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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이 국방장관을 교체한 진짜 이유 3가지 - 예견된 러시아 국방장관 쇼이구의 전격 교체 - 푸틴이 직접 군부를 장악하겠다는 의지 담겨 - 썩어 빠진 군부의 부패를 개혁하겠다는 의지
  • 기사등록 2024-05-14 04: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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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러시아 국방장관 쇼이구의 전격 교체]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2012년부터 국방장관직을 맡아왔던 세르게이 쇼이구를 전격 해임했다. 여기서 초미의 관심사는 푸틴이 전쟁 중의 장수를 돌연 교체한 진짜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영국의 더터임스는 13일 “푸틴 대통령은 오랫동안 국방장관직을 맡아왔던 쇼이구를 해임하고 국가 안보리 의장으로 보직을 변경했으며 후임에는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로 교체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공식 취임하면서 새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국방부·내무부·외무부·비상사태부 등 대통령이 직접 보고받는 부처 수장은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면 상원의 검토를 거쳐 결정된다.


이러한 국방장관의 전격 교체를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나온다. 가장 쉽게 나오는 전망들 가운데 하나가 군부의 혼란 및 쿠데타 가능성이다. 그러나 그러한 예측은 한마디로 러시아내의 권력 상황을 잘 모르고 하는 소설일 뿐이다.


[쇼이구를 전격 교체하기 까지의 과정]


1990년대와 2000년대 비상사태부장관으로 인기를 끌었던 쇼이구는 오랫동안 푸틴의 최측근이었다. 그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친크렘린 통합러시아당을 이끌었고, 2012년부터 국방장관을 지냈다.


그러나 그는 2022년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모스크바가 ‘특수 작전’이라고 부르는 전쟁을 수행하는 데 무능하다는 이유로 다른 군 및 보안 인사들로부터 반복적으로 비난을 받았다. 특히 그를 선두에서 비난했던 인물이 바로 바그너 용병그룹의 수장이었던 에브게니 프리고진이다.


또한 전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 사령관이었던 이고르 기르킨(53)도 쇼이구를 ‘형사상 과실’이 너무 크다면서 강력하게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쇼이구를 그렇게 비난했던 이고르 기르킨은 결국 지난 1월 극단주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렇게 길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불과 1주일여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었던 우크라이나 전쟁을 3년 넘게 끌고 왔다는 것 자체가 국방장관으로서는 무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푸틴은 그동안 그를 교체하지 않고 계속 국방장관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사실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푸틴이 가장 고심했던 것 중의 하나가 군부의 확고한 충성심이었다. 그런데 프리고진 반란 이후 그리안해도 흔들리고 있던 군부의 수장까지 교체하게 되면 대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자신의 5기 임기 시작 때까지 시간적 여유를 가졌던 것이다.


그러다가 푸틴은 5기 임기를 시작하면서 어차피 전면적인 내각 교체 작업과 맞물려 쇼이구를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쇼이구의 핵심 수하인 티무르 이바노프(Timur Ivanov)를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했다.


이바노프는 이미 러시아 군부내에서 생트로페의 빌라, 요트, 롤스로이스 등 쇼이구의 권력을 배경으로 호사스럽게 살아오면서 군부의 부패를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이기도 했다. 특히 부인인 스베틀라나 이바노바는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인의 방문 등을 금지하는 대러 제재를 하기 이전인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해외 여행을 했고, 프랑스 파리의 자녀들을 만난다는 이유로 프랑스와 영국을 여행하며 명품 브랜드에서 약 1억원을 지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푸틴의 정적으로 의문사한 고(故) 알렉세이 나발니가 설립한 반부패 재단이 발표한 내용이다. 직속 부관이 이 정도면 쇼이구의 삶은 또 어떠할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이렇게 부패한 쇼이구의 직속 부관이 체포되었다는 것은 이미 쇼이구가 곧 해임될 수 있다는 의미였고, 동시에 쇼이구가 러시아 국방부내에서 이미 힘을 잃었다는 것을 예고해 준 사건이었다. 이렇게 푸틴은 군부의 동요가 없도록 사전 조치를 한 다음 차근차근 조직을 장악해 왔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쇼이구는 국가 안보리 의장직으로 자리를 옮겨준 것은 그나마 쇼이구의 체면치레를 위한 것으로 이젠 군부로부터 사실상 완전히 격리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더타임스는 '축출'(oust)이라 표현했고, 텔레그래프는 '경질'(sack)이라고 못을 박았다.


