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 영국 이밍엄항에서 브리티시 스틸로 옮겨지는 제철 원자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중국 기업이 소유한 영국 철강회사 브리티시 스틸의 용광로 폐쇄 위기로 영국에서 중대 기반시설에 중국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브리티시 스틸의 모기업 중국 징예그룹이 영국에 마지막 남은 제철 고로 2기를 폐쇄하지 못하도록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긴급 법을 제정했다.
이에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영국이 양국간 경제협력을 정치화한다고 비판하면서 영국에 투자하거나 진출한 중국 기업을 공정하게 대우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영국 핵심 인프라에 중국 기업이나 자본이 상당 부분 손을 뻗친 만큼 잠재적인 위험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영국 정계에서 나오고 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가 기업 보고서를 분석해 2005∼2024년 중국의 대영국 공공·민간 투자 규모를 집계한 결과 1천50억달러(150조원)에 달했다.
중국의 해외 투자 대상국으로 미국(2천7억달러), 호주(1천68억달러) 다음으로 큰 규모다.
투자 분야는 에너지부터 축구 구단까지 다양하다. 그중 히스로공항(10%), 템스워터(9%), UK파워네트워크(100%), 노섬브리아 워터(75%), 힌클리 포인트 C 원전(27.4%), 브래드웰 B 원전 부지(66.5%) 등 중요한 국가 인프라 운영업체의 상당한 지분을 중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정부는 지난해 7월 출범한 이후 전임 보수당 정부 때 경색됐던 대중국 관계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데 집권당 안에서도 경계심은 적지 않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의 인권문제를 감시하는 여러 국가 의원 모임인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 공동의장 헬레나 케네디(노동당) 상원의원은 "국익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우리 인프라에서 활동하는 모든 중국 기업에 대한 시급한 안보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밀리 손베리(노동당) 하원 외교위원장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어떤 중국 투자에 대해서도 안보 렌즈를 통해 살펴봐야 한다"며 원자력, 통신, 교통 부문에 대한 투자를 특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기반시설 투자에 대한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에서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에 대해 안보 의혹을 제기했을 때 영국도 화웨이 5G 장비 철수를 시작했다.
그레이스 시오돌루 지정학전략회의 중국 정책연구원은 영국 인프라에 대한 중국 투자와 관련해 고려할 잠재적 위험으로 간첩행위의 가능성, 기반시설이 제조업체 통제를 받는지를 꼽았다.
그는 "중국의 국익에 맞춘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영국의 대중국 제재 능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관측했다고 BBC는 전했다.
일각에선 중국 투자자들이 경제적 사익이 달렸는데도 영국의 기반시설이나 기업에 방해공작을 펼칠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자일스 모한 오픈대 교수는 "이같은 위협은 입증된 것이 아니고, 이런 기업들은 이윤에 의해 움직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