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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0-09 21: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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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Why Times]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몽골에 가서 말타기였다. 그런데 드디어 지난 8월 울란바토르에서 <자연과 문학, 문학과 자연문학>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문학기행을 할 기회를 얻었다. 그 먼 옛날 척박한 환경 속에서 말을 타고 대평원을 누비며 세계를 정복했던 몽골의 역사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현재 그들의 삶 속에서 엿보고 싶었다.


학자들은 몽골제국이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비결이 움직이면서 식량 조달이 가능한 유목민의 강점, 혹한을 견딜 수 있는 적응력, 무엇보다 그들의 기민한 이동능력 즉 속도에 있었다고 한다. 뛰어난 몽골의 병사는 말을 갈아타면서 하루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먼 거리를 달렸다. 말린 말고기를 식량으로 씹으며 말에 등자를 달아 발을 걸고 일어서서 활을 쏘기까지 했다니 누군들 당할 수 있었을까.


울란바토르에서 심포지엄을 마치고 그 옛날의 역동적인 장면을 상상하며 말을 타러 교외로 나갔다. 내가 탄 말은 붉은 황토 빛 윤기 나는 털과 다부진 체격에 탄력 있는 근육을 가진 젊은 말 엠버다. 엠버는 차가운 강물과 비탈진 언덕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힘차게 잘 달렸다. 


한 시간 가량 강과 숲을 지나 현지인이 사는 동네에 이르렀더니 그들이 하루 종일 준비한 염소통구이 바비큐를 준비하고 있었다. 말을 기르며 사는 그들은 여전히 전통가옥 게르에서 말젖으로 치즈와 요구르트, 술을 만들면서 오랜 세기 동안 이어온 생활양식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9살 소녀 아융 일땃까지 말을 자유자재로 타고 달렸다. 세상의 변화와 상관없이 자연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적응력이 놀라웠다.


그러나 몽골의 젊은이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유학하거나 일하고 싶어 하고 도시에는 한국식 편의점이 즐비하다. 과거와 확실히 판도가 바뀌어 두 나라 간에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바다가 없는 넓은 영토와 적은 인구, 개발되지 않은 천연자원과 강인한 야생의 힘을 가진 몽골과 좁은 국토, 높은 인구밀도, 천연자원은 없으나 탁월한 기술력과 인적 자원을 가진 우리나라가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어 살아가고자 하는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근대에 들어 열강에 의해 억눌리고 간섭 받으며 과거의 영광이 빛을 바랬으나 다시 일어서려는 몽골과 지구촌 최빈국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의 강점을 배우고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일제 강점기에 몽골에 가서 마지막 왕의 어의로 일했던 이태준 열사는 젊은 나이에 몽골 땅에 가서 몽골인을 도운 의사였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였다. 20년 전부터는 우리나라의 뜻있는 분들이 시작한 몽골의 사막화를 막는 나무 심기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서 모래폭풍이 줄어들고 농토는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며 형제애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동안 인류는 편지, 전보, 텔렉스, 팩스, 인터넷과 함께 말, 낙타, 자동차, 배, 비행기, 인공위성 등 첨단 유통 수단을 두루 거치며 불과 한 세대 만에 놀라운 변화의 쓰나미를 겪었다. 현재는 신속한 통신, 물류의 생산과 유통을 스마트트랜스포메이션 기술이 감당한다. 우리나라는 발 빠르게 새로운 시대의 선두그룹에 서서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기에 더욱 뛰어난 인재와 발전된 과학기술의 힘이 필요하다. 혼자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웃나라를 돕고 상생의 길을 닦으며 유라시안 네트워크의 리더로서 섬기기 위해서다.


요즘은 외국에 있는 분들과도 실시간으로 영상 통화를 하고 회의를 한다. 그럴 때마다 인류를 이롭게 했던 프로메테우스의 불(火)과, 탁월한 속도로 세상을 제패한 칭기즈칸의 말(馬)이 생각난다. 육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광활한 공간에서 빛의 속도로 메시지가 날아가는 상상을 하면 달리는 말과 타오르는 횃불이 보인다. 


그것은 북이고 나팔이고 종(鐘)이며 그 모든 것 위에 더 많은 것을 통합하여 탑재한 비전이다. 그 안에서 아시안 하이웨이를 열고 우리들의 이야기로 상생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꿈을 꾸면 몽골에서 말 타던 상쾌한 추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아름다운 말 엠버를 타고 달린 경험은 잊었던 소망을 깨우며 두근두근 심장을 다시 뛰게 한다. 오늘 밤 꿈속에서라도 엠버와 함께 광활한 초원을 달려 대륙의 끝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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