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시진핑을 ‘한무제의 군국주의’라 비판한 中국가안전부]
중국의 국가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인 국가안전부가 시진핑 국가주석을 향해 ‘시진핑의 군국주의가 중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나서 중국 공산당이 이젠 내부에서도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돈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홍콩의 명보(明報)는 지난 16일, “군국주의가 경제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한나라의 무제는 보여주고 있다”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통해 “중국의 국가안전부가 전날 위쳇 공식 계정에 ‘한나라: 경제 흥망성쇠와 국가안보에 주는 시사점’(漢朝: 經濟興衰與國家安全啓示錄)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게시했다”면서 “이 글에는 한나라는 전성기였던 무제(武帝) 때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한 무제가 군국주의를 채택했기 때문으로, (군사강대국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발전이 국가번영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한나라 멸망이 교훈해 주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국가안전부가 위챗에 올린 게시 글을 보면 “한나라 초기에 통치자들은 진나라의 멸망을 교훈으로 삼아 정치, 경제, 민생 등 여러 방면에서 생산 발전에 이로운 정책을 시행하여 농민들의 생산 의욕을 북돋우면서 국가의 든든한 토대를 세워갔다”면서 “한나라는 초기에 국민에게 자주권을 부여하면서 사회가 활력을 되찾도록 하였으며, 국가의 많은 권한을 국민들에게 위임해 자율권을 신장시켰다”고 지적했다.
국가안전부는 이어 “한나라는 백성들에게 농업과 양잠에 집중해 경제를 회복시키도록 했고, 권력을 남용하는 공무원들을 대거 단속하기도 했다”면서 “세금과 부과금을 낮춰 국민의 힘을 키우고 재정 지출을 최소화했다”고 짚었다.
국가안전부는 “문제는 한나라 무제(無帝) 시기에 접어들면서 잇따른 대규모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군사비, 막대한 재정 지출, 그리고 막대한 사회적 부의 소모가 발생했고, 이로인해 문제(文帝)와 정치제(政帝)의 연호가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면서 “그 후, 한나라의 경제는 다시는 이전의 문제, 경제제의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안전부는 그러면서 “한나라의 쇠퇴는 한 무제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역사학자들의 견해를 인용했다. 한마디로 “한나라의 무제는 경제, 사회의 회복과 건강한 발전에 관심을 두지 않고, 일반 백성들의 상업적 활동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서 국민들은 큰 고통을 겪었고, 이에 따라 경제도 큰 타격을 입으면서 튼튼했던 국가의 기반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국가안전부는 이어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노동력도 크게 줄었고, 이는 한나라의 경제를 쇠퇴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국가안전부는 구체적으로 “한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끊임없는 국경에서의 충돌 문제로 인해 대부분의 시간을 동서남북으로 원정하며 보냈다”면서 “이로 인해 국력이 고갈되었고, 한나라 말기에는 국고가 텅 비어 사회가 쇠퇴하고 백성들의 생활이 궁핍해졌다”고 설명했다.
[국가안전부, “경제건설에 국가운영의 중심을 둬야 한다”]
그러면서 국가안전부는 “국가가 번영하려면 최우선적으로 경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쳐야 한다”면서 “경제가 살아야 국가안보도 지켜지는 것이고, 경제가 강해져야 강력한 국가도 건설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안전부는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경제 발전을 촉진해야만 국가의 번영, 국민의 행복과 복지, 사회적 조화와 안정을 위한 튼튼한 물질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 글을 맺었다.
