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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쿠르스크에서 북한군과 첫 전투, 러시아군과 소통안돼 혼란 자초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군에 의해 처음으로 공격받은 북한군 2024-11-05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군에 의해 처음으로 공격받은 북한군]


우크라이나군이 점령중인 러시아의 쿠르스크 주에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 사이에 처음으로 교전이 벌어졌다. 아직까지 상세한 결과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전투에서 러시아군과 북한군 사이에 소통이 잘 안돼 지리멸렬한 모습을 연출했음도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현지매체인 키이우인디펜던트는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NSDC)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 안드레이 코발렌코 소장은 이날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모스크바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주둔한 북한군 병사들이 처음으로 포격을 받았다”면서 “코발렌코는 교전 상황이나 북한 측의 손실 가능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코발렌코는 텔레그램을 통해 교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생략한 채 한 줄 메시지만 올렸지만, 그의 성명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쿠르스크에서 북한군과 직접 교전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주 한국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군에 이미 큰 사상자를 냈다는 언론 보도와 소셜 미디어 게시물들을 일축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서 서방의 장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북한군이 모여 있는 러시아 내 ‘모든 수용소’를 선제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면서 “불과 며칠 안에 북한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코발렌코의 성명은 이 예측이 현실화되었음을 시사한다.


[“북한군, 대전차미사일∙야간투시경 첨단무기 무장”]


한편,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북한군들은 60mm 박격포와 피닉스 대전차유도미사일(ATGM), 야간투시경 등으로 무장했다고 우크라이나 군이 3일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DIU)은 이날 공개한 자료에서 “10월 마지막주 현재 침략국 러시아가 북한 육군 병사 7천명 이상을 러시아 해안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인근 지역으로 배치했다”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 병사들에게 60mm 박격포, AK-12 소총, RPK/PKM 기관총, SVD/SVF 저격총, 피닉스 ATGM, 휴대용 대전차 유탄발사기(RPG-7) 등의 무기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DIU는 이어 “북한군에게는 야간 투시경, 열 화상 카메라, 분광 조준기, 망원경 등의 장비도 지급됐다”면서, “북한군은 러시아 극동의 훈련소 5곳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DIU는 또 “이들은 러시아 항공우주군의 군용 수송기 최소 28대의 도움을 받아 전선으로 이동했다”고 발표했다.


DIU는 또한 “러시아군은 북한 군인들을 ‘특수 부랴트인’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부랴트인은 몽골 북쪽의 러시아령 자치공화국에 거주하는 몽골계 원주민으로, 그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부랴트인 서류를 소지했다는 설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북한군을 러시아에 파병했다는 것을 위장하기 위해 신분증까지 만들어 제공했다는 설명을 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는 전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최근 러시아 쿠르스크에 전개된 북한군 숫자를 8000명 정도로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우크라이나와의 전체 최전선에서 1주일 동안 발생하는 러시아군 사상자에 불과하다”면서 “파병 북한군의 위협이 군사적 측면에서 다소 과장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현재 러시아군이 매일 1,200~1,500여명 가량 사상당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그렇게 설명한 것이다.


ISW는 이어 “러시아가 추구하는 고도의 소모적인 공격 작전에 북한군이 투입된다면 북한의 사상자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그렇게 되면) 북한이 원했던 전장의 ‘교훈’을 제대로 배울 수 없게 되고, 김정은은 전장에 자신의 병력을 무한정으로 투입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러시아군과 소통안되는 북한군, 손발 안맞고 우왕좌왕]


