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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종전선언, 그리고 엇갈린 남-북-미 서로 다른 목소리, 지향점도 모두 다른 남-북-미 2020-09-23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 [사진=Why Times DB]


[서로 다른 목소리, 지향점도 모두 다른 남-북-미]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같은 시기에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것도 서로 일방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며 종전(終戰)선언에 대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했다.


그러나 북한은 연일 남한을 향해 비난을 퍼부어대고 있으면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대대적인 군사공세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그러한 북한을 향해 완전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다시금 북한을 조이고 있다.


남-북-미 3국이 각기 엇갈리는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과 대북제안]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UN) 총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終戰)선언’”이라는 것이 문대통령의 강조점이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미·북 간 ‘하노이 노딜(no deal)’ 직전인 작년 1월 신년 기자회견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2018년 6월의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합의에 의거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바로 ‘종전선언’이라면서 “종전선언에 따라 서로 간의 적대관계를 해소하자는 정치적 선언이 이어지면 북한도 보다 비핵화를 속도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마디로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으로 치부했고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비핵화도 함께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이번에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동시적 조치로 꺼내들었지만 문 대통령의 방점은 역시 종전선언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를 통한 북한 비핵화도 추동할 수 있다고 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카드는 이미 지난 6월부터 여권에서 거론되어 왔었다. 문 대통령이 6월 25일 ‘종전’이라는 단어를 언급했고, 여권을 중심으로 다시 종전선언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었었다. 이번 문대통령의 유엔 연설에서의 종전선언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8년에도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에 응해주어야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주민을 상대로 비핵화사업을 추진할 명분이 생긴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상대방의 태도여하에 따라 다시 취소할 수 있는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미국이 가벼운 마음으로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도 미국에 손해될 것이 없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견해였다.


[한국의 종전선언 카드에 대한 미국의 인식]


그러나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이러한 종전선언 논의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너무나도 차갑다. 전쟁 상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선언’이 아니라 ‘복잡한 협상을 통한 합의’이며 이 과정에서 충족돼야 할 요건과 다양한 변수들이 있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이 그저 정치적 선언이라 주장하지만 미국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미국은 ① 핵물질과 시설의 신고 ② 핵사찰과 검증 ③ 핵무기와 운반수단의 반출을 통한 폐기를 시종일관 요구하면서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비핵화를 위한 실질조치로 볼 수 있으며 이런 비핵화 후에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해리 해리스 미국대사도 한국 부임 후 가진 최초의 기자회견에서 일단 종전선언을 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북한과 한국정부의 종전선언 요구에 따라 미 국무성은 지난 2018년 종전선언의 수용 가능성을 ‘부처간 협의(Interdepartmental Consultation)’에 회부하였으며, 토론 끝에 미국연방정부의 입장을 9월 하순 최종적으로 정리한 바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는 전쟁의 선포와 전쟁 종결문제는 미국 의회의 결의를 필수조건으로 하는데, 현시점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관한한 미국 의회가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일치된 목소리로 반대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의회를 무시하고 함부로 종전선언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 사항이었다.


더욱이 현실적인 문제로 미국은 세계 핵무기 비확산 체제를 관리하는 강대국으로서 북한이 핵무기와 그 운반수단으로서 탄도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상태 그 자체’를 ‘전쟁상태’로 간주하기 때문에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 진전 없이는 종전선언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다.


이와 함께 이러한 원칙적인 문제 말고도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또 있다.


①종전선언 자체가 북핵 협상에서 북한에 유리한 입지를 제공해 준다.


②주한미군의 철수 논리를 제공해 준다.


③종전선언은 북한이 절대적으로 원하는 것으로 만약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북한 내부에서 대미 항쟁 승리를 선언하게 될 것이다.


④종전선언은 주한미군을 내보내려는 중국의 의도와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종전선언과 연관된 평화협정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 주장하지만 미국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①북한의 핵 보유국을 합법화해 준다.

②한미동맹의 분열을 가져온다.

③북한 주도의 통일을 촉발시킬 수 있다.

④북한의 도발 때 미군의 한국지원에 제한이 생긴다.


이런 관점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한 가벼운 입장, 곧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는 개념에 대해 미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우려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 25일 미국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발언했었다. 그 당시에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었다.


패트릭 노턴 전 국무부 법률자문관은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말도 안되는 논리”라고 일축했다. "만약 종전 선언을 채택한 뒤 되돌리고 싶다면 (논리적으로는) 다시 전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며 "종전 선언이 이뤄진 다음 다시 예전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전쟁을 누군가가 다시 일으키는 문제"라고 했다. 그러니까 종전선언은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상원의 외교 및 군사위원회 위원들 역시 한결같이 “종전선언이 비록 정치적 선언이라 할지라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 후에나 가능한 일”이라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내에서도 마찬가지 의견을 보인다. 종전선언과 비핵화의 선후 문제에 관한한 공화당이나 민주당 양당 모두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어야 종전선언도 가능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문대통령은 왜 ‘종전선언’을 말했을까?]


상황이 이러한데도 문 대통령은 왜 종전선언을 뜬금없이 꺼내들었을까? 이는 문 대통령의 이어지는 유엔연설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방역과 보건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대화와 협력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북한을 포함해 중국,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미국 등이 참여한 동북아 철도공동체’를 주창했지만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아무런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대뜸 미국이 빠진 다자간 방역공동체론을 꺼내든 것이다.


