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함정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현지시간으로 5월 26일, 태안 해역에서 신병이 확보된 중국국적 남성이 과거 여러 번에 걸쳐 본국 탈출을 감행했던 인권활동가 68세 둥광핑이라고 전했다. 과거 중국에서 군인과 경찰관으로 생활했던 그는 1999년 톈안먼 사태 관련 서한에 서명했다는 명목으로 면직 처리됐다. 이후 2014년에는 톈안먼 사건 추도식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공안 당국에 의해 인신이 구속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감옥에서 나온 그는 이듬해 가족들을 데리고 태국으로 도피했으며, 현지 체류 기간 중 유엔 인권위원회로부터 공식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태국 당국은 그에게 밀입국 혐의를 적용해 다시 중국으로 강제 추방하는 조치를 내렸다. 본국으로 돌아간 그는 국가권력 전복 선동이라는 죄목으로 징역형을 살았으며, 2019년 만기 출소한 직후 대만 방향으로 헤엄쳐 탈출하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이후에도 베트남으로 국경을 넘어가 2년 넘게 은신 생활을 이어갔으나, 2022년 8월 현지 경찰에 발각되어 또다시 중국으로 강제 송환되는 불운을 겪었다. 현재 그의 피신을 지원하고 있는 중국계 캐나다인 성쉐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3년 전 제트스키를 타고 한국 영해로 들어왔던 또 다른 인권운동가 취안핑의 도주 경로와 방식을 눈여겨보고 이번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취안핑은 지난 2023년 중국에서 제트스키를 운전해 인천 앞바다로 밀입국을 시도하다가 대한민국 해양경찰에 검거된 바 있다. 그는 국내 교도소에서 수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마친 뒤, 2024년 미국으로 이동해 망명 절차를 밟았다. 성쉐는 둥광핑이 현재 자신의 친딸이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 캐나다로 최종 이주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에 함께 전달했다.
둥광핑과 그의 직계 가족들은 과거 태국으로 피신했을 당시 이미 캐나다 정부로부터 난민 자격을 취득해 둔 상태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캐나다 이민·난민·시민권국은 "개인정보 보호 규정상 특정 개인의 세부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라면서도 "캐나다는 난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인류애와 존중,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이들의 안정적인 재정착을 돕는 자랑스러운 역사적 전통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해양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날 태안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한 척이 중국인 1명이 탑승하고 있던 소형 고무보트를 목격하고 공공기관에 제보했다.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인근에 있던 경비함정을 현장으로 긴급 출동시켜 해당 보트에 타고 있던 인물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구체적인 밀입국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인터뷰를 통해 "이 날 체포된 중국인에 대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라면서도 "피의자의 구체적인 신원이나 인적 사항에 대해서는 현재 시점에서 확인해 줄 수 없다"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