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 whytimes.pen@gmail.com
▲ 트럼프와 위트코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중동문제는 물론, 우크라이나전쟁과 이란 핵협상까지 전방위로 활동 영역을 넓힌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의 역할에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미국의 관세전쟁의 최대 적수인 중국과의 협상도 이끌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미 CNN방송은 18일(현지시간) 온라인판 기사에서 위트코프가 단 석 달 만에 트럼프 행정부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외교 과제들을 떠맡은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1986년부터 40년 가까이 트럼프와 가까이 교류해온 '절친'인 위트코프가 대통령의 막대한 신임을 바탕으로, 미국의 주요 외교·안보 현안에서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이자 사업가였던 위트코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동특사를 맡기 전에는 외교무대 경험이 전혀 없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중동특사가 되고 싶다는 뜻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밝혔고, 트럼프는 거래에 능한 위트코프의 능력을 높이 사 그의 바람을 실현해줬다.
이처럼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것은 위트코프의 가장 큰 자산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거의 매일 대화하고, 국가안보팀 멤버들과도 수시로 소통하는 한편으로, 정기적으로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 브리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워싱턴DC에 주재하는 한 외국 외교관은 CNN에 "우리는 그가 트럼프를 대신해 말하고 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와의 소통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외교·안보분야 전문가들과 당국자들 사이에선 외교 경험이 전무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고운 것만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베테랑 미국 관리는 "백악관 핵심 인사 외에 그와 함께 일해 본 사람이 거의 없는데, 그는 혼자 나서서 일을 진행한다. 전문가 한 명 대동하지 않고 이런 셔틀 외교를 하는 건 비정상적이고, 이상적이지도 않다"고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실제로 위트코프가 자신이 특사로 임명된 중동문제에서부터 최근에 손을 대기 시작한 이란 핵협상 문제에 이르기까지 성과는 혼재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전인 1월 11일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그를 압박한 것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휴전 합의를 끌어낸 주요 원동력으로 꼽혔다.
또 지난달에는 러시아에 억류돼있던 미국인 마크 포겔을 직접 러시아로 날아가 데리고 나왔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세 시간이나 면담하며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가자지구의 휴전은 지난달 이스라엘의 재공격으로 깨져버렸고,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도 미국의 제안을 러시아가 거부하면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란 핵협상에서도 그는 지난 14일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3.67%까지 허용할 것처럼 말했다가 이튿날 "이란은 핵농축 및 무기화 프로그램을 반드시 중단하고 제거해야 한다"고 번복, 이란으로부터 "입장들이 서로 모순된다"는 반발을 샀다.
미국과 유럽의 베테랑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위트코프의 외교적 능력에 회의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가자지구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핵협상 모두 사안이 역사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것들이라 당사자들 간 광범위한 협의와 거래가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 베테랑 미국 외교관은 CNN에 "외교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자기 스스로 뛰어들어 러시아의 매우 숙련된 외교관, 당국자들과 상대하는데, 상대보다 열세에 있다는 것은 우려되는 일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위트코프의 역할이 더 확장될 것이라는 명시적 움직임은 없으나, 미국 관리들은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의욕적으로 벌이고 있는 관세전쟁의 최대 적국인 중국과의 협상을 위트코프에게 맡길 가능성도 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안보팀이 종종 "스티브가 처리할 수 있다"라고 농담처럼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