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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북한이 핵잠수함 건조? “역량도 없고 러 지원해도 기술적 난제 여전” 美전문가들 분석, “실제 운용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 걸릴 것” 2025-03-14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美전문가들 분석, “실제 운용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 걸릴 것”]


북한이 지난 8일 김정은 총비서가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핵 추진 잠수함(SSBN) 건조 실태를 시찰했다며 현장 사진을 공개한 이후, 우크라이나전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관련 기술 이전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잠수함을 만들 역량이 없다고 진단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13일(현지시간) 미 해군 예비역 대령으로 잠수함 전략 등을 연구하는 샘 탕그레디 미 해군참모대학 미래전 연구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핵잠수함을 만들려면 핵추진에 필요한 재료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상당한 공급망과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은 독자적으로 핵잠수함을 건조할 능력이 없다”며 “중국도 이를 배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탕그레디 소장은 이어 “문제는 원자로”라며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국가들조차도 잠수함에 맞는 원자로를 설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김정은 총비서가 중요 조선소들의 함선 건조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다”면서 “당 제8차 대회 결정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 실태도 현지에서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의 핵심 5대 과업을 제시하며 그중 하나로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를 꼽은 바 있다.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뜻하는데, 여기서 전략유도탄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에서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2023년 9월, 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하면서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칭한 바 있다. 그러나 김군옥영웅함에는 핵을 이용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핵'이라는 표현이 들어갔을 뿐 추진 동력은 아니었다.


당시 김정은도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고 말해 김군옥영웅함이 진정한 의미의 핵잠수함은 아님을 자인하면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계획을 별도로 언급했다.


이후 지난해 1월 신형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로 명명한 '불화살-3-31형' 시험 발사 때 김정은이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구체적으로 료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하면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런데 이날은 김정은의 잠수함 건조 실태 현지지도 내용과 함께 지상에 거치된 잠수함 동체 옆으로 김정은이 지나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도하며 건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공개된 사진 속 잠수함은 김군옥영웅함과 비교했을 때 외형이 더 커 보인다. 김군옥영웅함은 북한이 기존에 보유한 배수량 1천800t짜리 로미오급을 이어 붙여 약 3천t급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잠수함을 변형하고 수직발사관을 덧붙여 만든 것으로, 공개 당시 합동참모본부가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北 핵잠수함 건조 역량 없다…러 지원해도 난제 산적”]


북한의 이러한 선전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잠수함의 원자로는 고도의 기술”이라며 “러시아의 상당한 도움 없이는 잠수함 원자로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어 “미국은 핵잠수함 건조 경험과 원자로 제조법도 알고 있음에도 컬럼비아급 전략핵잠수함(SSBN)을 건조하는 데 8~9년이 걸린다”면서 “북한은 그런 경험과 기술이 없다”고 지적했다.


탕그레디 소장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많은 테스트를 통해 가능하다”면서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육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잠수함을 만들려면 “미사일뿐 아니라 다양한 기술이 서로 연계되고 지원돼야 한다”면서 “북한이 이를 마스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많은 시험과 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넷 선임연구원도 “전략핵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여러 작업을 거쳐야 한다”면서 “우선 잠수함을 건조하고, 적의 탐지를 피해 생존하려면 소음을 줄여야 하며, SLBM을 개발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을 거쳐야 할 뿐 아니라, 핵탄두와 대기권 재진입체를 개발해야 하는데 북한은 아직 이 많은 작업을 시험해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 미사일 전문가 로버트 슈무커 박사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역량은 매우 제한적”이라면서 “특히 직경이 1m를 초과하는 고체연료 추진 미사일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슈무커 박사는 이어 “지난 몇 년간 북한의 시험 횟수를 보면 시험은 단발적으로 이뤄졌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중국 등 외부의 지원이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역량과 관련해 SLBM 역량을 갖춘 잠수함을 건조하려면 미사일 외에도 미사일을 발사할 장비와 발사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북한은 러시아가 자국의 SLBM에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바지선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핵잠수함 기술 이전 가능성... 그래도 시간 걸릴 것]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통해 볼 때 러시아가 기술을 지원해주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 해군에서 30년간 복무하며 잠수함장과 주일미군 작전참모 등을 역임한 브래들리 마틴 랜드연구소 수석정책연구원 겸 국가안보 공급망 연구소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제는 잠수함 추진력이 핵추진력이란 점인데, 북한이 자체적으로 그런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면서 “러시아는 수십 년간 핵잠수함을 운용해 왔기 때문에 아마 상대적으로 쉽게 역량을 이전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러가 핵잠수함 개발에 어느 정도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1~2년 안에 상당히 빠른 속도로 무언가가 이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일상적으로 운용되며, 특히 다른 이들에게 위협이 될 정도로 성공적으로 운용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면서 “북한이 실제로 핵잠수함을 운용∙유지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도 이날 VOA에 “북한은 외부의 지원 없이 핵잠수함을 건조할 역량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지원한 대가로 러시아의 도움을 얻을 수 있겠지만, 이는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탕그레디 소장은 “북한이 핵잠수함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러시아가 원자로와 전력시스템을 제공하는 직접적인 러시아 지원을 받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러시아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만들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기술적 난이도는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북 잠수함, ‘게임 체인저’ 되지 못해”]


북한 김정은이 이렇게 핵잠수함 건조 현장이라면서 북한의 군사력을 과시하려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허세 가득한 과장 선전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VOA는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핵잠수함을 건조하더라도 미국은 이를 충분히 탐지∙격침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 핵잠수함의 위협과 관련해 “모든 것은 잠수함의 질에 달려 있다”면서 “북한의 로미오급 잠수함은 소음이 심해서 탐지가 매우 쉽기 때문에 그들 중 하나가 바다에서 뭔가를 하려 한다면 미국은 그것을 추적하고 필요하다면 침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장관실 대량살상무기(WMD) 특별 고문을 역임한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전략억제 선임연구원도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잠수함에 관한 북한 주장 중 상당수가 꽤 의심스럽다”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본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구식 소련∙러시아 장비를 재활용한 것이며, 북한이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임무를 수행하거나 항구를 멀리 벗어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피터스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대잠수함전 역량이 매우 높기 때문에 분쟁이 시작하자마자 몇 시간 내에 북한의 잠수함들을 침몰시킬 수 있다”면서 “그 잠수함들은 전쟁 첫날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지원 대가로 기술적 지원을 해 줄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아주 기초적인 역량을 갖춘 잠수함을 건조할 수는 있겠지만, 북한 잠수함은 소음이 정말 크기 때문에 아주 빨리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설사 SSBN을 건조한다 해도 전력의 판도를 바꿀 만한 ‘게임 체인저’가 되지는 않을 것이기는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북한이 성공할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마틴 소장도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역량은 심각한 위협이지만, 전반적으로 북한의 잠수함을 추적하고 무력화하는 우리의 역량은 매우 뛰어나다”면서 “우려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며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소장은 ”북한의 잠수함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면, 매우 효과적으로 추적되고 무력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미국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김정은이 직접 건조 현장을 시찰하면서 ‘해군력의 중대한 혁신과 변화’라며 전략무기급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고 과시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의 안보에 불안감을 불러 일으키려는 술수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북한의 핵능력에 항상 주시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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