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 훈련 중인 스웨덴군 장병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경각심을 느낀 북유럽 국가들이 각국의 방위역량을 하나로 묶고 있다.
홀로는 대적하기 힘든 적이라도 여럿이 힘을 모으면 억지력을 지닐 수 있다고 판단,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는 새로운 안보블럭 형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4개국은 2023년 북유럽합동항공사령부(JNAC)를 설립, 공군전력을 하나로 뭉쳤다.
이어 작년에는 아이슬란드까지 5개국이 북유럽 방위협력체계(Nordefco)를 구성해 2030년까지의 공동방어 비전을 제시했다.
냉전 종식 이후 오랜 군축과 복지지출 확대로 약화한 국방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려면 서로의 강점을 살려 시너지를 내야만 한다는 판단이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이 됐다고 WSJ은 지적했다.
예컨대 스웨덴은 러시아와의 전면전에 대비해 단거리 이착륙이 가능하게 설계된 JAS 39 그리펜 전투기와 독일 레오파르트2 전차를 개량한 스트리스방-122 전차, 스트리스포돈-90 보병전투차 등을 생산하는 방산 강국이다.
핀란드는 유럽에서 인구 대비 병력 수가 가장 많은 국가로 몇주 안에 28만명 규모의 병력을 동원할 수 있으며 포병 전력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덴마크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과 함께 작전을 수행한 특수부대가 있고, 노르웨이는 북극권에서의 해양감시 및 전투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WSJ은 "어느 한 국가 단독으로는 러시아에 군사적으로 맞서는데 어려움을 겪겠지만, 하나로 뭉치면 북유럽 국가들의 경제력은 멕시코와 비슷해지고 러시아와도 거의 같은 크기가 된다"고 짚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에릭 차라멜라 선임연구원은 북유럽 국가들이 '완전히 통합된 방위산업 기반'을 발전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데다 러시아의 위협을 인식하는 수준과 이에 대응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최근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던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재무장관도 "북유럽 국가들은 수세기 동안 본 적 없었던 수준으로 군사협력 심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이 유럽에 제공해 온 안보보장이 더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것도 북유럽의 독자 방어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특히 자국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에 빼앗길지 모르는 처지가 된 덴마크에선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큰 편이라고 한다.
당장 미국과 분쟁이 벌어졌을 때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은 무기와 센서가 제거돼 군함으로서의 성능이 의심되는 노후 선박 7척과 개썰매로 이동하는 소수의 특수부대 뿐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핀란드 국제관계연구소의 마티 페수 선임연구원은 북유럽이 구축한 새 안보 블럭을 "나토가 작동하지 않을 때의 잠재적 플랜B"로 지칭하면서 트럼프가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을 해체할 경우 일종의 보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