규모였던 러시아에 의한 인종탄압과 기근 등은 각 공화국 주민들에 의한 자결권 요구로 번지면서 국가연합이라는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게 되었고, 결국 이러한 결과가 해체로 이어진 것이다.


(4) 상실감과 박탈감 측면


소련 주민들은 오랫동안 서방세계의 자본주의 국민들이 가난과 타락에 시달리고 있다고 배워왔으나 실제로 1980년대 후반부터 해외 여행이 잦아지면서 정부의 선전선동들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련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것이 소련 붕괴의 직접적 요인이 된 것이다.


(5) 리더십 측면


BBC가 소련붕괴의 마지막 요인으로 꼽은 것은 리더십이다. 고르바초프는 소련 경제와 대중의 사기저하를 막기 위해 급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리더십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말미암아 해외에서는 인기를 얻었으나 정작 소련 주민들에게는 비난을 받게 된다. 그러다가 소련내의 기득권 세력들이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이마저도 실패했고 이후 옐친과 다른 지도자들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결국 여러 공화국들이 독립투표로 이어지면서 소련은 마침내 붕괴하게 된 것이다.


[소련 붕괴와 중국의 미래]


소련이 어떻게 붕괴되었는가를 보면 중국의 미래 또한 점쳐볼 수 있다. 소련 붕괴의 가장 큰 요인은 BBC도 지적했지만 경제적 침체와 소련 사회주의에 대한 깊은 실망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중 경제적 침체는 소련이 당시 패권국이었던 미국과 지나치게 군비경쟁을 하면서 촉발되었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소련의 국가중심 경제가 경제적 위기를 불러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당시의 소련 사람들의 삶은 결코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더 나아지지는 않았고 소비생활이 점차 열악해지면서 결국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여기에 결정타를 입힌 것이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실망감이다. 농민들이야 원래부터 공산주의 체제를 싫어했지만 도시 주민들은 대체로 소련체제를 지지했다고 한다. 물론 소련의 도시인들이 사회적 모순이나 부정부패,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문제들을 체제 전환에 있어 불가피한 것으로 여겼다. 특히 그들에게는 소련의 사회주의 체제가 미국의 자본주의를 능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주의 체제와 자신들의 현재 삶을 비교하게 되면서 소련 체제에 대한 믿음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특히 소련 사람들은 미국에서 평범한 사람이라 해도 마음대로 모든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도 할 수 있으며 부르고 싶은 노래도 마음껏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소련 체제에 점차 등을 돌리게 된다.


이러한 소련 붕괴의 교훈을 중국은 철저하게 마음에 새기고 있다. 그래서 개혁개방을 단행한 것이고 모두가 잘 살자는 선부론(先富論)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인민들에 대한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철저하게 세뇌시켜 왔다. 다시말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미국의 자본주의를 능가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 준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면서 중국의 개혁개방은 후퇴하기 시작했고 일정부분 중국 인민들에게 주어지던 자유까지도 다시 회수하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은 전 세계 패권장악을 노리면서 무리한 국방력 확대까지 이어진다.


중국이 깨닫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는 그런 식으로 아무리 무기를 늘리고 군함을 건조해도 앞으로 수십년이 지나도 미국의 막강한 국방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미국과의 디커플링은 중국의 경제 체제 자체를 완전히 후퇴시킬 수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하고 있다. 여기에 동승서강(東昇西降, 동양은 흥하고 서양은 쇠한다)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붙잡고 ‘중국이 무조건 이긴다’는 정신승리까지 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흐름은 소련이 몰락했던 바로 그 이유들, 다시말해 지나친 군사력 확장, 미국을 능가한다는 패권추구적 우월주의, 경제정책 실패 등의 데자뷔(deja vu)를 보게 만든다.


중국이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이 된 것은 중국식 사회주의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체제 속에 중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 가장 중요한 전제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기본을 망각하면서 중국은 지금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또한 소련의 사회주의가 무너지게 된 것은 지나친 국가중심 체제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진핑의 중국공산당 정권은 참으로 묘하게도 갈수록 소련 몰락때의 그 체제로 회귀하고 있다. 그래서는 중국의 미래도 없을 것임을 소련의 역사가 보여준다.


중국은 지금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다. 미국이 소련몰락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정작 중국이 지금 과거 소련 붕괴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중국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은 바로 소크라테스가 했던 ‘네 자신을 알라’라는 말일 것이다. 소련 붕괴 30주년을 맞는 지금,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떠오르는’ 중국이 아니라, 현재 ‘정점(頂點)’을 찍고 있는 중국이 곧 쇠퇴기를 맞으면서 미국과 더 큰 갈등을 벌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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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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