[국가안전부, “시진핑 노선 잘못됐다” 정면으로 공격]
그리안해도 중국 경제가 수렁에 빠져 있으며, 미국과의 충돌 상황이 벌어지면서 국가적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 엄중한 시기에 중국의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안전부가 모든 중국 인민들이 볼 수 있는 위챗에 국가주석인 시진핑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적으로 국가안전부는 지금 중국이 초비상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고, 이렇게 중국이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은 시진핑의 잘못된 국정운영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본 것이다. 다시말해 중국의 국가운영을 14억 명의 인민이 잘 먹고사는 방향, 곧 경제 부흥이 국가운영의 근본 정책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국몽’이라는 애매모호한 단어를 앞세우면서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라는 무한궤도에 중국을 몰아 넣음으로써 국가의 기본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고 국가안전부는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중국의 1.5세대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이 바로 중국을 살리는 길이었고, 그러한 경제 우선 정책으로 인해 중국이 부강하는 길로 접어들었는데, 시진핑은 그러한 개혁개방 정책을 버리고 오직 국가안보에 최우선을 둔 정책을 시행했으며, 자신의 영구집권을 위해 마오쩌둥 시절의 극좌적인 노선에다 인민감시 정책 강화로 인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뚜렷한 시진핑의 권력 약화, 임계점에 다다른 듯]
사실 국가안전부가 시진핑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지금 중국이 잘못가고 있다고 강조한 것은 지금 중국내 지도부의 분위기가 완전히 反시진핑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다시말해 국가안전부의 이러한 논평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내 최고 지도부가 들끓고 있다는 것이고,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든 수준까지 도달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8월 중국내 최고 지도자들의 여름 모임인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엿볼 수 있었다. 시진핑은 당시 덩샤오핑의 120주기를 맞아 자신을 덩샤오핑과 같은 개혁가 반열로 내세우려는 시도를 했지만 국가 원로들로부터 거센 비판과 반발에 직면하면서 좌절된 바 있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지난 해 8월 29일, “'개혁가 시진핑에 대한 반란'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 올 여름에 발생해 최고 지도자와 추종자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한마디로 시진핑을 개혁가로 치켜 세우려던 계획이 당 원로들의 대대적인 반발에 부딪쳐 무산되었으며 이로인해 시진핑 지도부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시진핑은 아버지 시중쉰을 내세워 중국의 개혁개방이 그때부터 본격화되었으며 그의 아들 시진핑도 아버지 시중쉰의 뒤를 이어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을 부각하려 했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해 7월 15일 신화통신은 3중전회의 개막에 맞춰 ‘개혁가 시진핑’이라는 1만자 장문의 논평을 게재했고, 중국의 대부분 신문들이 이를 받아쓰면서 대대적 홍보에 들어갔다. 이 글은 시진핑을 '덩샤오핑에 이은 탁월한 개혁가'로 칭송하며 이번 3중전회에서 시진핑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였다. 한마디로 시 주석을 1978년 개혁·개방으로 노선 전환을 이끈 덩샤오핑에 비견한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곧바로 당 원로들을 포함한 중국내 정치세력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당내 일부에서는 신화통신의 이 글이 완전히 사실과 다른 글로 개혁개방 정신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당의 역사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 글이라는 원초적 비판까지 받았다. 그리고 누가 이 글을 게재하도록 했는지, 또 누가 이 글의 출판을 승인했는지 그 실체를 공개하라는 요구들까지 빗발쳤다. 한마디로 시진핑이 원로들로부터 개망신을 당한 것이다.
이 사건이 있은 직후 이어진 3중전회는 사실상 초토화됐다. 결국 3중전회에서 중요한 안건 토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정말 중요한 중국 경제 회복이라는 주제 또한 별로 논의되지도 못했다. 그리고 시진핑에 대한 중국 권부 내 위상도 완전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1월 들어서는 시진핑 우상화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아시아는 1월 30일, 닛케이의 중국지국장을 지냈던 카츠지 나카자와 편집인이 쓴 “시진핑 개인 숭배가 중국내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헤드라인 기사를 통해 “최근 ‘죽(竹)의 장막’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서 열린 군부 행사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심지어 관영언론들조차 시진핑 주석을 보도하는 자세가 과거와 확연하게 달라졌는데, 이는 중국내에서 뭔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시진핑에 대한 중국중앙TV(CCTV)의 보도 태도도 확연하게 달라졌고, 비중도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눈여겨볼 것은 개인 숭배를 금지한 중국 공산당의 당장이 돌연 시진핑에게 엄격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당장에는 분명히 ‘어떤 형태의 개인 숭배도 금지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러한 당장도 무시하면서 시진핑 우상화 작업을 관행적으로 해 왔는데 이제 그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먀오화의 퇴장 이후 중국 군부 내에서도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해방군보는 지난해 12월, 공식적으로 ‘군부내 집단 리더십’과 ‘당내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일련의 논평을 실으면서 현 시진핑 체제에 정면 대응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이후 해방군보는 물론이고 중국내 관영언론들조차 시진핑을 집중 보도하는 방식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특히 해방군보의 논평은 시진핑의 권력 집중에 대한 비판을 공공연하게 거론했다”면서 “그 시점도 먀오화의 해임 이후 집중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시진핑의 위상이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지난 3월의 양회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중국 공산당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인 양회는 그동안 시진핑의 위상을 강렬하게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 왔지만 올해에는 시진핑이 원했던 권부의 인사도 다 가로막혔고 심지어 민간경제 진흥을 위한 법률 개정마저 좌절됐다. 어찌보면 지금 중국은 시진핑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젠 중국의 군부마저 시진핑 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군부의 인사마저 시진핑 뜻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군부까지 오히려 시진핑을 비판하는 기세들이 역력하다. 이는 시진핑이 군부를 확고하게 장악하려고 섣부른 인사를 단행했다가 오히려 군부의 견제만 받는 상황이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이렇게 당 원로들은 물론이고 국가안전부, 그리고 군부마저 시진핑을 적극 지지해 주지 않는다면 그 권력이 바로 설 수도 없을 것이고, 또 언제든지 무너질 수도 있는 초유의 위기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의 실각’이라는 대사변은 이제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나 남은 것은 시진핑을 명예롭게 퇴진시킬 것인지, 아니면 힘을 통한 강제 실각인지의 선택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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