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 대통령, 美-中 디커플링으로 가기로 작정한 듯]
백악관이 중국을 향한 상호 관세율을 145%로 대체한다고 수정 발표했다. 이 정도면 미중 양국간 무역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른바 미중간 결국 디리스킹(de-risking)을 넘어 디커플링(de-coupling), 곧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 경제 구도 자체를 완전히 뒤흔드는 것이라 그 파급효과가 주목된다.
미국의 CNBC방송은 11일, 미국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의 에리카 요크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한 세자릿수 관세로 인해 양국 교역 대부분이 중단될 것”이라면서 “대체재가 없어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교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10일 공개한 ‘무역 파트너의 보복과 지지를 반영하기 위한 상호 관세율 수정’ 행정명령에서 중국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기존 84%에서 41%포인트 오른 125%로 대체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이미 중국산 펜타닐 원료 유입을 문제 삼아 20%의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가 도합 145%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발효 시점은 10일 오전 0시 1분부터다. CNBC 방송에서의 에리카 요크 이코노미스트 발언은 이러한 백악관 발표 직후에 나왔다.
이와 관련해 소시에테제네랄도 “이번 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캐피털이코노믹스는“향후 몇 년간 중국의 대미 수출이 절반 넘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9일자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전쟁을 중국과의 '이판사판식'(high-stakes)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양국 갈등이 당장 퇴로가 안 보일 정도로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과 중국이 '무질서한 경제적 디커플링(decoupling·분리)' 과정에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디커플링, 동맹국과 함께 움직일 가능성]
그런데 미국이 중국을 향한 디커플링을 하는데 있어 주목할 것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에 미국의 동맹국들도 함께 참여하기를 원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완전한 중국 고립을 넘어 ‘중국을 향한 고사작전’에 나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전 세계를 뒤덮은 관세 전쟁을 선언했다가 돌연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협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중국 고립을 위한 첫단추를 꿰맨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동맹도 함께 중국과의 디커플링 작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그러한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베트남이 미국의 처벌적 관세를 피하기 위해 자국 영토를 통해 미국으로 운송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중국으로의 민감한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면서 “이러한 베트남의 조치는 백악관의 무역 고문인 피터 나바로를 비롯한 미국 고위 관리들이 ‘베트남산’ 라벨이 붙은 중국산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되어 관세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가운데 나왔다”고 단독 보도했다.
결국 베트남의 이러한 조치는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중국에게 통로를 열어주는 무역 자체를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해 “동남아시아 국가는 최대 수출 시장이자 안보 파트너인 미국과의 무역을 유지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해 있으면서, 동시에 베트남은 최대 투자국이자 남중국해 국경 문제로 갈등을 빚어 온 이웃 국가인 중국과의 갈등을 원치 않는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베트남은 우선적으로 중국산 제품의 베트남 환적을 철저하게 막을 계획이며, 그러면서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짚었다.
불법 환적이란 한 국가가 관세가 낮은 제3국으로 상품을 보내 해당 상품에 부가가치를 더하지 않고 다시 수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관세율이 높은 중국이 베트남을 통해 미국으로의 위장수출을 할 수도 있다는 미국의 우려를 전면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동시에 이를 통해 미국이 원하는 중국의 고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실제로 베트남이 서방으로 수출하는 상품 중 상당수는 중국에서 생산된 자재로 만들어졌으며, 중국 기업도 미국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했다”면서 “많은 경우, 베트남 노동자들이 상품을 가공한 후 ‘베트남산’ 라벨을 붙여 합법적으로 미국으로 수출해 왔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젠 이러한 불법적 환적도 금지시키겠다는 것이어서 중국은 매우 당황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이어 “공식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해 촉진되었으며, 베이징으로부터의 유입은 워싱턴으로의 수출 규모 및 변동과 거의 일치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중국 상품의 베트남을 통한 불법환적이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수출실적은 중국의 수출 통계에는 잡히지 않고 그저 베트남의 수출실적으로만 통계가 잡혀 왔다는 점에서 중국이 받는 충격은 상당히 클 것이다.
