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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좌절된 중국의 야욕, 남태평양 전략 거점 잃었다! 솔로몬제도 '친중' 총리, 선거 결과 부진으로 사임 2024-05-01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솔로몬제도 '친중' 총리, 선거 결과 부진으로 사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남태평양의 크고 작은 섬들을 중국의 손발로 쓰려던 거대한 시도가 잇달아 좌절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의회선거를 실시했던 솔로몬제도에서 적극적인 친중(親中)총리였던 소가바레가 부진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솔로몬제도를 좌지우지하려 했던 중국의 발걸음에도 제동이 걸렸다.



영국의 더타임스(The Times)는 29일(현지시간) “중국의 인도 태평양 진출 계획이 이날 솔로몬제도 총리의 사임으로 심각한 좌절을 겪었다”면서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친중적인 지도자였던 마나세 소가바레(69)는 2000년 이후 네 차례나 총리직을 맡으며 20년 넘게 솔로몬제도 정치를 지배해 온 인물이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소가바레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그가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호주 북동쪽에서 약 900마일(약 1450km) 떨어진 인구 70만 명의 작은 섬나라에 중국의 투자도 크게 증가했고 중국의 존재 가치도 크게 키워왔다.


소가바레는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은 태평양에서 아무런 전략적 야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호주도 솔로몬제도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철저하게 중국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했던 인물이었다.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솔로몬제도]


실제로 소가바레는 지난 2019년 대만과의 관계를 단절하면서 중국과 수교를 했고, 그러면서 중국과 안보협정까지 맺으면서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사실상 호주와 뉴질랜드 코 앞에 중국의 군사기지가 들어설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외부로 알려진 안보협정 내용을 보면 솔로몬제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중국이 군대나 무장 경찰을 파견할 수 있으며, 중국 함정이 솔로몬제도 해안을 기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중국의 군사 활동을 용인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당장 호주가 즉각 반발했고, 미국 역시 중국과의 협정을 강력하게 만류했지만 결국 공식적으로 체결이 완료된 것이다.


만약 이러한 안보조약이 실행된다면 태평양 섬 국가와 오세아니아의 지정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호주에서 비행기로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섬에 영구적인 중국 군사 기지가 들어선다면 이는 심각한 군사적 위기로 흘러갈 수 있어서다.


솔로몬제도에 중국이 이렇게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이곳이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솔로몬제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2∼1943년 일본군과 미국군이 격전을 벌인 ‘과달카날 전투’의 무대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태평양전선에서 연합군 반격이 본격화됐고 일본 패망의 불씨가 됐다. 그만큼 솔로몬제도의 전략적 가치가 컸다는 것을 반증한다.


과달카날 전투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미국의 거장 테런스 맬릭 감독의 ‘씬 레드 라인’(The Thin Red Line, 1999년)이다. 씬 레드 라인은 삶과 죽음, 모호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의미한다.


이 섬에는 아직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추락한 전투기들이 산재해 있다. 솔로몬의 수도 호니아라 앞바다는 1,450대의 군용기와 111척의 군함 때문에 '강철 군함들의 무덤‘(Iron Bottom Sound)'으로 불릴 정도로 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으로 알려져 있다.


[소가바레 정부가 친중정책을 시행한 이유?]


이번에 사임한 소가바레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강력한 제재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금 지원 유혹에 넘어가 대만과의 유대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약 1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솔로몬 제도에서 가장 크면서도 가장 가난한 섬인 말레이타 섬 주민들은 2019년 솔로몬 정부가 36년간 맺어왔던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자, 말레이타 주민들은 중앙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뒷돈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와 대만 언론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은 외교 관계 수립 후 솔로몬제도 정부에 5억달러(약 6175억원)를 지원했다. 총액 1000억달러(약 123조원) 규모의 차관 제공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나라 전체 GDP의 77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같은 해,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한 중국기업은 심지어 ‘툴라기’라는 이 나라의 섬 하나를 통째로 임대해 배타적으로 개발하는 계약을 지방정부와 맺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계약은 결국 중앙정부가 무효화했지만, 중국이 남태평양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외교‧군사적 움직임을 주시해 온 미국과 호주는 크게 긴장했다.


