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美 “中, 미군 공격하는 후티에 위성사진 제공…용납 않겠다”]
홍해에서 미국 군함을 미사일 등으로 공격하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중국 위성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국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해 주고 있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폭로가 나오느 시점에 이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이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견해들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중국 군부와 연계된 중국 위성 회사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에게 홍해에 있는 미 군함과 국제 선박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위성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위성관련회사인 창광위성기술주식회사(Chang Guang Satellite Technology Company)가 후티 반군에 위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베이징에 거듭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미국은 그동안 이 문제를 중국에 제기하면서 베이징 당국이 후티반군에 대한 위성 이미지 제공문제를 해결하도록 여러차례 촉구했지만 중국은 이러한 경고를 무시해 왔다”면서 “중국 당국의 이러한 처사는 후티반군에 위성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암묵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 대변인 태미 브루스는 “창광위성기술이 후티반군의 테러 공격을 지원했다는 것은 미국의 이익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면서 “미국은 후티반군을 지원하는 창광위성기술 등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창광위성기술의 후티반군 지원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엄청난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터져 나왔다”고 짚었다.
FT에 따르면 창광위성기술은 지난 2014년 지린성의 성도인 창춘 중국과학원과 합작투자로 설립된 회사로 명목상 상업적 위성 회사이지만 실제는 민간 및 군사 고객 모두에게 글로벌 감시 역량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이곳의 모든 정보는 인민해방군과 공유하고 있다.
창광위성기술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협력하는 컨설팅 회사인 블루패스 랩스의 중국 방위 전문가 매튜 브루제세는 “작년에 창광위성기술이 궤도에 100개의 위성을 배치했으며, 2025년 말까지 300개를 배치할 계획”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10분마다 전 세계 모든 위치의 이미지를 반복해서 촬영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미 국무부의 태미 브루스 대변인은 FT의 관련 보도에 대해 “중국의 창광위성에 대한 보도가 모두 맞다”고 확인했다.
브루스 대변인은 이어 “미국 정부가 창광위성의 행동에 대해 중국 정부에 비공개로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중국 정부가 창광위성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평화를 지지한다는 중국의 주장이 공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대변인은 또한 “홍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복원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라며 “미국은 후티 같은 외국 테러 조직을 지원하는 그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브루스 대변인은 “중국이 자국을 세계의 평화중재자로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와 기업이 러시아, 북한, 이란 정권과 이란의 대리 세력을 경제·기술적으로 지원한다”면서 “중국공산당은 계속해서 이들 정권을 돕고 있으며, 중국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이중용도 제품을 제공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이란의 테러 활동을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했다”고 비난]
중국이 이렇게 후티반군에 위성 이미지를 제공하면서 미군에 대한 공격을 돕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증거를 입수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8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 측 대표들(representatives)이 러시아 영토 내에서 일부 무기 생산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다음 주에 더 구체적인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중국의 직접적인 무기 지원 의혹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이중용도 부품이나 군사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해왔지만, 무기 직접 공급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다.
특히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우크라이나, 유럽 간 종전 협상 관련 회동이 열렸다는 점에서 서방의 대(對)러시아 압박을 촉구하기 위해 관련 주장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과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메일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면서 “중국은 이전에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다는 의혹을 부인해 왔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는 유럽의 관리들을 인용해 “중국과 러시아 기업들은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이란 모델과 유사한 공격용 드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면서 “이는 베이징이 서방 관리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에 직접 살상적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자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지 직접 문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무기가 러시아에 판매되거나 반입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지만 우리는 다른 정보를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중재한 '부분 휴전'에 대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원칙적 합의 이후에도 전반적인 러시아의 공습 규모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습을 줄인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주목했으면 하는 사실은 러시아가 공습 횟수를 줄이지 않았으며, 에너지 시설 대신 다른 민간 기반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편에 서서 참전한 중국 국적자 포로를 생포했다며 영상을 공개한 이후 연일 중국의 참전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 대통령 중동 특사의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젤렌스키는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의도적인지 무의식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위트코프 특사가) 러시아의 주장(narratives)을 퍼뜨리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나는 그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관해 논의할 권한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지난 14일 미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전 평화협상 타결 여부가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크름반도 등 ‘소위 5개 영토’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들 5개 지역은 러시아가 평화협상을 통해 영유권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우크라이나 영토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지역은 아직 러시아가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자국 광물 자원 개발 협력에 관한 의향서(MOI)를 온라인상으로 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 측이 광물협정 관련 포괄적 합의가 타결되기 전에 MOI에 먼저 서명하자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美, 예멘 후티반군에 연료대는 항만 공습…“최소 38명 사망”]
이런 가운데 미국이 친(親)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해 또다시 대대적인 공습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은 이날 자신들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TV를 통해 미국이 예멘 서부 홍해 연안의 라스이사 항구를 폭격해 최소 38명이 숨지고 102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면서 “이번 공습은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후티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군 중부사령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공격이 후티 반군에 대한 연료 공급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번 공격의 목적은 동포들을 착취하고 고통을 가하는 후티 반군의 경제적 원천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이사 항에는 대형 유류 탱크와 정유시설 등이 있다. 미군 측은 다만 인명 피해에 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후티 반군은 2023년 가자 전쟁이 발발한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과 서방의 선박을 공격해왔다.
미국은 지난 3월 후티 반군을 '해외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후티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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