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단독] 시진핑에 팽 당한 푸틴, 체면도 구기고 얻은 것도 없었다! - 시-푸틴 브로맨스? NO! ‘한계없는 우정’도 없었다! - 2시간 30분 회담에 ’포괄적 동반자 관계‘? 알맹이도 없었다! -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러시아는 중국의 속국”
  • 기사등록 2024-05-18 04:46:22
  • 수정 2024-05-18 06:35:21
기사수정



[시-푸틴 브로맨스? NO! ‘한계없는 우정’도 없었다!]


그동안 해외 정상들과 회담을 할 때마다 ‘지각대장’으로 유명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면서 완전히 스타일을 구겼다. 우선 일정부터 방문 형식 등 어느 것 하나 푸틴을 배려한 대목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중러정상회담이 서방진영의 강력한 압박 속에 고민하는 중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전날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지난 2022년 베이징에서 ‘한계가 없는 파트너십을 선언한 바 있는데, 푸틴의 이번 베이징 방문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푸틴의 베이징 방문을 통해 러시아는 얻고자 하는 것을 다 얻었을까? 일전에 선언을 했던 ’제한없는 파트너십‘은 견고하게 다져졌을까?


[푸틴의 방중 일정, 완전히 푸대접받은 푸틴]


흥미로운 것은 푸틴의 베이징 방문 일정이 지나치게 의아스럽다 할 정도로 비정상적이었다는 점이다. 푸틴은 16일 베이징에 도착해서 1박 2일의 일정으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 일정을 수행했다. 형식은 국빈방문이다.


이번 푸틴의 베이징 일정은 푸틴이 지난 7일, 집권 5기를 시작한 이래 첫 해외 순방이자 지난해 10월 일대일로 10주년 정상회의 이후 7개월 만이다. 푸틴의 방중은 23번째이고, 시 주석과의 회담은 43번째다.


그런데 이렇게 밀착된 양국 관계인데다 푸틴의 5선 취임 이후 첫 순방지인 중국에서 겨우 1박 2일의 일정으로 회담을 진행한다? 이상하지 않는가? 그것도 6일 꼭두새벽인 4시에 베이징에 도착해서 촘촘히 잡혀 있는 일정을 따라 온종일 회담하고 귀빈을 만나는 시간들을 보냈다.


그동안 해외 정상을 만날 때마다 지각을 일삼는 무례를 서슴치 않고 보여 주었던 푸틴이었지만 이번 베이징 일정에서는 한마디로 숨쉴 틈도 제대로 없이 바쁘게 일정을 소화했다고 보면 된다.


말이 1박 2일이지 실제는 그냥 하루다. 저녁 만찬 일정 이후 아무런 스케줄이 없었으며 그 다음날 바로 ’중국의 모스크바‘로 일컬어지는 하얼빈으로 떠났다.


푸틴은 지난해 10월 일대일로 10주년 정상회의 때도 2박 3일의 일정을 소화했다. 그때는 국제행사에 참석한 케이스임에도 2박 3일의 여유있는 일정이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3월 20일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국빈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때도 2박 3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푸틴의 베이징 일정은 새벽 4시부터 시작된 강행군으로 겨우 하루에 불과했다. 그 다음날 하얼빈으로 가서 일정을 보내기는 하지만 이는 정상회담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실상 형식적 시간들이다.


사실 정상회담, 그것도 국빈방문의 경우 일정을 보면 두 나라의 관계는 물론이고 그 회담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는지 가늠해 볼 수가 있다. 이런 외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푸틴의 베이징 방문은 그저 중요한 미팅하고 가는 실무회담 성격에 지나지 않는다. 푸틴의 그러한 방중 일정을 결정할 때는 그만한 외교적 사유가 있었을 것이다. 도대체 그 배경은 무엇일까?


[2시간 30분 회담에 ’포괄적 동반자 관계‘? 알맹이도 없었다!]


시진핑과 푸틴간의 정상회담은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소인수회담을 시작으로 확대회담까지 2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그리고 공동문서 10개에 서명을 했다. 서명된 협정에는 양국 국경 지역인 볼쇼이우수리스키섬 개발, 중국 쇠고기 수출, 브릭스(BRICS) 전문가 포럼 개최, 언론 협력, 정보 교환, 비즈니스 협회 사이 협력 등이 포함됐다.


