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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미북협상. ‘文’만 몰랐다! 싱가포르 합의 모라토리움 선언 가능성 2019-10-08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 스톡홀름 노딜에 대해 설명하는 북한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사진=NHK]


[7개월만의 만남에서 8시간만의 ‘스톡홀름 노딜’]


지난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비핵화 협상이 하루만에 결렬됐다. 지난 2월의 ‘하노이 노딜’에 이어 7개월 만에 ‘스톡홀름 노딜’이 재연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스톡홀름 노딜은 북한 전문가라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누구라도 전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 신문도 당연히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그래서 국정원의 11월 김정은 방남설을 강력하게 비판했던 것이다.


[관련기사: [논평] 김정은 한국 온다? 국정원까지 나서 국민 선동하는 세상(9월 24일)]


[관련영상: [Why Times논평 236] 김정은이 한국에 온다고? 결코 못오는 3가지 이유 (9월 24일, YouTube 236회)


[미북 비핵화 협상, 왜 결렬됐나?]


그렇다면 이번 미북 비핵화 협상이 왜 결렬됐을까?


우선 미국의 입장은 ‘빅딜’안은 그대로 유지한 채 빅딜 과정으로 가기 위한 전 단계에서의 일부 제재 완화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정책을 그대로 고수했다. 그러면서 단지 진전과정에서 일부 제재 완화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1차적으로 미래의 핵과 관련된 영변 핵시설 등의 검증가능하면서도 불가역적 폐기를 시행할 경우 북한산 석탄 등의 수출 금지 조치 해제를 포함하여 대북제재 문제를 유연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난 싱가포르회담에서 제시했던 4가지 합의사항, 곧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 한반도에서의 영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 당시의 전쟁 포로 및 전쟁실종자 유해 송환 등의 문제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었을 때 북한이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서도 북한측과 미국측의 해석도 달랐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양측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정상회담 진행 방안에 대해 양측은 논의 방향 자체가 180도 달랐다.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밀도있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북한은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주제에 대해서만 실무협상에서 논의를 하자고 고집했다. 이는 실무협상은 의제들만 논의하고 곧바로 정상회담을 진행해 정상간 논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자는 입장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북한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 곧 실무회담에서의 밀도있는 협의없는 정상회담 직행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북협상을 진지하게 진행할 의사 자체가 없었다]


이번 미북간 협상에서 북한이 취한 태도를 보면 일찌감치 ‘노딜’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측이 미국측에 제시한 카드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은 당연히 ‘빅딜’을 기본으로 한 정책을 논의하려 했으나 북한은 역으로 미국이 먼저 북한을 향한 적대시정책의 완전한 포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북한은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로 표현했으며 이를 ‘CIWH·Complete and Irreversible Withdrawal of the Hostile policy’로 번역한 것이 확인됐다.


확실한 체제보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논의조차 시작할 수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뿐 아니다. 이번 미북 실무협상 노딜의 가장 큰 요인은 북한측이 미국이 주장하는 ‘빅딜방안’ 포기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이를 전면 거부함으로써 더 이상 실무회담 자체가 진행될 수 없었다.


북측 대표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오후 6시경 협상장에서 북한 대사관으로 돌아와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그는 “미국이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며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은 미국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를 제거하는 조치를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여기에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향한 공격적 태도의 전면 중단도 요구했다. 한미군사훈련을 포함한 한국에로의 첨단장비 반입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이에 대해 김명길 대사는 5일의 성명에서 “싱가포르 조미(북미) 수뇌회담(정상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15차례에 걸쳐 제재 조치를 발동하고 합동군사연습도 재개했으며, 조선반도 주변에 첨단 전쟁 장비를 끌어들여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을 위협했다”고 한 것이다.


결국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다시 한 번 비핵화 의사가 전혀 없음을 확인한 셈이 됐다. 미국의 빅딜방안 포기를 요구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였다. 북한은 싱가포르 합의 자체를 완전히 무시하면서 일정부분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미래의 핵에 대한 포기만 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의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제거를 노리고 있었음을 다시 드러낸 것이다.


[어차피 이루어지지도 않을 협상, 북한은 왜 손을 내밀었을까?]


북한도 이번 스톡홀름 협상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미북 비핵화 협상을 하게 된 것도 자신들의 의지가 아니라 지난 9월 2일부터 2박3일간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평양을 방문해 10월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 조건으로 미북간 비핵화 협상 재개를 촉구했기 때문에 등 떠밀려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정세분석]북한이 미국에 급하게 “9월안에 만나자”고 한 이유? (9월 15일)]


[관련영상: [Why Times논평 230] 북한이 미국에 급하게 “9월안에 만나자”고 한 이유? (9월 14일, YouTube 230회)]


그렇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충분히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었다고 보고 있으며 그렇다고 핵을 보유하려는 자신들의 의지를 포기할 의사도 전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북한의 오판, “선거 앞둔 트럼프, 미북회담 결실 얻으려 양보할 것이다.”]


