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별 성과없이 지지부진한 러시아군의 봄철 대공세]
러시아군이 다가오는 휴전협상에서 기세를 잡기 위한 봄철 대공세를 과감하게 진행했지만 별 성과도 없이 지지부진하면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점령지를 대대적으로 확대하려던 푸틴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다음 수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딜레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인 더워존은 15일, “러시아군이 종전 협상을 앞두고 봄철 대공세를 통해 영토확장을 시도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수만명의 병력을 동부의 국경지역에 배치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완전한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의 키릴로 부다노프 중장은 “러시아군이 동부지역 국경에서 24km정도 떨어진 수미시를 점령하려 노력했지만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BBC도 “러시아군이 수미시를 포위하면서 공격을 시도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지금은 그저 포위만 하면서 완충지대를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워존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두 배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로 공격을 개시했다”면서 “3월말에는 매일 200여건의 충돌이 벌어질만큼 치열했지만 지금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더워존은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이렇게 대대적인 진격을 하지 못하는 것은 전투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한 탓”이라며 “이 때문에 도네츠크에서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도 15일자(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하르키우주 북부에서 러시아군이 대대적 진격작전을 펼쳤지만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3일간 보프찬스크(하르키우 시 북동쪽) 인근에서 장갑전투차량 3대, 보병전투차량 1대, TOS-1A 열압력포병체계 1대를 파괴했다”고 보고했다.
ISW는 이어 “러시아군은 쿠퍄스크 방향으로 공세 작전을 계속했지만 확실한 진격은 이루지 못했다”면서 “보로바 및 리먼 방향으로도 진격을 했지만 역시 특별한 진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ISW는 그러면서 “오히려 토레츠크 북서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진전을 보였다”면서 “이에 대해 러시아 군사블로거들도 우크라이나군이 포크롭스크 동쪽에서 진격을 계속하고 있으며 발렌티니우카 지역으로도 계속 진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ISW는 “전반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선 600마일과 러시아 내 추가 영토에서 이득이 거의 없었다”면서 각 지역별 전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쿠르스크: 러시아군은 4월 13일 쿠르스크 주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지만, 확실한 진전은 없었다.
*하르키우: 러시아군은 최근 하르키우시 북동쪽으로 약간 진격했지만 큰 성과는 아니었다.
*루한스크: 러시아 군은 보로바 근처로 진격했지만, 리만이나 쿠피안스크 쪽으로는 확고한 진격을 하지 못했다.
*도네츠크: 러시아 군은 최근 차시브 야르 남쪽으로 진격했다. 그러나, 그들은 흐리호리브카와 빌로호리브카, 토레츠크, 노보파블리크, 쿠라호베, 벨리카 노보실카 근처의 시베르스크 북동쪽으로는 확고한 진격을 하지 못했다.
*헤르손: 러시아군은 4월 12일과 13일에 드니프로 방향으로 제한적인 공세를 펼쳤으나 진척이 없었다.
*자포리자: 러시아군은 4월 12일과 13일에 로봇네 북서쪽의 셰르바키, 말리 셰르바키, 스텝오베 근처에서 제한적인 공세를 펼쳤으나 진척이 없었다.
[우크라의 반격, 러시아 본토 진입해 러시아군 병력 분산유도]
러시아군이 이렇게 지지부진한 전적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벨고로드에 진입해 러시아군 병력을 분산시키고 있으며, 이를 통해 러시아군이 수미지역과 하르키우를 본격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고 있다.
이와 관련해 ISW도 “러시아군이 벨고로드주 북서쪽 끝인 데미도프카와 포포프카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공격을 계속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진격에 실패했다”면서 “사실상 러시아군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제34차량화소총여단과 강철여단, 제128차량화소총여단 등이 투입되었음에도 진격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전쟁 지속하며 영토 확장 꾀하는 푸틴, 억지 부리고 있다!]
지금 상황을 보면 러시아군이 휴전을 하지 않고 전쟁을 지속하는 이유는 봄철 대공세를 통해 일부 지역이라도 영토를 더 점령하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와 영토 분할 등의 제안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푸틴의 측근 두 명과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간 종전 협상이 모스크바에서 진행됐는데, 이 자리에서 러시아는 그야말로 우크라이나의 광범위한 영토 양보를 중점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협상안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대적인 봄철 대공세를 펼쳤지만 의도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러시아도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외교정보국(SVR)의 세르게이 나리시킨 국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종식시키는 모든 향후 평화 협정에는 우크라이나의 중립성, 우크라이나 국가의 비무장화 및 ‘탈나치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자 차별을 규정하는 우크라이나 법률 폐지, 그리고 러시아의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주 전체에 대한 불법 합병 인정 등의 조건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도 지난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경제지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현 우크라이나 정부가 ‘위헌적’이며,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거나 아직 점령하지 못했지만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러시아어 사용자들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를 전쟁 패전국으로 보고 승전국인 러시아가 얻어내야 할 조건을 미국에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오히려 이번 전쟁의 실질적 패배자인 러시아가 오히려 승전국인양 하는 가관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미국이 받아 들일 리도 없지만 전쟁을 빨리 끝내는데 급급하여 러시아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우선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전면 거부할 것이고, 유럽 국가들 역시 미국을 향해 강력한 저항을 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美, '우크라 원조 총액' 주장 3000억→1000억불로 낮춰”]
한편,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 최종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 등으로 원조해온 액수 추정치를 3분의 1로 줄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6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키이우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 비용을 약 3000억 달러(427조1400억원)에서 1000억 달러(142조3800억원)로 줄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3000~3500억 달러를 지원했다”면서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내겠다”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해왔다.
미국은 실제로 광물협정 협상 초기 이 같은 수치에 기반해 5000억 달러(711조9000억원) 규모의 희토류 등 광물을 요구했다. 다만 협상을 거듭하며 공동기금 투자 방식으로 바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 없는 수치를 내세웠다는 반박이 다수 나왔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2024년 연말까지 이뤄진 미국의 지원 규모를 1195억 달러(170조1441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900억 달러(128조1420억원) 이상'으로 봤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현지매체인 우크린폼은 이날 '1000억 달러 조정' 보도에 대해 “우크라이나 자체 추산치와 비슷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실무급 회의가 주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양측이 준비되면 합의를 발표할 것이다. 지금까지 양측 모두 긍정적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마쳤다”고 말했다.
다만 수개월을 이어온 광물협정의 조기 타결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유럽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관리권을 추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지난 2월 광물협정을 체결하기로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정상회담이 파행되면서 무산됐다.
당시 양국이 합의했던 광물협정 초안은 석유·가스, 물류 인프라 등 우크라이나 국유자원 개발 수익의 50%를 미국 주도 기금에 기여하고, 기금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재투자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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