여기에 소가바레 총리가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페이스북 금지령을 내릴 준비를 하자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져 갔다. 현재까지 국가 차원에서 페이스북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이란, 북한 뿐인데 솔로몬제도도 중국의 압박으로 페이스북 금지를 추진하자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


이런 일들이 겹치면서 솔로몬제도 내에서 반중 움직임이 확산됐고 급기야 폭동이 일어나는 사태로까지 발전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솔로몬제도의 폭동사태에서 반 중국 흐름이 강하게 나타났다는 것은 솔로몬 제도의 수도 호니아라의 차이나타운이 불타버렸다는 데서도 알 수가 있다.


솔로몬 제도의 국민들은 “우리는 중국이 싫다”면서 “친 중국 노선을 걷는 소가바레 총리는 물러나라”고 요구했지만 소가바레 총리 세력은 무력으로 폭동을 진압했다.


심지어 대만이나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지방정부들은 소가바레 총리의 중앙 정부와 결별하면서 독립을 하겠다고까지 선포하고 나서 중국으로 인해 유발된 솔로몬제도의 비극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친중 소가바레의 여당은 왜 선거에서 패배했을까?]


29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부나기 솔로몬제도 총독은 지난 17일 치러진 총선에서 선출된 의원들에게 통지문을 보내 내달 2일 오전 수도 호니아라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새 총리 선출을 위한 비밀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솔로몬제도는 영연방 국가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국가 원수이며 그를 대리하는 총독을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가바레 총리는 성명을 통해 “자신은 이번 총리 투표에 후보로 나서지 않을 계획”이라며 같은 당의 제러마이아 머넬레 전 외무장관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소가바레의 집권 연립정부는 이번 50석 의회의 선거에서 정부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26석에 훨씬 못 미치는 15석을 얻었다. 여당은 현 정부의 연정 상대로 이번 총선에서 3석을 얻은 솔로몬제도국민제일당(SIPFP)과 손을 잡았고, 군소 정당 의원 1명의 지지도 확보해 총 19석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 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는 26석에는 아직 7석 모자란 상태다. 반면 민주당과 민주동맹당 등 야당 연합인 케어(CARE)는 13석을 얻었고, 또 다른 주요 야당인 연합당(UP)은 7석을 차지했다. 케어 연합과 연합당(UP)는 정권 교체를 위해 협력하기로 하면서 20석을 확보했지만, 누구를 총리 후보로 내세울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6석이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여당과 야당 연합은 오는 2일 선거까지 남은 무소속·군소정당 후보 11명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일 전망이다.


그런데 집권 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한 배경에는 소가바레의 지나친 친중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은 말레이타섬 주민은 소가바레 총리 노선으로 서방과 대만 등에서 받던 원조가 끊겼다며 친중 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문제는 다가오는 총리 선거에서 또다시 친중정책을 펼치는 집권 여당의 후보가 총리가 될 경우 또다시 내란에 가까운 혼란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도 이러한 폭동을 대비해 최근 대사관 주변에 철책을 추가로 설치하면서 대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설사 집권 여당에서 다시 총리가 선출될지라도 소가바레가 추진했던 적극적인 친중정책이 시행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태평양 국가들과 공동체 구상하는 중국]


지금 중국은 솔로몬제도를 포함한 남태평양 섬들을 중국의 영향력 아래 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남태평양 국가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면서 차이나머니를 쏟아 붓겠다고 공약하는 중이다.


중국이 이들 국가에게 접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적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맞서기 위해 남태평양의 바닷길을 확보하고 호주를 비롯해 태평양으로 직접 나가는 군사적 진출로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다시말해 중국 견제를 위해 뭉친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에 대한 돌파 카드로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솔로몬제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안보협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사실상 중국 군대를 보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키리바시에 대해서도 활주로를 건설하면서 중국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특히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솔로몬제도가 호주와 괌의 중간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솔로몬제도를 군사기지화 함으로써 미국의 태평양 전력 중심인 괌과 호주 다윈 기지의 전략적 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단계까지 가려면 솔로몬제도를 중국의 세력권 안에 넣어야 하고, 또한 솔로몬제도에 중국의 해·공군력을 확장해야만 한다.


어찌되었건 중국의 목표는 확실하다. 중국이 일차적으로 솔로몬제도를 군사기지화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물론이고 오커스와 쿼드의 급소를 찌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러한 구상의 완결판으로 남태평양 섬 10개 나라까지 중국의 세력권으로 확장시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솔로몬제도의 선거에서 핵심적인 친중 총리가 사임하면서 중국의 전략도 꼬일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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