또 정상회담 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일치되게 인식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진핑은 이날 푸틴 면전에서 “유엔 헌장 취지와 원칙 준수, 각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 존중, 각 당사자의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가능한 새로운 안보 프레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중국은 유럽 대륙이 조기에 평화·안정을 회복하기를 기대하고, 이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계속 발휘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 방안의 4가지 원칙을 말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지키고자 하는 이 4대 원칙을 조목조목 따져보면 어느 항목 하나 러시아 편을 들어준 것이 없다. 이 4대 원칙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우크라이나의 원래 영토 보존이 중국의 뜻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서다. 바로 이러한 원칙을 시진핑은 푸틴 앞에서 또박또박 말했다. 이러한 시진핑의 발언을 푸틴은 어떻게 받아 들였을까?


또한 정상회담 내용 가운데 푸틴이 시진핑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으며 앞으로의 전쟁 전개 방향에 대해서도 브리핑을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푸틴의 방중 직전 시진핑에게 중국의 전략을 자주 브리핑하는 상하이 푸단대학교에서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펭유준(Feng Yujun) 교수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 기고한 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패배할 것이 확실하다”고 예측했다는 점이다. 사실 펭 교수의 이러한 발언은 중국내에선 아주 위험한 견해라 할 수 있다. 펭 교수는 그러면서 “중국은 평화유지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펭 교수의 의견이 만약 시진핑에게 전달되었다면 이는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곧바로 중국이 러시아를 지나치게 지원을 하다간 중국이 제일 먼저 유럽으로부터 거리두기를 당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우를 시진핑이 저지를 리가 없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푸틴의 베이징 방문 직전 프랑스를 찾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그리고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이 회담에서 시진핑은 유럽이 중국을 향해 마음을 열어주기를 간곡하게 호소했다.


그런 시진핑에게 마크롱과 폰 데어 라이엔은 러시아와 분명한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것이 시진핑의 딜레마다. 유럽이냐, 러시아냐?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러한 시진핑의 생각이 푸틴과의 만남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러시아는 중국의 속국”]


지난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방의 제재로 인해 모스크바는 점점 더 중국에 경제 및 안보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양국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이지만, 중국에 유리하게 점점 비대칭적으로 되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이제 중국의 속국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시말해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러시아가 중국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고 중국의 선처를 기다려야만 하는 관계로 변하고야 말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러시아 담당 경제학자 야니스 클루게는 “중국은 러시아가 제재로 인해 부족한 거의 모든 것을 갖고 있다”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없다면 러시아 경제는 거의 즉각적으로 흔들릴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은 모스크바에 대해 높은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WSJ에 따르면 중국은 서방의 제재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에 전자제품부터 세탁기, 트랙터까지 거의 모든 것을 공급하며 생명선을 제공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CEIC는 “중국은 러시아 전체 무역의 약 33%를 차지하지만, 반면 러시아는 중국 무역의 4%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이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중국이 지속적으로 러시아 편에 서고 러시아를 두둔하게 된다면 당장 중국은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이 그렇게도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기 원하는 유럽으로부터도 팽 당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공동 전선에 있으나, 아젠다는 다르다”며 “더 많은 군사적 지원을 원하는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치명적 무기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중국이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왕이웨이(王義桅) 인민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도 “중국은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에만 자신들이 묶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유럽을 포함한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다극화 세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한계 뚜렷이 보여준 중러정상회담]


푸틴은 지금 다급하다. 오죽했으면 이번 베이징 방문에서 꼭두새벽부터 부산을 떨면서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했겠는가? 그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만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을 것이다.


푸틴이 이번에 수행원으로 데려온 사람들도 과거 대비 금융·경제 인사가 대폭 늘어났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푸틴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뚜렷이 보여준다.


그런데 문제는 푸틴이 원하는 내용들은 미국 및 유럽진영에서 강력하게 거부하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시진핑과 푸틴은 말로는 강력한 군사 협력 체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들은 아무 것도 없다. 이에 대해 리리판 상하이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은 러시아와 가까운 미래에 진정한 군사 동맹을 형성할 의사가 없다”고 분석했다.


시진핑은 또한 러시아에 에너지를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거부했다. 이는 푸틴 입장에서는 속이 탈 일이다. 실제로 이번 중·러 정상 간 체결된 협정에 시베리아 서부와 중국을 연결하는 3350㎞의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건설 추진 합의가 담기지도 않았다. 푸틴의 숙원 사업이 이렇게 날아간 것이다.


이러한 어설픈 중러 관계에 대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미국의 새로운 제재 위협 속에서 서방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와 미국 간 균형을 유지해야 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중러정상회담은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과 유럽에게 중국이 러시아를 어떻게 대하는지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갈수록 어려워지는 러시아의 환경 때문에 5기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9일만에 시진핑 형님을 찾아왔지만 푸틴은 사실상 빈그릇만 떠안은 채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으로 갔다. 이곳에서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하얼빈공업대학에서 연설하는 것으로 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다. 왠지 씁쓸해 보이는 푸틴의 뒷모습이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887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