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우크라에 잡힌 중국인 용병 2명 “러시아가 거짓말로 속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용병으로 참전하던 중 우크라군에 의해 포로로 붙잡힌 중국인 2명이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의 거짓말에 완전히 속았다”고 폭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매체인 키이우인디펜던트는 15일, “최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군 용병으로 싸우다 붙잡힌 중국인 두 명이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전 세계 매체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면서 “이들은 러시아의 거짓말에 완전히 속았다면서 자신들의 경험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주최로 열린 이 회견에는 포로 장런보(張仁波·27)와 왕광쥔(王廣軍·34) 두 명이 참석했는데, 이 중 장씨는 지난해 12월 관광 목적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해 일주일간 머물렀고, 입대하면 200만 루블(약 3천460만 원)을 주겠다는 광고를 보고 자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렇게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힐 줄은 몰랐다”며 “전투 참여 불과 며칠 만에 포로가 됐다”고 했다.
장씨는 이어 “20만 루블(약 346만 원)이 입금된 카드를 받았지만, 러시아인들이 연료비 등의 명목으로 카드와 연동된 앱이 설치된 휴대전화를 주기적으로 가져가 사용했다”면서 “러시아군이 외국인 용병을 혹독하게 다뤘으며, 실제 전쟁은 TV·영화에서와 달리 끔찍했다”고 토로하면서 몸서리를 쳤다.
그러면서 “실제로 전투에 투입되면 1분 1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모른다”면서 “부모님은 내가 러시아군에 들어간 사실조차 모른다. 전쟁에 참가한 것은 후회뿐이다”라고 했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또다른 포로인 왕씨는 “중국에서 틱톡(TikTok) 광고를 보고 (러시아군에) 지원했다”면서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카잔과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등을 거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왕씨는 이어 “러시아군 훈련소에 들어가자, (탈영을 막기 위해) 화장실 갈 때조차 군인이 총을 들고 따라다녔다”면서 “도망칠 방법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모스크바에 도착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왕씨는 “이전에는 전투 경험도 없었고, 무기를 잡아본 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두 포로들은 러시아군 내 생활은 매우 열악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훈련소의 막사는 전기가 끊기고,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곳이었다”고 했다. 또 “식사 보급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하루나 이틀에 겨우 한 끼 식사를 받기도 했으며, 새벽 4~5시까지 훈련을 받아도 돌아오는 것은 쌀 조금뿐이었다”고 했다. 또 “많은 중국인 용병들이 잔혹 행위와 인종차별, 임금 체불 등을 겪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러시아군에 투입된 용병들의 상황은 엄청나게 열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심지어 자살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왕씨는 “외국인 용병 중 한 명이 한밤중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하지만 내부 통제가 워낙 강해 누구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 모두 “우크라이나의 포로 대우가 적어도 러시아군보다는 훨씬 낫다”면서 “러시아 지휘관들은 포로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며 (외국 용병들에게) ‘우크라이나군에게 잡히면 잔혹하게 살해당한다’고만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중국 내부 여론이 러시아의 주장에 휘둘리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려는 중국인이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왕씨는 “중국에서는 러시아가 강하고 우크라이나가 낙후됐다는 식의 말을 많이 듣는데, 모두 거짓이다”라며 “(중국 동포들에게) 이 전쟁에 절대 가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장씨는 “우크라이나는 중국에 식량을 수출하는 큰 파트너였는데, 전쟁 이후로 수출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중국에서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전쟁에 참여한 만큼 처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고, 각오도 돼 있으며, 그래도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들은 러시아군 주력 부대가 투입되기 전에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을 소모하는 데 활용되는 ‘총알받이’ 부대, 이른바 ‘스톰-Z’ 부대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8일 “러시아군에 가담한 중국인 2명을 포로로 잡았다. 현재 150명 이상의 중국인이 러시아군에 소속되어 싸우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이를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면서 일축했다.
[러시아, 중국인 용병 사실 전면 부인, 가짜뉴스 퍼날라]
이렇게 러시아군에 합류했던 중국인 용병들이 포로로 붙잡혀 기자회견까지 했지만 러시아 당국은 이러한 사실을 숨기면서 부인하기에 바쁘다. 우크라이나 현지매체인 우크린폼은 15일, “우크라이나 당국이 중국인 용병의 기자회견을 실시한 직후 러시아 당국은 즉각 ‘우크라이나군이 심리전을 벌이려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는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면서 “러시아내 일부 텔레그램 채널이나 언론사의 웹사이트들에는 우크라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들이 중국인이 아니라 배우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중국계 미국인이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린폼은 이어 “러시아내 일부 선전가들은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중국인 용병 기자회견을 두고 미국인들마저 가짜뉴스라며 비웃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의 이런 소동은 이번 중국인 용병 파문이 심상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이들 용병들이 중국인임을 알고도 러시아 당국이 용병으로 받아들였다면 이또한 중국과의 사이에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평화구상 차질에 참상 더해가는 우크라 전쟁]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도로 시작된 휴전 협상이 '신속한 종전'을 이뤄내겠다는 장담과 달리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에 반응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을 감행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참상을 더해가고 있다. 서방에선 러시아 측이 당초부터 휴전할 의사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러시아군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의 주도 수미시(市)의 인구 밀집 지역을 겨냥해 최소 두 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중 한 발은 승객으로 가득한 버스에 명중했고, 아비규환의 참상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이날 수미에선 어린이 두 명을 포함, 34명이 숨지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렇게 부상자가 많았던 것은 종려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을 맞아 거리에 나온 사람이 많았던 까닭이다. 이번 사건은 올해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최악의 민간인 인명피해로 평가된다. 특히 러시아의 이번 공격이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한 미국의 특사를 푸틴이 직접 접견한지 이틀만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푸틴에 대한 비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이번 공격을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14일 “푸틴은 휴전을 향해 갈 의도가 없다는 게 명백하다”며 “유럽의 대러 제재를 최고 수위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내달 독일 차기 총리로 선출될 예정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도 “러시아의 이번 공격은 '심각한 전쟁 범죄'”라면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순항미사일 '타우러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에 전쟁 발발의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적 태도를 유지했고, 수미 미사일 공격 참사에 대해서도 ‘끔찍한 일’이라면서 “나는 그들이 실수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피격된 장소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군 회의가 열린 곳”이라면서 뻔뻔하게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빠른 시일내 휴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트럼프의 손목 비틀기에 굴복한 우크라이나는 무조건적 휴전안에 동의했지만, 러시아는 과도한 조건을 들이밀며 시간을 끌고 있어서다.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유럽 철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우크라이나의 전면 무장해제 등 우크라이나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수미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하면서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평화 구상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러시아에 시간 벌어주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백악관 보좌진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푸틴이 전쟁 휴전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모스크바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백악관의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푸틴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국무부와 재무부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안을 포함한 대응안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러시아가 평화에 진지한지 아닌지는 곧, 몇 달이 아니라 몇 주 안에 알게 될 것”이라면서 “전쟁이 끝나면 세계에 좋겠지만, 당연히 우리는 러시아의 의도를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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