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행정부가 자국의 첨단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해외 접속을 전면 차단하면서 그동안 미국에 기술을 의존해온 동맹국들이 독자적인 AI 주권 확보에 일제히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이 개발한 최신 인공지능 모델인 '미토스5'와 '페이블5'를 대상으로 외국 기관 및 개인의 접근을 금지하는 수출 규제 지침을 하달했다. 이 조치는 미국 중심의 기술 생태계에 의존하던 동맹국들에게 언제든 기술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주었으며, 결과적으로 각국이 자체 인공지능 기술 역량을 구축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가장 뚜렷하게 관측된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프랑스 정부가 자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미스트랄 AI'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구축된 인공지능 모델을 전격 도입할 방침이라고 공표했다. 이와 함께 프랑스 정보기관인 대내보안총국(DGSI)도 기존에 협력해오던 미국의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팔란티어와의 계약 대신 프랑스 자국 기업인 챕스비전을 새로운 협력 파트너로 최종 낙점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프랑스는 자체적인 AI 도구를 갖춰야 한다"며 "최근 며칠간 목격했듯이, AI 모델을 특정 파트너들의 선의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계의 목소리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프랑스의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 소속 대선 후보인 가브리엘 아탈은 "AI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선언했으며, 극좌 성향의 경쟁자인 장뤼크 멜랑숑 역시 "프랑스가 미국의 디지털 식민지가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국제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프랑스 에비앙에서 개최 중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의제가 핵심 논제로 다루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주요 7개국 정상들이 금융 영역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 요인과 잠재적 위험 요소를 깊이 있게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외교연구소(IFR)에서 미국의 기술 전략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마틸드 벨리에 연구원은 "이번 사용 제한 조치가 미국 외 지역에서 모두가 우려해 왔던 위험을 현실로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출신의 알렉산드라 기스 유럽의회 의원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사용 제한 조치는 미국 정부가 유럽을 친구이자 동맹이 아닌 적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이외에도 영국과 캐나다, 벨기에 등 서방 동맹국 전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번 조치는 특정 AI 모델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국가를 얼마나 취약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인공지능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차세대 기술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구글 딥마인드 출신이자 영국 런던 소재의 인공지능 전문 비영리 단체 '미래를 위한 센터'를 이끄는 덱스 헌터-토리케 회장은 핵융합이나 상용 양자 컴퓨팅처럼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래 첨단 기술 영역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통제 양상이 재현될 수 있다고 전했다. 헌터-토리케 회장은 "우리는 미국과 중국 정부의 변덕과 이해관계에 좌우될 것"이라며 "각국 지도자들은 미래에 우리의 자율성을 유지하려면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사태가 미국 기업 중심의 독점 체제를 깨뜨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앤트로픽의 경쟁 기업인 코히어(Cohere)의 조엘 피노 최고 AI 책임자는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발효된 이후 해외 시장에서 자사 기술에 대한 문의와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인공지능 전문 기업 데이터쿠의 플로리앙 두에토 대표는 "이번 사용 제한 조치는 유럽에 환상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하며, 유럽 각국이 자체 모델에 투자할 수 있는 잠재적인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두에토 대표는 "합리적인 기업이 다른 나라에 기반을 둔 하나의 모델에만 의존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Why Times Newsroom Desk
-미국 Midwest 대학교 박사
-월간 행복한 우리집 편집인
-월간 가정과 상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