북한은 사실 스톡홀름으로 협상하려 가면서 협상 진전에 대한 어느정도 희망을 가지고 갔던 것으로 보인다. 스톡홀름으로 가기 전 베이징공항에서의 김명길 대사의 태도에서 그런 북한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전이 있어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도 도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미국이 상당 부분 양보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3차 정상회담을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실무회담의 의미 자체를 축소하면서 곧바로 정상회담을 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북한의 오판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빅딜 방안을 포기하면서 협상을 진전시키는 것이 내년 대선에 더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차라리 협상을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적당한 타협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쯤은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북한이 잘못 판단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


스톡홀름 노딜은 북한이 먼저 선언했다.

하노이 노딜의 치욕스런 기억을 지우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북한이 먼저 노딜을 선언하게 될 수도 있음은 이미 여러 조짐에서 드러난 바 있다. 미국은 이번 스톡홀름 대좌를 ‘실무회담’이라 칭한 반면 북한은 구태여 ‘예비’라는 단어를 앞에 붙였다. 한마디로 미국의 간을 본 뒤에 북한측 생각이 미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판을 걷어 차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결국 북한 뜻대로 판을 엎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에 대한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 북한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7일 귀국길에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추후 회담은 미국 측에 달려 있다”며 “이번 회담은 역스럽다(역겹다)”고 했다.그는 이어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한 것이 그것이다.


이미 SLBM도발을 한 북한으로서는 이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미사일 도발 등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마디로 지난해 6월의 싱가포르선언 합의를 완전히 파기할 수도 있다는 협박인 것이다. 당분간 추가 실무협상을 거부하며 강성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그렇다면 북한이 실무회담을 거부하면서 정상회담 직거래를 요구하고 또 단거리 미사일 이상의 도발을 이어간다면 미국은 이에 어떻게 대응할까?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은 어떻게 나올까?


여기서 중요한 단서 하나를 찾아 볼 수 있다. 스톡홀름 노딜 직후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에게 결렬 사실을 보고하자 “우리가 준비했던 모든 계획(We are all set)은 이제 끝났다”고 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할만큼 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북한이 만약 이번 노딜 이후 도발로 나온다면 미국은 군사적 압박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이러한 동향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 스톡홀름 노딜 직후 일본의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기지에 배치한 미국의 핵심 정찰기인 E-8C 조인트스타스(JSTARS) [사진=US Air Force]


스톡홀름 노딜 직후 미국의 핵심 정찰기인 E-8C 조인트스타스(JSTARS)를 일본의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기지에 배치한 것도 그 일환이다.


결국 이는 북한 의도대로 미국이 결코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것이고 만약 북한이 내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 든다면 분명한 응징이 뒤따를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김칫국물 연속 마신 한국, 완전한 왕따임에도 착각만 계속]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한반도 비핵화 협상상황에 문재인 정부는 저 멀리 떨어져 구경꾼 노릇만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진전되는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


지난 9월 하순 문 대통령이 갑자기 미국 방문을 계획한 것도 주미대사관의 ‘미북협상 급진전 기대’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치 문 대통령이 미북협상을 촉진시킨 것처럼 대외 홍보를 해 볼 요량으로 한미정상회담을 급히 열었던 것이다.


회담 후에도 “두 정상은 한ㆍ미 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transform)’해 70년 가까이 지속된 적대관계를 종식할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전환’이라는 단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미북간에 관계 개선을 넘어서는 적극적ㆍ근본적 관계 변화를 의미한다는 것으로 설명했는데 정작 미국측 생각은 전혀 달랐다. 우선 백악관 발표문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지도 않았고 그동안 통상적으로 미국이 써 왔던 단어임에도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전환’을 강조한 것이 처음”이라고 허풍까지 떨면서 정상회담 성과를 강조했다. 한마디로 미북회담의 촉진자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고 자랑한 것이다.


심지어 실무회담 직전인 4일에도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 개최 뒤 “상임위원들은 북ㆍ미 간 이번 실무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미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마신 셈이다.


이러한 엄청난 상황 오판으로 인해 김정은의 부산 아세안정상회의 참가설도 나온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조국사태로 인한 정국의 위기를 김정은 방한카드로 덮어 보려 했지만 이 계획도 완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우리 신문사의 분석력보다 못한 대한민국 청와대의 실력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 미북간 실무협상 진행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협상 진전 상황 등에 대해 상세하게 전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외교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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