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세계최초 3단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화웨이, 곧바로 추락]
최근 한국의 주요 일간지에 화웨이가 5년만에 삼성을 추월했다면서 때릴수록 화웨이가 강해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었지만 중국내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3단 폴더블 스마트폰이 출시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대폭 하락한 가격으로 스캘퍼 시장에 대대적으로 나오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이 가격전쟁 속으로 빠져들면서 지난 8개월 동안 무려 1380억 위안(26조 1758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중국이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완전히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5일(현지시간) “화웨이의 3단 폴더블 스마트폰이 출시되자마자 스캘퍼(주식이나 선물 시장에서 단타매매를 하는 사람)들의 손을 타기 시작하면서 대대적으로 가격이 폭락했다”고 보도했다.
차이나비즈니스뉴스(China Business News)도 “최근 많은 디지털 블로거들이 화웨이의 3단 접이식 스마트폰 메이트 XT 프리미엄의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는 동영상을 게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쑤저우 대학의 린 시우민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3단 접이식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칩은 이전 제품에 비해 전혀 업그레이드가 안 된 SMIC 7nm 공정에서 생산된 것”이라면서 “반면 아이폰 16은 TSMC 3nm N3E 공정을 거친 칩이고, 작년 아이폰 15는 TSMC 3nm 공정에서 만들어졌으며, 내년 아이폰 17은 TSMC 2nm 칩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매년 기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으나 화웨이는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중국에 대한 제재 때문이다.
린 시우민은 이어 “화웨이의 반도체 기술은 이전 모델에 비해 기술적 진전이 전혀 없다보니 셀링포인트를 세계 최초의 3단 접이식 폴딩 스마트폰으로 내세웠지만, 그마저도 아직 제대로 성숙된 것이 아니고 아마도 소비자들은 내구성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할 수는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린 시우민은 그러면서 “화웨이는 그저 애국심을 팔고 있을 뿐이지 기술적 진보를 이룬 것은 없다”면서 “애국심의 그늘이 걷히면 화웨이의 실체도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기술도 한계 보인 中 화웨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화웨이의 3단 접이식 폴딩 스마트폰은 반도체 등의 핵심 부품 공급망의 한계와 약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 수율 부진과 디스플레이 생산 차질 등 요소가 제품 가격을 크게 높였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 물량 공급에도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25일, “화웨이 트라이폴드 스마트폰 ‘메이트XT’는 중국의 뛰어난 기술 발전 성과를 보여줬지만 ‘의미있는 혁신’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메이트XT가 화웨이의 ‘생존 신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국 소비자들이 애국심을 앞세워 해당 제품의 성공을 응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메이트XT가 2800달러(약 372만 원)에 출시돼 수요 확보에 한계를 맞을 것”이라면서 “이를 구매할 만한 소비자층이 지나치게 적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화웨이의 메이트XT가 가격이 높은 것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 공급망이 제한되어 있고 기술적 문제로 생산 수율 등 측면에도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이런 측면에서 “화웨이 메이트XT는 중국 정부가 미국 규제에도 기술 발전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상징적 제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결론이었다.
[중국 전기차도 가격전쟁에 휘말려 잇따라 적자]
RFA는 또한 “중국의 전기자동차도 가격 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다”면서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과 손실로 인한 자본 체인의 붕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재고가 워낙 많다보니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가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데다 이러한 경쟁적 판매가 이어지면서 엄청난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RFA는 이어 “올해 상반기 중국 국내 자동차 딜러의 손실률은 50.8%에 달한 반면 이익률은 35.4%에 불과했다”면서 “8월 중국 신차 시장 전체 할인율은 17.4%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가격 전쟁'으로 인해 전체 소매 누적 손실이 1380억 위안(26조 1758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국]
중국의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중국 경제 전체가 디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는 물론 건축 자재와 같은 관련 산업도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RFA도 “부동산은 오랫동안 중국 가계의 가장 중요한 재산 형성 자산이었지만, 이제 중국인들은 그 부동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소비자 지출 감소는 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기업 수익과 임금에 압력을 가하고, 이는 디플레이션이 더욱 고착화되는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면서 “디플레이션은 이제 중국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고 밝혔다.
중국문화대학 국가발전 및 중국본토연구소 겸임 교수인 천송싱도 RFA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며 소비자 물가지수 (CPI)가 간신히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자신감이 부족하다”면서 “또 다른 명백한 현상은 공장생산자물가(PPI)가 거의 2년 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사실로, 이는 공장들이 공장 가격으로 물건을 팔아도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공장의 가동률은 약 75%에 불과하고 평균 재고는 약 15%”라면서 “기업들은 현재 GDP를 창출하기 위해 생산하고 있기는 하지만, 원자재를 수입해 공장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는 일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천송싱은 더불어 “7~8월 중국의 수출 수치가 나쁘지 않지만 서방의 국가들이 중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기 떄문에 수출이 지금같이 증가세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년말쯤이면 많은 공장들이 결국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이런 경제 상황이 이어진다면 일반 대중은 임금 삭감이나 실업 압박에 직접적으로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휴대전화 교체도 쉽지 않을 것이고 당연히 새로운 자동차 구매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지출 의지가 살아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 내다봤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전기차 구매와 관련된 정부의 움직임이다. 전기차는 시진핑 주석이 신산업 증대와 관련해 첫 번째 꼽는 제품이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도 집중적으로 보조금이 지급된다.
올해 6월 중국 재정부에서는 최대 111억 9,775만 위안(2조 1240억원)의 자동차 보상 판매 보조금 예산을 편성했다. 실제로 최근 장쑤성과 쓰촨성 등에서는 보조금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연료 차량의 경우 6,000~15,000위안, 신에너지 차량은 최대 20,0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조금 외에도 중국인민은행(PBOC), 중국국가금융감독관리위원회(SFSAC),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24일에 자본시장을 위한 두 가지 새로운 도구를 발표했는데, 하나는 초기 운영 규모가 5천억 위안에 달하는 증권, 펀드, 보험사를 위한 스왑 촉진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주식 매입 및 바이백을 위한 특별 재금융 시설의 신설이다.
이러한 지원 조치는 중국의 11번째 국경절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 정부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긴급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불분명하다.
RFA는 이에 대해 “은행에 대한 금리 인하로 일정량의 유동성 공간이 풀렸지만 민간 부문이나 기업이 대출을 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사람들이 모기지를 신청하여 집을 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천송싱도 “이러한 조치가 질병의 증상을 치료할 수 없지만 주로 주가 지수의 일부 상승을 유도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이 그러한 제한적 효과를 알면서도 무리하게 지준율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은 주식 시장의 주가 지수를 끌어 올리고 위안화 환율을 일정 가격으로 유지하는 일들이 벌어지면 일반인들이 경제가 나쁘지 않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치적인 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아무리 그러한 조치를 취한들 지금 중국의 GDP 디플레이터를 보면 중국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영역에 있으며 이는 명백한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GDP 디플레이터는 물가 변동 전 GDP 성장률과 물가 변동 후 GDP 성장률의 비율을 일컫는 것으로, 일반적인 물가 수준의 방향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물가 수준을 가장 거시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이러한 상황에서 시진핑 정부가 아무리 쇼를 하고 분장을 해도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경제상황이 이러한 데다 외부의 경제 여건도 최악인데 중국의 반도체산업이 일취월장 할 리가 없고, 또한 중국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일 또한 결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제발 나무의 한 쪽만 보고 “화웨이가 끊임없는 혁신으로 위기를 돌파했다”는 식의 말들은 삼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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