또한 전직 영국군 정보대령 필립 잉그램은 “이번 조치로 푸틴 대통령은 쇼이구 장관을 옆에 두는 동시에, 러시아 국방부 전반에서 부패의 영향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영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YT는 “푸틴 대통령은 쇼이구 장관에게 국가안보회의 운영을 맡겨 지근거리에 두면서도 직접적인 권한은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군부의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장관을 전격 교체한 진짜 이유]


그렇다면 전쟁을 수행중인 국방장관을 푸틴이 전격 교체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을 알려면 우선 새롭게 국방장관직에 지명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벨로우소프는 1959년생으로 1981년 모스크바 국립대학 경제학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후 학계에서 일하다 1999년부터 정부에 합류했다. 2012년에는 경제개발부 장관을 지냈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푸틴 대통령의 경제 담당 보좌관으로 일했다. 2020년 러시아 제1부총리로 임명되기도 했다.


특이한 것은 국방장관으로 내정되었음에도 군부에서 단 하루도 근무한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푸틴이 군대와 관련해 전혀 문외한인 벨로우소프를 왜 국방장관에 임명했을까 하는 점이 사실 쇼이구 해임과 연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야 할 핵심 포인트다.


*이유 1) 푸틴이 직접 군부를 장악하겠다는 의지


이렇게 군부와 전혀 인연이 없는 이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는 것은 우선적으로 푸틴이 더 이상 군부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것이고, 앞으로는 푸틴이 직접 군부를 장악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푸틴이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프리고진의 반란 사건이 깊은 영향을 주었다.


사실 프리고진의 반란 당시 러시아 군부는 지리멸렬했다. 만약 군부의 어느 한 세력이라도 프리고진과 손을 잡았다면 푸틴의 권력도 함께 사라졌을 것이다. 그 말은 군부가 생각만큼 푸틴의 안위를 위해 목숨을 바칠 정도의 충성심이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측면에서 군부의 문외한인 벨로우소프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푸틴이 직접 군부를 장악해 실질적 통솔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에 대해 정치 컨설턴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블룸버그 통신에 “크렘린궁이 군사 문제에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라며 “벨로우소프는 개인적으로 푸틴 대통령에게 충성하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 2) 썩어 빠진 군부의 부패를 개혁하겠다는 의지


동시에 푸틴이 그동안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생각해 왔지만 의외로 군부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없었고 군부의 부패 또한 상상 이상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번 새로운 국방장관의 임명에는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


신임 벨로우소프 장관은 우선 경제학자다. 따라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군비를 펑펑 쏟아붓고 있는 러시아의 국방비를 통제할 수 있는 인물로 판단한 듯하다. 다시말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기록적인 국방비 지출에 대한 보다 긴밀한 통제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 규모가 1천185억달러(약 162조3천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벨로우소프 지명과 관련해 “군과 사법당국의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7.4%를 차지했던 1980년대 중반 옛 소련과 비슷해지고 있다”면서 “이 분야 지출을 국가 경제 전반에 더 부합하게 해줄 민간인을 장관 후보로 올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푸틴과 벨로우소프를 수십 년 동안 알고 지냈다는 한 관계자는 “벨로우소프는 부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국방부는 지금과 매우 다를 것”이라며 “그는 일중독자이고 매우 정직하며 푸틴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평했다. 결국 군부의 대대적인 개혁에 가장 적임자로 벨로우소프를 국방장관으로 지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푸틴의 뜻대로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이 줄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장관부터 부패하는 그런 일들은 사라지겠지만 그동안 뿌리부터 깊숙이 썩어 있는 군부를 장관 한 사람이 청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 전 러시아 중앙은행 간부는 FT에 “내각과 국방부가 지출을 좀 더 면밀히 조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벨로우소프는 경제에서 산업의 역할을 지지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국방 분야의 지출을 통해 경제를 부양하려 할 것이고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벨로우소프는 경제 성장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에 주목해 온 인물이다.


*이유 3) 군부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의미


푸틴이 벨로우소프를 국방장관으로 내정한 또다른 이유는 러시아 권력 구도에서 군부의 영향력을 축소하겠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사실 러시아에서 국방장관은 서방국가와는 달리 실질적 권력을 쥐고 있는 막후 실세이자, 권력을 뒤엎을 수도 있는 핵심 실세로 꼽혀 왔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그동안 군부는 그야말로 무풍지대였다. 그렇기 때문에 군부의 지도자들은 국방비를 도둑질하고 또 막대한 국방비를 절취해 오면서 부패의 소굴로 낙인찍혀 왔다. 그동안 러시아 군부가 얼마나 부패했는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어느 누구도 군부의 부패를 손댈 수 없었다. 이유는 그들이 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국방장관을 군부와 무관한 이로 결정했다는 것은 푸틴이 군부의 힘을 약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푸틴은 새로운 국방장관을 임명하면서 더 이상 군부에 휘둘리지 않는 ‘푸틴만을 위한 러시아’를 만들겠다고 나섰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만큼 푸틴의 군부 장악력은 확대될 것이고, 더 이상 군부로 인한 쿠데타의 위험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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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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