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 whytimes.pen@gmail.com
▲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으로 옮겨지는 희토류 토양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맞서 중국이 일부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서 자동차 생산이 전 세계적으로 중단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20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정부 관리와 희토류 무역업자, 자동차 기업 경영진 등 관련 업계 전문가를 인용, 희토류의 재고가 3∼6개월치에 불과하다며 중국이 수출을 완전히 중단하면 자동차 생산이 멈출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에 맞서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자국산 중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등 7종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7종은 코발트 자석에 쓰이는 사마륨, 조영제로 쓰이는 가돌리늄, 형광체 원료 테르븀, 모터나 전기차용 자석에 첨가되는 디스프로슘, 방사선 치료에 쓰이는 루테튬, 알루미늄 합금용으로 항공기 부품 등에 사용되는 스칸듐, 고체 레이저 제조용 이트륨이다.
중국은 이들 품목이 이중용도 물품(군수용으로도 민간용으로도 쓸 수 있는 물품)이라며 중국 밖으로 반출하려면 특별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과정은 최대 45일이 걸린다.
이 수출통제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적용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앞서 지난 1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통제 대상인 희토류의 수출 허가 발급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않아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희토류는 중국 매장량이 많기도 하지만 저비용·환경 친화적인 채굴·정제가 어려워 사실상 중국이 가공을 독점한다. 희토류 자석 역시 중국산이 90%를 차지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금속 무역업체 트라디움의 트레이더 얀 기즈는 FT에 자동차 기업과 공급업체 대부분이 자석을 2∼3개월 치만 보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고가 동나는 시점에 유럽연합(EU)이나 일본으로 자석이 배송되지 않으면 자동차 공급망에 진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자동차 기업 고위 임원도 중국의 이번 희토류 수출통제가 테슬라는 물론 다른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에 '중대한 일'로 그 심각성을 1∼10등급으로 수치화하면 7∼8등급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수출통제는 중국이 가진 카드의 일부일 뿐이다. 중국은 자석에 더 많이 사용되는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 등 경희토류는 아직 통제하지도 않았다.
컨설팅업체 트리비움차이나의 코리 콤스 부소장은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중국은 통제를 확대할 수 있는 큰 위협 매개체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번 수출통제로 의료부문에서 필요한 희토류 공급망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망했다. 이번 통제 대상에 암 치료나 MIR 검사에 쓰는 희토류도 포함된 탓이다.
상하이의 한 의료용 희토류 수출 업체는 이번 통제 조치 이후 모든 수출을 중단했으며 청두의 희토류 의약품 개발사는 이번 규제로 해외 판매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희토류 공급이 부족해지만 일부 국가에서 군사안보 용도로 먼저 공급하면서 의료 부문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위스콘신대 방산선과의 토머스 그리스트 교수는 MRI 검사용 조영제에 쓰이는 가돌리늄 시장 상황이 변해 조영제 조달이 어려워진다면 직접적 대안이 없다며 "환자를 치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방사선 치료에 쓰이는 루테튬과 종양을 줄이는 레이저 같은 의료기기에 사용되는 이트륨도 마찬가지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20∼2023년 미국으로 수입된 이트륨 화합물의 93%가 중국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