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美관세 직격탄 맞은 中상품, 러시아에 밀려들까 우려]
미국과의 관세전쟁으로 중국의 수출 상품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미국으로 향하지 못하는 상품들이 러시아를 비롯해 주변국들로 쏟아져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상품의 무분별한 유입을 방치했다간 자국 기업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대미수출 봉쇄가 중국내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내수 시장도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관세부과를 전면 유예한 조치는 한마디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 유리한 무역조건을 맺게 되면 자연스럽게 중국은 고립될 것인데, 이는 중국에게 아주 좋지 않은 상황이고 중국은 더 큰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중국은 미국이 전 세계적 관세 부과를 할 것으로 보고 다른 나라들과 연대해 미국과 대응하려 했지만 그러한 중국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고 짚었다.
문제는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려던 상품들이 선적을 중단하게 되면 이미 완성된 제품의 수출길도 막히고 더불어 중국내 공장을 가동해야만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생산을 해야만 하는데 그들 제품들의 판로가 당장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WSJ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새로운 관세 부과로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이 사실상 폐쇄됨에 따라, 더 많은 중국 상품이 유럽과 아시아 국가로 수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들 국가 지도자들은 이미 중국 제품의 쇄도로 인한 일자리 위협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WSJ은 이어 “게다가 중국은 러시아의 3년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모스크바를 지원하며 유럽의 반감을 샀다”는 점도 지적했다.
결국 미국으로의 수출이 막힌 중국의 상품들이 주변국이나 유럽 등으로 수출 경로를 바꾸려 하겠지만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만만한 러시아로 대대적으로 넘어감으로 인해 러시아 경제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매체 RBC는 10일(현지시간) “일부 전문가는 미국의 관세 때문에 중국이 러시아에 상품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본다”며 “이 경우 특정 산업에 대한 보호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프리덤 파이낸스 글로벌의 분석가 나탈리야 밀리차코바도 RBC에 “관세가 인상되면 중국은 미국에 여러 상품과 원자재, 소모품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며 “이 경우 중국은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에 상품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이 러시아를 비롯해서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참여하는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 시장으로 수출을 늘리더라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분석가 알렉산드르 이사코프는 “브릭스의 시장 수용 능력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물론 파트너 국가들과 추가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겠지만 브릭스 국가들이 중국 제품의 주요 소비국이 될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주로 미국에 대량 공급하던 전자제품이나 산업장비를 수출할 새로운 시장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그런 수요가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RBC는 “이론적으로 값싼 중국산 물자가 러시아에 대거 밀려들 경우 러시아 당국이 보호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참여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WTO 전문센터의 막심 메드베드코프 고문은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으로서 반덤핑 조치를 포함해 다양한 특별 보호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레크 시바노프 러시아경제대학 교수도 “중국 제품이 범람할 경우를 대비해 필요하다면 특정 산업을 모니터링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시작된 중국 제품의 손절, 중국내 공장들이 떨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관세 부과 방침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손절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곧바로 중국 공장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WSJ은 10일,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대폭 인상되면서 미국 수입업자들이 중국 공장에 대한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면서 “중국 광둥성에서 장난감 공장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미국의 상호관세가 9일 발효된 직후 10년 넘게 거래해오던 미국 볼티모어의 한 고객으로부터 주문 취소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뒤 장난감 가격을 10%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맞대응 조치에 대응해 상호관세를 84%(총 104%)로 올리자 관세 비용을 더는 감당할 수 없어 주문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관세를 125%로까지 올렸다.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는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국인 공장주는 “관세 인상 여파로 더 이상 양측 모두 사업을 할 여지가 없다”면서 “앞으로 며칠 안에 미국 고객들에게서 더 많은 주문 취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도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에서 생산된 여러 제품에 대한 주문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일 중국과 베트남, 태국을 포함한 18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후 비치체어, 스쿠터, 에어컨 및 기타 상품에 대한 주문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중국에서 만든 비치체어를 아마존에 10년 넘게 판매해온 한 업체는 지난주 아마존으로부터 잘못 발주한 일부 주문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면서 “이 업체는 50만달러 상당의 주문이 취소되면서 이미 제작된 비치체어를 살 다른 구매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中 소규모 공장들, 관세 직격탄…“주문량 급감, 생존 몸부림”]
이렇게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내 소규모 공장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간 중국의 수출을 떠받쳐온 소규모 공장들은 미국발 관세 폭탄에 주문량이 급감하면서 공장문을 닫거나 다른 국가 고객을 찾아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중국 남동부에 밀집해 있는 소규모 공장들이 관세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남동부 지역에는 소규모 제조업 공장이 밀집해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짧은 시간 안에 저가의 상품을 다량 생산해 수출해온 이 공장들은 중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 중국도 보복관세로 맞서며 '강 대 강' 충돌이 이어지면서 상당수의 공장들이 가동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주요 고객이었던 미국으로의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이어 “미국의 일부 의류 수입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중국 공장에 대한 발주를 취소하기도 했다”면서 “소규모 공장들은 대부분 발주 때 비용의 절반만 선불로 받고 납품 이후 나머지를 받아왔는데, 수입업체들이 납품 직전 발주를 취소하면서 재고를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일부 중국 공장들은 내수시장을 공략하거나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이렇게 수출 상황이 문제가 될 때는 내수시장이라도 살아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중국 내수시장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의 내수시장은 미국발 관세전쟁이 터지기 전에도 이미 과잉 공급에 직면해 있었고 부동산 시장 붕괴로 인한 경기 악화로 이미 침체에 빠져 있었다.
[중국의 절망감, 내수 부양에도 소비자물가 2개월째 하락]
사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미국으로의 수출이 중단된다고 해도 중국 경제에는 별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보는 낙관론자들도 있다. 특히 GDP의 56%에 달하는 내수경제를 5%만 올리면 대미 수출감소로 일어나는 문제를 얼마든지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중국 경제의 상황을 낙관하고 있기 떄문에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중국의 내수는 지속적으로 쇠퇴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중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당국의 내수 부양책에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 떨어지며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은 10일,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인용해 “3월 CPI 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0.1% 하락했다”면서 “이는 2월(-0.7%)보다는 하락 폭이 줄긴 했으나, 전문가들이 예상한 보합세에는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2.5% 내리며 3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는데, 전월 대비로는 0.4% 하락했다”면서 “전년 동월 대비 기준 2월(-2.2%)보다 큰 하락 폭을 보였으며, 로이터의 시장 전망치(-2.3%)보다 하락 폭이 컸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국당국이 내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각종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대미 수출까지 막히게 되면 이는 시장에 주는 충격파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대미 수출 여파가 단순한 수출액 감소뿐 아니라 소비자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하면서 내수 시장에는 더욱 더 큰 충격파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중간 갈등의 확대와 함께 미국으로부터 비롯된 중국의 고립은 중국의 경제 심리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고, 이는 당장 내수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다 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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