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18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겨냥해 대대적인 드론 공습을 감행한 가운데, 당일 현지 정유 공장에서 일어난 대폭발의 원인이 러시아 내부의 방공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진위 확인을 거쳐 19일 공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 영상에는 정유 공장 주변을 날아다니는 정체불명의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지상에서 대공 미사일 두 발이 연달아 쏘아 올려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해당 미사일들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고도를 유지하며 빠르게 날아가더니 이내 정유 시설 내 연료 저장고를 그대로 타격했고, 그 직외 엄청난 화염과 함께 저장고 상단 덮개가 하늘 위로 날아갈 정도의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현장 영상을 정밀 분석한 전문가들은 이번 오폭에 쓰인 무기가 러시아 보병들이 개인적으로 휴대하여 발사할 수 있는 휴대용 대공 미사일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영국 국방학 연구자인 마이클 클라크는 "미사일이 처음 뿜어져 나온 지점과 비정상적으로 낮게 깔려 날아간 궤적, 그리고 비행 초기에 특유의 발사 연기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휴대용 대공 미사일이라는 가설이 가장 강력한 설득력을 얻는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다른 온라인 영상 속에는 정유 공장과 인접한 도로 위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날아오는 우크라이나 드론을 조준해 휴대용 방공 무기를 직접 발사하는 긴박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영국 크랜필드 대학교의 국방 항공학 전문가인 알리스터 새딩턴 교수 역시 무기 발사 현장 기록들을 토대로 정황상 휴대용 대공 미사일이 오작동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알리스터 새딩턴 교수는 "주변 건물과 민간인 피해 우려 때문에 인구 밀집 도심 구역에서 이 같은 저고도 무기를 운용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피해야 할 위험한 선택"이라며 "그럼에도 이를 강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러시아 방공망이 처한 극심한 절박함을 대변한다"고 꼬집었다.
당시 러시아 군 당국은 드론 침투를 막기 위해 작전 지역 도로 인근에 차량 탑재형 판치르 방공 시스템까지 다수 배치하며 철저한 방어 태세를 구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판치르 시스템이 개별 드론을 격추하는 데는 비교적 효과적이지만, 사방에서 수십 대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대규모 드론 편대의 파상 공세를 완벽하게 차단하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알리스터 새딩턴 교수는 "러시아군 역시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동시에 밀려드는 수백 대의 드론 무리를 한꺼번에 요격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과부하를 겪고 있을 것"이라며 "전투기나 폭격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제작된 값비싼 대형 방공 미사일을 저렴한 드론을 막는 데 쏟아붓는 방식은 재정적 손실이 막대할 뿐만 아니라 유한한 미사일 재고를 순식간에 바닥나게 만드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