이는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북한을 지원하면서 그 기회에 대북제재 완화까지 이뤄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도 미국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다자간 방역협력체로 일단 시동을 건 뒤 이를 체제안전보장과 연결시켜 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러한 체제안전보장의 실마리를 종전선언으로 본 것이고, 이를 통한 평화체제 정착이라는 꿈을 꾼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미국이 어차피 비핵화를 이유로 종전선언에 동의해 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한국 정부가 정치적 종전선언을 하면서 북한과의 교류를 해 보자는 것이고, 여기에 중국과 일본 등도 함께 손을 잡아보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종전선언 자체가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것이고, 종전선언이 만약 이루어진다면 북한도 종전선언을 한 한국과도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


[엇나가는 북한, 연일 대남비방]


그러나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생각과는 달리 북한은 일단 남쪽 정부와 손을 잡을 생각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을 향한 비난이 거의 없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북한은 지난 16일에도 '조선의 오늘'이라는 선전매체를 통해 남측의 내년도 국방예산 증액을 놓고 "또 하나의 군사도발이자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선전매체인 ‘메아리’도 지난 20일 한미 양국이 외교부 국장급 실무협의체인 ‘동맹대화’를 추진하는 것과 21일 한미 군 당국이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열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지난 22일에도 ‘조선의 오늘’은 한국 해군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합동군사연습인 ‘림팩’에 참가하고 돌아오던 중 괌도 주변 해상에서 ‘퍼시픽뱅가드’를 비롯한 각종 연합해상훈련에 광분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그동안 대남 비난을 퍼부은 다음 도발한 선례가 많다는 점에서 이 다음 북한의 수순이 어떻게 될지 관심을 끈다.


북한이 이렇게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 대해 말폭탄을 쏟아내는 것은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불신 때문일 것이다. “말뿐이고 아무것도 하는 게 없는 무능한 이벤트 정부”라는 것이 북한의 시각이다.


그러니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아무리 북한 하늘을 쳐다보며 넋두리를 해 봤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말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 압박하는 미국, 비핵화 없인 대화도 없다]


이런 전망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대 북한 태도다. 선거를 앞두고 유화적으로 변할만도 한데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북한의 최종적이며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향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개막한 제64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총회 메시지를 통해 그렇게 뜻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과 함께 언급한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자신들이 한 약속과 IAEA와의 안전조치 협정을 준수하도록 함으로써 핵무기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특히 대 이란 제재 복원을 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이란 이전에 대해 철저하게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엘리엇 에이브럼스 미국 국무부 이란·베네수엘라 특별대표는 21일(현지시간) “이란이 북한과 협력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과 이란에 대해 함께 압박을 한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이란과 함께 북한 커넥션을 꺼내들면서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양국에 대한 경고의 의미와 함께 대이란 제재 및 대북한 제재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강력한 뜻도 담겨 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대 북한 전략과는 완전히 엇나가는 방향인 것이다.


[외톨이 된 한국, 전혀 의미 없는 종전선언 카드]


대통령의 말은 한 나라의 생각과 뜻을 집약시킨 것과 같은 무게를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말이 무시를 당하거나 조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 나라의 국격이 그만큼 추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은 한마디로 현실을 무시한 허언(虛言)으로 들릴 수밖에 없고, 그로인해 북한에만 집착하는 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된다.


미국에서는 이번 문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에 대해 “현실성 없는 허상”, “비현실적 발언”으로 규정했다. 뜬구름 잡는 전혀 의미없는 제안이라는 것이다. 비핵화라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없는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선언은 대꾸할 가치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북한 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그와 같은 평화체제를 협상하지 않을 것”이러고 단호하게 말했다.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이어 “가장 큰 의문은 북한이 과연 그런 협상에 관심이 있는지 여부”라며 “평화체제 제안 역사를 돌아볼 때, 북한은 그런 제안을 대체로 전략상의 목적으로 이용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미국의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종전선언 실현 가능성에 대해 “절대 이루어질 수 없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끝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도 “전쟁을 종식시키는 데 필요한 것이 말뿐이라면 언제나 평화로울 것”이라며, 역시 법적인 문제를 종전선언의 가장 명백한 한계로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원하는 어떤 것이든 ‘선언’할 수 있겠지만, 휴전협정 서명의 주체가 아니어서 엄밀히 말해 북한, 중국, 미국의 견해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한국전을 종식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뜬금없이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미첼 리스 전 실장은 이어 “한국이 북한 앞에 고개 숙여 엎드린다고 그런 날이 오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정곡을 찌른 것이다.


종전선언. 말은 참 좋다. 결론을 말하자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종전선언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종전선언을 꺼내려면 북한더러 당장 핵을 전면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북한을 향해 그런 쓴소리없는 종전선언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한국 정부의 위시풀 싱킹(wishful thinking),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한 발언을 하는 한국의 대통령에 대해 어느 누구도 찬동해 주지 않는다. 심지어 북한마저도 말이다.


지금 한국의 대통령이 말해야 할 내용은 종전선언 같은 말이 아니라 김정은에게 빨리 비핵화를 하라고 재촉하는 것이고, 그를 통해 진짜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 가자고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한 조치없이 평화를 말하고 종전을 설파하는 것은 그저 ‘외교적 쇼’에 불과하다.


한마디만 더. 문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협력’을 26차례, ‘평화’를 17차례 언급했다. ‘한반도’란 단어도 12번 언급했다. 이번 연설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해 준다. 그래서 허망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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