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 whytimes.pen@gmail.com
▲ 왼쪽부터 트럼프, 젤렌스키, 푸틴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재의 전선을 유지하는 선에서 더 이상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중단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가 그간 종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네 개 지역 전부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던 것에서 처음으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달 초 러시아를 방문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만나 러시아군이 일부 점령한 우크라이나 네 개 지역 중에서 우크라이나의 통제 아래에 있는 부분에 대한 영토권 주장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러시아는 종전 조건으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 더해 이번 침공으로 점령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네 개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러시아군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이 네 개 지역 상당 부분을 점령하고 러시아 영토로 편입했지만, 아직 이 지역들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은 만약 미국이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막는 등의 제안을 해온다면 푸틴 대통령이 도네츠크 등 네 개 지역에 대한 완전한 영토권 주장은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다고 FT에 전했다.
이후 미국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유권을 미국 정부가 공인하고, 러시아군이 점령한 네 지역에 대해서는 최소한 러시아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해주는 내용 등을 포함한 합의안을 제시한 상태라고 이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도 미국이 지난주 우크라이나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평화 구상을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제안'으로 제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여기에는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미국이 법적으로 인정하고, 루한스크주 대부분과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지역 일부에 대한 러시아의 점령을 실효적으로 인정해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가와 대러 제재 완화, 미·러 경제협력 강화 등도 조건으로 담겼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측에는 안전 보장과 러시아가 점령한 하르키우 일부 지역의 반환, 전후 재건지원 등을 제안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 측 소식통은 악시오스에 미국의 제안 내용이 러시아 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다면서 "러시아가 얻을 실질적 이익에 대해서는 매우 명확한 반면에, 우크라이나가 얻을 것에 대해서는 모호하고 일반론으로 말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종전과 관련한 구체적 제안을 받은 것은 없다면서 "시그널이나 아이디어, 논의는 있었지만 공식 제안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대표단은 오는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회담에 참석해 평화 구상을 논의할 예정이다.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는 이번 주 중 러시아를 방문해 대화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