미국도 이러한 중국의 불법환적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의 나바로 무역고문은 지난 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중국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을 이용해 환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이 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를 인용해 “어떤 경우에는 중국산 상품을 실은 선박이 베트남 항구에 잠시 머물면서 해당 제품이 베트남에서 제조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받은 후 출항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이러한 불법환적 뿐 아니라 베트남을 통한 중국으로의 불법 수출도 철저하게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하노이는 민간 및 군사 목적으로 모두 사용될 수 있는 반도체와 같은 이중 용도 품목의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수출국의 동의 없이 인공지능(AI)분야나 미국산 최첨단 칩들의 원천 기술이나 제품들이 제3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당국은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통제를 포함해 민감한 품목의 무역에 대한 신고 및 승인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베트남의 중국 통제가 이렇게 강화되는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다음 주에 베트남을 방문한다. 우선적으로 베트남 항공 규제 기관이 중국의 COMAC 항공기를 승인하는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고, 베트남이 더 이상 미국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방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트남 항공사가 이미 보잉과 항공기 도입 계약을 완료하고 다음주에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시진핑의 베트남 방문을 통한 중국산 항공기의 세일즈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디커플링, “중국 경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
이렇게 미국의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미국의 동맹국과 우방국까지 합세하여 진행된다면 중국은 그야말로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모든 상품에 세자리 수의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사실상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무역 금수조치를 취했다”면서 “베이징에 있어서 트럼프의 이러한 조치는 사실상 중국 경제가 당하고 있는 최악의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우려할만 하다”고 짚었다.
WP는 이어 “중국은 이미 부동산 시장 침체, 높은 청년 실업률, 그리고 디플레이션 위기로 빠져들 위험이 깊어지면서 내수시장까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만이 희망의 불빛이었는데 이마저도 무너진다면 시진핑 주석에게는 최대의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 “시진핑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에서 첨단 제조 및 기술 초강대국으로 변모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러한 전혀 원치않는 상황은 시진핑의 모든 계획을 좌절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WP는 “중국은 그동안 국내 가정이나 회사가 구매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나머지는 수출한다”면서 “그 결과, 작년에는 전자제품, 화학제품, 장난감, 가구 등을 미국과 다른 나라로 수출하면서 세계 무역 흑자가 거의 1조 달러에 달했다”고 짚었다. “그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이는 경제성장률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 WP의 분석이다.
실제로 HSBC 프레데릭 노이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성장모델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면서 “무역전쟁으로 중국 성장률이 1.5∼2%포인트 낮아질 수 있고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가세할 경우 타격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안해도 중국의 성장률이 5% 내외라고 공식발표하고 있지만, 그 수치를 그대로 인정해 준다 하더라도 2%포인트 가량 영향을 받게 된다면 중국경제는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으로 뻐져들 수 있다. 특히 일부 중국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것처럼 5% 수치는 중국당국이 기망한 것이고, 실제로는 1~2% 내외라고 봤을 때 자칫 중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미중간 무역충돌, 특히 미국에 의한 디커플링이 중국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코넬대 무역정책 교수인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WP에 “지금까지 중국은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지만 현실은 그들이 불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서방의 일부 언론들은 미중간 충돌이 양국에 모두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더 이상 이러한 외교적 충돌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시각은 한마디로 중국의 주장을 100% 수용한데서 오는 오판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내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당연히 그렇게 판단할 것이고, 더불어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조금만 진흥시켜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오는 문제들을 너끈히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허튼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시진핑이 두려워하는 진짜 문제 하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 중국 관세폭탄 이후 중국 인민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이미 상하이와 선전 항구에서 미국으로의 운송이 전면 중단되고, 미국 수출이 90%이상 급감하면서 중국 인민들이 극히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어판은 11일, “중국내에서 국민적 비관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면서 “이로인해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에 대한 불만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것이 지금의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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