한편,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소통이 잘 안되면서 러시아 장갑차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을 내버려 둔 채 철수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마디로 러시아군과 북한군 간 심각한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하면서 손발이 안맞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드론 영상을 통해 러시아군 BTR-82 장갑차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보병들을 전장에 남겨두고 이탈하는 장면이 포착됐다”면서 “이는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쿠르스크 지역 칼리노프 마을 남쪽 4km 지점에서 러시아군 BTR-82 장갑차 3대가 수목 지대를 공격하던 중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RFA는 이어 “장갑차가 수목 지대 근처까지 다가가 기관포 사격을 가하며 탑승 보병들에게 하차를 지시했다”면서 “그러나 하차한 보병들은 전투 대형을 갖추지 못한 채 장갑차 주변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장갑차들은 이들을 남겨둔 채 차를 돌려 철수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RFA에 “장갑차를 모는 러시아군과 탑승병력이었던 북한군 사이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일어난 일로 보인다”면서 “북한군 대부분이 보병 출신으로 차량화 보병 전술에 익숙하지 않은 점이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일우 사무국장은 이어 “이번에 러시아에 간 북한군 대부분은 보병이고, 차량이나 장갑차를 기본으로 움직이는 러시아군 교리는 북한 군인들에게 상당히 이질적일 수 있다”며 “제대로 된 교육 훈련을 받았으면 차량화보병으로서 기본적인 역할은 할 수 있었겠지만, 사실상 아무 교육 없이 바로 투입됐기 때문에 앞으로 대부분의 북한군은 러시아군과 손발이 안 맞아 전열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영국의 국방정보국도 3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북한 군대는 이전에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호 운용성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전투 작전을 수행하는 북한 군대는 러시아 장비를 작동하고, 러시아의 지휘 및 통제 구조에 통합하며, 러시아 군대와 언어 장벽을 극복하는 데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불나비가 된 北, 러시아 참전 파급효과 감당할 수 있을까?]


사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군사를 파병했다는 사실을 미국이나 유럽 각국에서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단순한 북한과 러시아간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엄청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첫 번째 교전이 언제 벌어지는가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 각국들이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북한군이 쿠르스크주에 도착했다 할지라도 후방지원 역할만 한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총을 들고 직접 우크라이나군과 대결하게 된다면 이때부터는 차원이 달라진다. 이는 13세기 몽골이 유럽을 침략한 이후 처음으로 동아시아 군대가 유럽땅에 쳐들어 온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각국이 초미의 관심사로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당국도 북한군과의 첫 교전 공식 발표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리투아니아 민간단체인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가 지난 10월 25일 쿠르스크 지역에서 처음으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했다면서 교전은 중대급 이하 제대 병력에 의해 이루어졌고, 북한군은 1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사살됐는데, 생존해 포로로 잡힌 북한군은 자신이 부랴티야 자치공화국 출신이라며 관련 서류를 우크라이나군에 제시했다는 내용을 우크라이나는 전면 부인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은 전쟁의 당사자가 된다는 점에서 상상하기 힘들만큼 엄청난 문제를 파생시킨다. 만에 하나, 추후에 우크라이나가 북한을 직접 보복 공격할 수도 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공격을 해오는 순간부터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한 보복공격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 우크라이나는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세계 10대 우주강국에 들만큼 기초적 과학기술도 뛰어나며 중국이 그렇게도 탐내는 전투기의 엔진 제조 능력도 보유하고 있을만큼 기술력도 뛰어난 나라이다. 전쟁 와중에도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미사일 드론을 만들어냈고 또한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개발에 성공할 정도다.


그런 우크라이나가 나중에라도 북한에 대한 보복공격을 하게 된다면 이는 한반도 정세에도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단순하게 북한과 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곧 우리의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많은 정치인들이 이러한 국가적 외교 원리를 모르고 있다. 이것이 문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일부는 무식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전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표단을 보내는 것을 ‘파병’하는 것이라며 국회 동의를 얻으라고 열을 내는 것 아니겠는가?


이뿐 아니다. 전쟁터에서 북한군이 포로로 잡혔거나 귀순을 해 온다면 이들의 신병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 주민도 우리의 국민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포로로 잡힌 북한군을 한국에 결코 보낼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문제도 앞으로 우크라이나와 외교적 협상을 해야 할 문제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대표단이 우크라이나에 파견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다양한 외교적 문제를 파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북한 김정은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획득하려 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거리다. 이런 점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참전 확인 발표는 우리나라도 당장 사실상의 비상사태에 돌입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국회는 허구헌 날 말씨름이나 하고 있으니 그저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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