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 whytimes.pen@gmail.com
▲ 시리아 과도정부 아메드 알샤라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 제재 완화를 대가로 시리아 과도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몇 주간 시리아 과도정부에 대한 정책 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에는 시리아에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자금모금 등 활동을 금지하고 무장 대원들을 시리아에서 추방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시리아에는 1948년 이후부터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무장 단체들도 수십년간 활동해왔다.
지침에는 또 시리아 과도정부가 지하드(이슬람 성전) 단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시리아에 남아있는 화학무기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한편 시리아에서 실종된 미국인 14명을 찾기 위한 담당자를 임명하라는 요구도 포함됐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은 시리아 과도정부가 이런 요구사항을 따른다면 시리아 영토보전을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외교관계를 재개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또 전임 조 바이든 정부 때 인도적 지원을 위해 한시적으로 취했던 제재 완화 조치를 연장해주고 과도정부 인사들에 대한 테러리스트 지정도 해제해주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 같은 정책 지침에 대해 "미국은 현재 시리아 내 어떤 단체도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시리아 과도당국은 테러리즘을 완전히 포기하고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WSJ은 다만 이번 지침에서 러시아 관련 내용이 빠져있는데 주목했다.
러시아는 과거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과 밀착해왔고 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이후에도 시리아 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병력을 계속해서 주둔시키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인데 정작 미국은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 중이던 병력 수백명을 철수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 때문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시리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면서 러시아와 중국에 길을 열어주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시리아 경제를 연구하는 자문회사 카람샤르의 벤저민 수석연구원도 이런 제안에 대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시리아 과도정부를 러시아나 중국의 손아귀로 밀어 넣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시리아 과도정부는 미국의 이런 정책 지침에 대해 아직 답변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미국의 제재가 철회되지 않는다면 시리아 재건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나타샤 홀 선임연구원은 "개발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데 절실히 필요한 지원이 너무 많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