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 [AFP=연합뉴스]
영국 사법당국이 찰스 3세 국왕의 친동생인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의 공무상 부정행위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과거 제기된 성범죄 의혹까지 전방위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템스밸리 경찰청은 이 날 부패와 사기 행위뿐만 아니라 성범죄를 포함하여 다각적인 측면에서 공무상 부정행위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수사 진척을 위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잠재적인 피해자나 결정적인 증언을 해줄 수 있는 목격자들이 적극적으로 수사 기관에 나서줄 것을 공개적으로 당부했다.
경찰 측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사법당국이 오직 금융 관련 범죄만을 추적하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은 명백한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무상 부정행위라는 범주 안에는 성범죄를 비롯해 사기와 부패 등 매우 다양한 형태의 불법 행위들이 포괄적으로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왕실 일가를 향한 이번 조사는 중범죄 사건으로 분류되어 격상되었으며, 이에 따라 성범죄만을 전담으로 다루는 전문 수사관들까지 수사팀에 대거 배치된 상태다.
아울러 수사팀은 올해 초 새롭게 수면 위로 떠오른 영국 영내에서의 약취 유인 및 성범죄 의혹에 대해서도 정밀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 2010년 당시 20대였던 한 여성이 미국의 자산가이자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틴에 의해 영국으로 강제 유인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앤드루와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가졌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해당 여성의 법률 대리인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만약 피해 여성이 사법기관에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하기를 원한다면 이를 매우 위중한 사안으로 다룰 것이며, 철저한 익명 보장과 사생활 보호 속에 세심하게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앤드루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영국의 무역 특사 보직을 수행하던 시절,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엡스틴에게 몰래 넘겨주었다는 혐의가 미국 법무부의 이른바 '엡스틴 문서'를 통해 드러나면서 사법당국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그는 지난 2월 공무상 부정행위 혐의로 한 차례 체포되어 조사를 받은 뒤 석방되기도 했다.
그동안 앤드루는 오랜 기간 엡스틴의 성범죄 행각에 연루되었다는 의심을 받아왔으나 형사 기소 처분을 받은 적은 없었다. 과거 엡스틴의 밑에서 일했던 버지니아 주프레는 자신이 17세 미성년자였던 시절을 포함해 총 세 차례에 걸쳐 앤드루와 강제적인 성관계를 맺어야 했다고 폭로했다. 앤드루는 자신을 향한 모든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2022년 미국 법원에서 민사 소송이 제기되자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사건을 서둘러 종결지었다. 당시 런던경찰청은 주프레를 직접 만나 진술을 청취하는 등 사건을 검토했으나 정식 수사로 전환하지는 않았다.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둘째 아들인 앤드루는 성착취 범죄자와 결탁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2019년 모든 왕실 공식 직무에서 배제됐다. 이어 지난해에는 왕자라는 공식 칭호와 함께 보유하고 있던 모든 훈장과 작위까지 강제로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앤드루는 여전히 엡스틴 사건과 관련해 자신은 어떠한 위법 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는 1936년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인 이혼녀와의 결혼을 선택하며 왕위에서 물러났던 양위 사건 이후 영국 왕실이 직면한 가장 치명적인 명예 실추이자 최대의 위기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