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의 관세전쟁 여파, 최악 위기에 빠진 美 차이나타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 중국 관세 전쟁 여파로 미국의 차이나타운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일단 관세전쟁 뉴스가 나왔을 때부터 중국 식당들은 재고를 늘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부딪치면서 이젠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파괴적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역사상 최악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부터 뉴욕 차이나타운의 레스토랑들은 공황 상태에 빠지면서 쌀, 와인부터 플라스틱 용기까지 닥치는대로 물품을 사들이고 있다”면서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많은 중국 식당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실제로 차이나타운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왕 씨의 경우, 지금 상황에서는 최대한 재고를 비축해 두는 수밖에 없다”면서 “차이나타운의 레스토랑에서 사용되는 식자재를 포함해 많은 상품들은 미국에서 대체품을 구할 수 없거나 매우 비싸다”고 짚었다.
FT는 “지금 뉴욕에는 수천개의 중국계 소기업들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인상은 중국산 제품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는 지역 사회에 특히 큰 타격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의 차이나타운 상인회는 “이번 미국의 대 중국 관세폭탄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9·11 테러 이후 차이나타운이 겪은 것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테러 당시 차이나타운은 몇 달 동안 손님이 끊겼다”고 짚었다.
이 단체의 웰링턴 첸 전무이사도 “관세는 중국계 미국인 사회에 지속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FT는 “미국 도시 중 중국계 인구가 가장 많은 뉴욕은 스위스와 호주를 제외하고 다른 어느 곳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상품을 수입한다”면서 “물론 뉴욕의 차이나타운은 중국이 아닌 곳에서도 수입을 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공급을 받아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수입품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막힌다면 당연히 모든 대체품의 가격도 오르면서 차이나타운이 유지되기 어렵게 된다”면서 “그렇다고 소비자 판매 가격을 올리게 되면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이 외면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FT는 이어 “실제로 뉴욕시의 세 곳의 식품 도매업체는 워싱턴이 베이징에 최근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 공급업체와의 거래가 급감했다고 밝혔다”면서 “뉴욕에 본사를 둔 무역 회사인 스트롱 아메리카(Strong America Ltd)의 소유주인 덩롱(Deng Long)은 관세 전쟁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중국 파트너들이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덩롱 사장은 이어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끊을 준비가 된 것 같다”면서 “중국 공급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분담하는 데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미국 바이어들도 주문을 속속 철회하고 있다. 지난주 뉴욕 차이나타운에 있는 뉴캄맨(New Kam Man LLC)의 매니저인 헤이 찬(Hei Chan)은 “관세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중국 및 홍콩 파트너들에게 100만 달러 이상의 건조 버섯 선적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수입 급감으로 도매업체들의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일부 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하거나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스트롱 아메리카의 덩 씨는 “이번 주 10% 인상에 이어 다음 주에는 가격을 배 이상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도매업체들도 재고 확보에 열을 올리는 구매자들을 위해 최대 판매 할당량을 설정하기 시작했다. 타이완 포크찹 하우스의 왕 씨는 “지난 14일에 전자레인지용 용기 6박스를 주문했지만 결국 한 상자만 구매할 수 있었다”면서 “정말 안타까운 일로 모두가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도매가 상승이 소매업으로까지 이미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FT는 이에 대해 “차이나타운과 플러싱에 있는 6개 중국 슈퍼마켓은 쌀 과자부터 향신료까지 중국산 제품의 가격을 최근 관세 인상 이후 10%에서 50%까지 인상했다”면서 “대부분의 중국 기업주들은 관세 인상 전에 구매한 재고가 2개월 안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A 슈퍼마켓의 우 대표는 “시장이 관세가 높은 수입품에 의존하기 때문에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단 하루도 145% 관세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이나타운 중국식당의 음식가격, 견디기 어려울 정도]
이렇게 차이나타운을 덮친 관세 파동은 미국 전역의 중국 식당들의 가격들을 인상시키면서 이젠 견디기 어려울 정도가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 중국 관세부과로 중국 음식점들이 곤경에 처해 있다”면서 “수입 식재료에 크게 의존하는 메뉴를 운영하는 업주들은 메뉴 구성과 가격을 줄이고, 점점 줄어드는 이윤에 미래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요리책 저자 샤오칭 저우(Hsiao-Ching Chou)는 “이러한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중국 음식점들이 고객의 정통성에 대한 기대와 예산 절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독특한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중국 음식은 이미 미국 문화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러한 중국음식점들이 모두 지금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이어 “레스토랑은 이미 다른 업종보다 마진율이 낮은 편으로, 일반적으로 3~5%에 불과하다”면서 “관세가 순이익을 잠식함에 따라 이러한 마진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WP는 또한 “이 세금은 식품뿐만 아니라, 테이크아웃 포장재와 상자, 양념 포장재, 니트릴 장갑처럼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비식품 레스토랑 필수품에도 적용된다”면서 “지금 당장은 이미 비축해 둔 재고를 쓰고 있지만 다음 주문부터는 가격이 엄청나게 오른 제품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부분의 중식당 주인들은 메뉴 축소는 물론 직원들의 해고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관세전쟁을 지켜보고 있다”고 짚었다.
[대 중국 관세전쟁이 아세안푸드의 다변화 촉진할 수도]
이에 대해 미국 레스토랑 협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는 “미국 카운티의 70% 지역에 아시아 레스토랑이 있는데, 주로 중국 음식점이 많고, 그 다음으로 일본 음식점과 태국 음식점이 많다”면서 “이러한 음식점 분포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인들의 취향이 눈에 띄게 세계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업계 분석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이민, 인구 통계학적 변화, 그리고 요리 프로그램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문화와 음식 노출 등의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전미레스토랑협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연구 담당 수석 부사장인 채드 무트레이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고, 매우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면서 “매운 음식과 동남아시아 요리가 이러한 트렌드의 선두에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중국 음식에 들어가는 각종 소스들이 미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자칫 중국 음식들이 미국 땅에서 점점 도태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그 맛을 재현해 낼 수 없다면 진짜 중국 음식에 위기가 올 수 있어서다.
실제로 플라이 바이 징(Fly by Jing)이라는 칠리 크리스프 회사의 창립자인 징 가오는 WP에 “발효된 검은콩, 트리뷰트 페퍼(tribute pepper), 얼징티아오(Erjingtiao) 고추, 콜드프레스 로스트 차이요우(chaiziyou) 등의 재료는 중국 쓰촨성에서만 생산되며,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지역 레스토랑 럭키 데인저(Lucky Danger)와 라오반 덤플링(Laoban Dumplings)의 셰프이자 사업가인 팀 마는 “관세 압력이 지속된다면 중식당의 재료 교체가 필요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변화가 항상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본인은) 보통 일본 전통 브랜드인 야마사 간장을 사용하는데, 만약 캘리포니아와 위스콘신에서 양조되는 기코만으로 바꾸면 모두가 그 차이를 바로 알아차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중국산 원료를 함부로 바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관세 인상으로 인해 비싸진 중국산 원료를 살 수도 없어 중국 음식점들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국 음식점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가격을 올리거나 음식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중국 음식을 주로 파는 차이나타운에 엄청난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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