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 유럽의 항구에 쌓인 화물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수출길이 막힌 중국 제품이 싼값에 유럽으로 밀려들어 현지 생산업체들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의 덤핑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중국에 우호적인 회원국이 많아 현실적으로 방어가 효과적일지 미지수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대부분의 중국 제품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높은 관세 장벽에 막히게 되면서 이 제품들이 유럽으로 몰려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유럽 내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로디엄 그룹의 노아 바킨 선임 연구원은 NYT에 유럽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높은 미국 관세와 동시에 중국이 유럽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유럽의 산업에 "이중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럽은 미중 무역전쟁 양상에서 일단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고 줄타기를 하면서도 중국산 덤핑 공세에만큼은 단호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중국과의 "건설적인 관계 구축"을 약속하면서도 미국의 관세로 인해 미칠 수 있는 "간접적인 여파"에 대해 경고하며 중국산 제품의 흐름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산 덤핑 징후에 대비하기 위한 EU 차원의 수입 현황 감시 태스크포스(TF)도 꾸려졌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그러면서 "우리는 글로벌 생산 과잉을 흡수할 수도 없으며 우리 시장에 대한 덤핑을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협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산 덤핑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유지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대처는 유럽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과 무역 관계에 있어 유럽 국가마다 원하는 것이 달라 유럽 차원의 단합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미 지난주 중국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밀착을 강화하며 독자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 문제를 두고서도 중국에 차를 수출하고 있는 독일은 보복 관세를 우려해 EU의 관세 부과를 반대하기도 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 역시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NYT는 유럽 각국 정상들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통한 해외 투자 유치가 당장 국내 일자리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만큼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보라고 여기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다만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 차원에서의 중국과 무역에 대한 일관된 대응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뤼셀의 러시아, 유럽, 아시아 연구 센터의 테레사 팔론 국장은 NYT에 "스페인은 폴란드와는 상황을 매우 다르게 본다"면서 "유럽 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취해야 하는지에 관해 지속적인 논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무역 파트너로 유럽에 연일 유화 손짓을 보내고 있다.
EU 주재 중국 대사관은 최근 한 유럽 매체에 연속으로 글을 기고해 중국과 유럽의 경제 협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기고문에서는 "워싱턴으로부터 허리케인이 불고 있는 와중에 중국은 점점 더 유럽의 전략적 파트너처럼 보인다"고 적기도 했다.
다만 중국과 이미 오랜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유럽 입장에서는 당장 중국이 내민 손을 잡기 보다는 미중 무역전쟁 양상이 누그러져 부작용을 피해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리아나 픽스 연구원은 NYT에 EU는 우선 오는 6월경으로 예정된 중국과의 정상회담 전까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최대한 막는 '현상 유지'를 원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