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초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메르츠 독일 총리[EPA=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사이의 개인적 불화가 유럽연합(EU)의 대미 무역 협상 가도에 커다란 암초로 부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지시간으로 9일 메르츠 총리가 미국의 이란 전쟁 수행 방식을 비판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분노를 유지하면서, 이것이 EU산 자동차 관세 정책 등 주요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무역 합의 미준수를 이유로 이번 주부터 EU산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통화한 이후 관세 인상 시점을 미국의 건국 기념일인 오는 7월 4일까지 2개월가량 늦추기로 결정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유예 조치이나, 실제로는 해당 기한 내에 기존 무역 합의를 완벽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즉각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최후통첩에 가깝다. 독일 정부는 요한 바데풀 외무장관을 통해 "이란의 핵 보유 저지라는 미국의 목표를 지지한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미군 5천 명 철수 카드를 거두지 않으며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EU 내부의 복잡한 비준 절차와 회원국 간 이견도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난해 7월 양측은 EU가 7천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군사 장비를 구매하고 6천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대신, 미국은 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추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유럽의회는 지난 3월에야 이 합의안을 조건부로 승인했으며, 미국 측의 약속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효력 중단 조항 삽입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원안 수정 시 수출 제한이 불가피하다며 맞불을 놨다.
EU 고위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 결정 시 개인적인 감정을 강하게 투영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만약 7월 4일 이전에 최종 합의가 무산될 경우 양측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U 협상단은 오는 19일 다시 회동해 쟁점 타결을 시도할 예정이며, 이 날의 결과가 향후 6월 비준 절차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